[뉴스핌=김지유 기자] 10년 넘는 기간 치열한 논쟁과 논란을 벌인 끝에 법안으로 완성된 파생상품 양도소득세 부과가 시행을 3개월 앞두고 또 연기될 상황에 처했다. '자본시장 위축 우려'라는 이유도 10여년간 똑같다.
파생상품에 대한 과세는 해묵은 문제다. 지난 2004년 정부가 파생상품 양도차익에 10%의 세금을 부과하기 위한 소득세법 개정안을 내놓은 것이 본격적인 논쟁의 신호탄이었다.
2009년엔 소득세가 아닌 거래세를 부과하는 것으로 방향이 틀어지기도 했다. 당시 이혜훈 전 한나라당(새누리당) 의원이 증권거래세 부과를 위한 개정안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끝내 본회의 통과를 넘어서지 못하고 18대 국회 종료와 함께 폐기됐다. 그해 9월 정부는 다시 세법 개정안을 꺼내 들고 KOSPI200 선물·옵션에 거래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19대 국회로 이어진 논의 과정에서 다시 양도소득세 부과로 되돌아갔고, 정부도 이를 받아들였다. 이 과정에서 정부와 금융당국, 업계, 심지어 여당 내에서도 이견이 팽팽하게 부딪혔다. 여당 경제통끼리 과세 방식을 놓고 큰소리를 내기도 했다.
이러한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지난해 12월 본회의에서 파생상품 양도소득세 부과를 담은 '소득세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그리고 드디어 내년 1월 1일 시행만 기다리고 있었다. 이 법은 나성린 새누리당 의원이 2013년 11월 11일 대표 발의한 법안을 기초로 한 것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나성린 의원은 시행을 3개월 앞두고 파생상품 양도세 부과를 2년 연기하자는 개정안을 지난 6일 대표 발의했다. 나 의원은 "파생상품 양도소득세 부과 시 국내 파생상품시장의 침체가 고착화될 우려가 있다"며 "시행 시기를 연기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10여년간 논의에 쏟아부은 시간이 허무해졌다. 나 의원은 2013년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며 "소득 있는 곳에 과세한다는 조세행정의 기본원칙을 실현해야 한다"며 파생상품 양도세 부과를 주장했다. 이러한 나 의원이었기 때문에 10년간 거쳐온 지난한 과정이 더 아쉽다.
체코 작가 '밀란 쿤테라'의 소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은 제목과 달리 그 내용이 무겁고 난해하기로 유명하다. 대한민국의 입법활동은 그 존재의 무거움과 다르게 너무나도 가볍게 치부되는 모습이다. 파생상품 양도세, 그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다.
[뉴스핌 Newspim] 김지유 기자 (kimjiyu@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