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사업본부·국민연금·사학연금 거래세 면제 전환 검토해야"
[뉴스핌=정탁윤 백현지 기자]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해 내년 1월 시행 예정인 파생상품에 대한 양도소득세 부과시점을 유예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또 우정사업본부와 국민연금 및 사학연금에 대한 증권거래세 면제 전환을 긍정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9일 국회에서 열린 '자본시장 경쟁력 회복 및 활성화를 위한 세제개편 방향' 토론회에는 이 외에도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해 파생상품, 해외투자펀드 등에 주식이나 부동산 등과의 형평성을 갖춰 과세해야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박훈 서울시립대 교수는 "조세공평의 유지라는 차원에서 2016년 1월 시행되는 파생상품에 대한 양도소득세, 0.3% 인 증권거래세율 등을 변경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며 "그러나 자본시장 활성화를 해야할 정책적 목표가 정해지고 현재가 그 시기임을 인정하는 경우에는 변화를 모색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세수에 큰 차이가 없다면 파생상품에 대한 양도소득세 과세 첫 도입단계에서는 손실이월공제를 일부 허용하고 향후 과세에 따른 파생시장 영향이나 세수효과를 보고 이월공제의 기간, 인정여부 개정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파생금융상품 손실이월공제는 거래에서 생긴 소실을 이듬해 또는 그 이후 차익에서 제외해 이익이 났을 때 세부담을 줄여주는 제도다. 이월공제가 허용되면 당해연도 손실액 만큼 이듬해 또는 그 이후에 그 손실액만큼 과세표준에서 공제해 그만큼 양도세를 줄이는 것이 가능해진다.
◆ "국민연금·사학연금 증권거래세 면제도 필요"
박 교수는 또 증권거래세 인하와 우정사업본부, 국민연금 및 사학연금의 증권거래세 면제 필요성도 제기했다.
그는 "증권거래세 인하시 거래량의 정도에 따라서는 세수입 증가의 가능성도 있고 세수입 감소에 대한 우려보다 자본시장에 대한 현재 지원의 필요성이 크다"면서 "증권거래세법 시행령 제5조 탄력세율 개정을 통해 증권거래세 세율을 인하하는 것은 긍정적"이라고 지적했다.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강석훈 새누리당 의원이 주최한 `자본시장 활성화를 통한 국민 재산증대 및 국가 재정 건전화를 도모하는 세제개편 방향` 토론회가 진행되고 있다. <김학선 사진기자> |
우정사업본부만이라도 증권거래세를 면제해서 파생시장을 내국인들이 장악할 수 있게 해야한다는 지적이다.
안동현 서울대 교수도 "올 여름 미국의 금리 인상이 가시화될 경우 자본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것"이라며 "주식시장에 대한 최소한의 버팀목으로 차익거래 시장에서 내국인, 특히 우정사업본부의 거래세 면제는 시급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주진형 한화투자증권 사장은 "파생상품 양도소득세 부과 여부를 파생상품 거래량과 연결지어 생각하는 것에 반대한다"며 "파생상품에 대한 양도소득세를 부과한다고 해도 기껏해야 수백억 원의 세수를 예상한다고 하는데 겨우 그만한 돈을 거두지 않는다고 해서 자본시장이 더 발달할 것 같지 않다"고 주장했다.
주 사장은 증권거래세 인하에 동의한다면서 "거래세가 자본시장에 보이지 않는 폐단을 낳고 있다"며 "거래세가 주식시장 거래량에 미치는 영향보다 파생시장의 정상적 발전을 저해하는 영향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 정부 "과세 형평성 논의 선행돼야"
다만 정부는 세수확보 차원에서 이같은 금융투자업계의 주장을 중장기 과제로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주형환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축사에서 "금융세제가 금융시장 확대를 지원하는 가운데 조세 형평성에 충실하면서 재정 건전화에 도움이 되도록 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고차방정식의 답을 구하는 것"이라며 "펀드 세제의 중·장기적인 개선을 통해 시중 부동자금이 투자처를 찾고 그 흐름이 궁극적으로 실물 경제를 활성화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문창용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은 토론에서 "1995∼1996년 증권거래세를 인하한 적이 있지만 실증 분석을 해 보면 단기적 영향만 미치고 장기 투자를 늘리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며 "양도세나 소득세가 과세되지 않는 상황에서 거래세가 하는 보완 역할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물주식 양도소득과세가 전면적으로 도입되면 파생상품에 대해서도 손실 이월공제가 들어갈 것"이라며 "우정사업본부 거래세 과세로 세수가 오히려 줄어든 것은 인정하지만 과세형평성에 대한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현철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국장은 "시장위축을 막기 위해서 (파생상품양도소득세)과세 시기 조정은 검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 강석훈 "발상 전환 통해 현실성 있는 방안 마련할 때"
이날 정책토론회는 강석훈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위원이 주최하고 금융투자협회 주관으로 개최됐다.
강석훈 의원은 "시장에서는 국내 자본시장의 경쟁력 강화와 국민들의 가계소득 증대 지원을 위해 증권거래세 인하와 장기투자에 대한 세제지원, 자본시장에 대한 합리적인 과세체계 개선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회와 정부가 나서 침체된 자본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시장의 목소리에 적극 귀를 기울이고 발상의 전환을 통해 세제개편 등 개혁적이고 현실성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은 "17세기 영국에서 부과한 '창문세'는 큰 주택을 가진 부자에게 과세해 조세형평성을 기하고자 하는 목적에서 출발했지만 오히려 창문세 회피를 위해 창문을 없애고 햇볕을 받지 못하는 상황으로 내몰렸던 사례가 있다"고 예를 들었다.
황 회장은 "투자에 익숙하지 않은 국민들에게 자본시장 투자에 대한 시그널을 주기 위해 자본시장 규제를 정비함과 동시에 자본시장 투자에 우호적인 세제상 여건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며 "비과세·감면 제도도 무조건적인 폐기가 능사가 아니며 적기에 운영한다면 국가와 국민 모두에 이익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정탁윤 백현지 기자 (tac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