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명품관도 손님 뜸해…개소세 인하에도 명품 값은 그대로
[뉴스핌=한태희 기자] 정부가 소비 촉진을 위해 지난달 개별소비세 인하 카드를 꺼냈지만 아직 눈에 띄는 변화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반지나 시계 등 귀금속 소비가 눈에 띄게 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실제 귀금속 도매점이 밀집해 있는 서울 종로3가 일대 귀금속 골목을 찾는 소비자 발길은 여전히 뜸하다. 백화점 명품관도 분위기는 별반 다르지 않다. 오히려 개별소비세 인하로 귀금속 값을 낮출 유인이 생겼지만 해외 명품업체들은 가격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3일 간 서울 종로3가 일대 귀금속 거리와 명동에 있는 신세계·롯데 등 대형백화점을 찾아보니, 정부의 개별소비세 인하 방침에도 반지와 시계, 목걸이를 포함한 귀금속 소비는 그대로라는 게 일선 판매점들의 목소리다. 가을 결혼 성수기을 앞두고 예물을 찾는 사람이 7~8월보다 다소 많아지기는 했으나 매출 규모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슷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단적으로 지난 18일 오전에 찾은 국내 최대 귀금속 상가 밀집 지역인 서울 종로3가 일대는 적막감이 감돌정도로 한산했다. 귀금속 도매점 수천개가 밀집해 있고 전국 귀금속 도매 거래의 80%를 차지하는 곳 치고는 오고가는 사람이 거의 눈에 띄지 않을 정도다. 약 700개 귀금속 및 혼수 관련 점포가 몰려 있는 '세운스퀘어'는 손님보다 더 많은 점원이 가게를 지키고 있었다. 귀금속 도매점의 한 직원은 "주말에 10쌍 정도 오는데 계약하고 가는 경우는 드물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지난달 26일 개별소비세 인하 방안을 내놨다. 구매력 있는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게 만들어 내수를 활성화한다는 목표에서다. 이에 따라 귀금속 개별소비세 부과 기준을 20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높였다. 지난달까지는 500만원짜리 반지를 사면 60만원(과세 기준 초과분 300만원의 20%)을 개별소비세로 냈는데 이를 없애주겠다는 얘기다.
정부가 내수 활성화를 위해 귀금속 등의 개별 소비세를 인하했지만 사람들이 지갑을 열지 않고 있다. 사진은 서울 종로3가에 있는 세운 스퀘어 내 귀금속 점포 매장 / <사진=한태희 기자> |
이같은 정부의 발표에 대해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은 일제히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개별소비세가 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했는데 기준금액 상향으로 숨통이 틔였다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굳게 닫힌 소비자들의 지갑은 열리지 않고 있다. 한 귀금속 도매업체 관계자는 "개별소비세 기준을 높였다고 소비가 늘어날 것이란 기대는 현장을 정말 모르고 하는 소리"라고 말했다.
세운스퀘어 길 건너편에 있는 '효성쥬얼리시티'도 풍경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귀금속 도매점 130개 업체가 밀집해 있는 이곳도 손님을 기다리는 점원들이 무료하게 시간을 흘려보내고 있었다. 추석이 다가와 씀씀이가 커지는데 수백만원짜리 보석을 살 사람이 얼마나 있겠냐는 분위기다.
백화점 명품관도 매한가지다. 지난 주말 백화점에 사람은 많았지만 명품관에서 지갑을 여는 사람은 드물었다. 개별소비세 인하로 명품 가격을 낮출 유인이 있지만 해외 명품 업체들이 가격을 그대로 고수하고 있다.
한 백화점의 명품관 직원은 "샤넬과 티파니, 루이비통 등 수입 명품 브랜드는 개별 소비세 인하에도 가격 변동이 없다"고 전했다. 또다른 백화점 명품관 직원은 "개별소비세 인하 효과와 별개로 신상품이 많아 이달 초 매출이 소폭 늘었다"면서도 "VIP 빼고는 일반 손님이 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한태희 기자 (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