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출시된 60개 지수, 6명이 만들어…개발 관리 능력 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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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박민선 기자] 한국거래소(KRX)가 새로운 지수들을 잇따라 내놓고 있지만 실용성과 완성도 측면에서 미흡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에 거래소가 수익 기반 마련을 위한 양적 확대에 나서고 있지만 지수 개발 및 관리능력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거래소는 지난해 7월 'KRX 선진화전략'으로 지수 사업을 적극 육성하겠다는 방침을 수립한 이후 맞춤형지수 개발과 기존 지수개편 등 지수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 양적 성장 치중에 '무용지물'된 지수 잇따라
거래소가 올해 들어 새롭게 선보인 지수는 무려 52개. 전체 198개 지수 가운데 1/4 이상을 최근 9개월간 만들어냈다. 지난해 'KRX 선진화 전략' 발표 이후 기준으로 보면 신종 지수만 62개에 달한다.
수익다각화에 나서고 있는 거래소는 '선진화 전략' 발표 이후 인덱스마케팅팀을 확대 개편하는가 하면 KRX지수 홈페이지를 개설하는 등 대외적으로 지수 사업을 알리는 작업에도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노력 대비 일부 신종 지수들은 완성도가 미흡한 것으로 평가되면서 시장에서 외면받고 있는 상황이다.
거래소가 지난해 10월 선보인 'KRX 고배당 50'지수는 출시 1년이 다 돼 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구성 종목들의 유동성 부족으로 인해 이를 활용한 상품은 전무하다.
해당 지수내 편입된 종목으로는 메가스터디, 하이트진로, 무림P&P, 청담러닝, 한국쉘석유, 서원인텍 등이 대표적이다. 이 중 한국쉘석유의 경우 상장주식수가 130만주에 불과하며 메가스터디와 청담러닝 역시 상장 주식수가 각각 400만주, 623만주 규모에 그친다. 거래량도 1만주 안팎인 종목들이 대다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시기에 출시된 '코스피 우선주 지수' 역시 비슷한 경우다. 현대차2우B와 삼성전자우 정도를 제외하고는 LG화학우(762만), LG생활건강우(209만), 삼성화재우(319만), CJ제일제당우(132만) 등 상장주식 규모 자체가 적은 종목들이 주를 이루고 있는 이 지수도 아직까지 관련 상품이 출시된 바 없다.
이같은 현상은 상장지수펀드(ETF)의 실제 운용상 특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지수 설계에서 비롯됐다고 시장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지수 내 저유동성 종목들이 포함돼 있는 상장지수펀드(ETF)의 규모가 커질 경우 매매에 따라 지수 자체의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어 운용상 부담이 돼 상품성이 없다는 설명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지수를 활용한 상품 개발시 가장 먼저 고려돼야 할 부분 중 하나가 유동성인 만큼 이 지수들이 출시됐을 때 업계에서 말이 많았다"고 전했다. 그는 "거래소가 수익성 확보를 위해 지수들을 계속 생산하고 있지만 글로벌 거래소와 비교했을 때 각 지수의 완성도 등에서 고민이나 연구의 깊이가 낮은 것은 사실"이라며 "관리나 개발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드라이브만 걸어대니 지수의 퀼리티가 떨어지는 것 아니겠느냐"고 진단했다.
실제 거래소에서 지수 개발을 담당하는 인력은 6명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지수 관리 및 마케팅을 겸직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인력 보충을 통한 질적 개선의 필요성 논란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 거래소 '야심작' KTOP30지수, 시장 반응은 미온적
한국판 다우지수를 표방하며 지난 7월 선보인 KTOP30 지수는 출시 이후 두달여동안 시장 대비 더 큰 변동성을 보이면서 아직은 초기지만 시장 반응은 상당히 미온적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8일 기준 KTOP30지수는 출시 이후 마이너스(-)3.5%의 수익률을 기록 중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동기간 코스피지수의 마이너스(-)1.73% 대비 더 큰 폭의 하락이다. 반면 지난 8월 24일 저점을 찍은 이후 코스피지수가 이틀간 3.51% 반등하는 동안 KTOP30지수는 2.48% 오르는 데 그쳐 더빠지고 덜오르는 흐름을 연출했다.
상장 당시 거래소는 KTOP30지수가 하락장에서 덜 빠지고 상승장에서 탄력적으로 상승할 것이라고 예상한 바 있지만 이와 대조적인 행보를 보이는 것.
이같은 변동성 확대는 지수내 편입 비중이 높은 삼성전자(12.50%)와 네이버(10.69%)가 동기간 각각 5.5%, 16.8%씩 하락한 것이 주된 원인이었다. 네이버는 지난 3월 기록한 최고점을 찍은 이후 불과 6개월만에 35% 이상 하락한 상태로 실적 악화에 대한 우려가 단기 급락을 주도하고 있다.
일부 자산운용사들은 오는 10월 14일 KTOP30지수를 활용한 ETF 출시를 앞두고 있다. 이들은 거래소가 KTOP30지수를 한국 대표지수로 양성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 기대감을 보이면서도 시장에 안착될 때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거래소와 당국의 의지가 분명한 만큼 KTOP30 지수가 정착될 때까지 이들의 노력이 뒷받침될 것"면서도 "가격 지수가 거래소의 의지만 갖고 움직여지는 것이 아니므로 결국 거래소가 어떻게 지수를 운용하고 퍼포먼스를 내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다른 자산운용사 관계자도 "글로벌 지수인 다우지수조차 투자 활용도 측면에서 S&P500지수 대비 현저히 떨어지고 있음을 감안한다면 KTOP30지수가 시장에서 신뢰성을 확보하고 대표성을 굳히기까지는 많은 시행착오를 겪을 것 같다"고 전해왔다.
[뉴스핌 Newspim] 박민선 기자 (pms071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