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22개 바이오시밀러 중 국내만 13개..약가 경쟁 불가피
[뉴스핌=이진성 기자] 국내 바이오시밀러 시장이 본격화 되면서 '약가 경쟁'도 본격화되는 모양새다. 시장방어를 위해 바이오 신약을 개발한 제약사가 가격을 낮추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바이오시밀러의 유일한 장점으로 꼽혔던 가격경쟁력이 상실되면서 선발주자(오리지널약)와 후발주자(복제약) 간 출혈경쟁이 불가피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최근 7년간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 LG생명과학 등 국내 제약사가 13개 품목의 바이오시밀러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전세계 제약사를 합쳐 임상시험을 진행하는 품목이 22개인 점을 감안하면 국내 제약사가 60% 수준을 차지하는 셈이다.
아울러 22개 품목 가운데 13개가 류마티스관절염에 쓰이는 TNF-α길항제다. 대표적인 오리지널 제품으로 '레미케이드'로 현재 셀트리온의 램시마를 비롯해 판매허가를 받고 있는 삼성바이오에피스의 'SB2'가 대표적인 바이오시밀러로 꼽힌다.
세계최초 레미케이드 바이오시밀러인 셀트리온의 `램시마`.<사진제공=셀트리온> |
레미케이드는 지난 1분기에만 3조800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등 매년 10조원 이상을 기록해 왔다. 하지만 특허만료가 다가오면서 국내 바이오기업들이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10조원 시장의 10%만 잡아도 1조원의 매출이 가능할 것이라는 이유때문이다. 특히 바이오시밀러의 경우 오리지널 제제와 95%수준의 동등한 효과를 지니고 있어 저렴한 가격을 내세울 경우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됐다. 이에 따라 국내 제약사들은 신시장으로 바이오시밀러를 선택한 것이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이같은 상황이 자충수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바이오시밀러의 경우 오리지널 약에 비해 더 나은 효과가 나타나서도 안되고, 효능이 낮아서도 안된다는 것이다. 실제 임상과정에서도 동등성에 가장 큰 무게를 두고, 일정 수치이상으로 뛰어나거나 뒤쳐질 경우 모두 허가가 취소된다.
즉 바이오시밀러는 저렴한 가격외에는 경쟁력이 없는 셈이다. 아울러 오리지널 약을 보유한 회사는 10여년간 막대한 자금을 벌어들였다. 가격을 낮추는 것에 무리가 없는 셈이다. 드럭인포(Druginfo)에 약품을 검색해보면 레미케이드는 39만412원, 바이오시밀러인 램시마는 37만892원이다. 2만원도 차이가 나지 않는 것이다. 당초 레미케이드는 55만7732원이었으나, 복제약이 발매되면 약가를 인하하는 약가제도에 따라 올해 상반기 30% 내렸다.
문제는 판매승인 단계인 삼성바이오에피스의 'SB2'가 출시될 경우 출혈경쟁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경쟁이 치열해져 오리지널 사가 가격 정책을 수정할 경우 바이오시밀러는 선택의 여지없이 내려야 되는 입장이다. 가격이 비슷한데 오리지널 약품대신 바이오시밀러를 처방할 의사는 없기 때문이다.
▲ 바이오시밀러 '득'보단 '실'…"이미지 나빠질까 걱정"
최근에는 한화케미칼이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하고서도 철수를 감행했다. 막대한 비용과 오랜 시간에 비해 성과가 불투명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바이오시밀러를 개발 중인 한 제약사도 막상 개발은 시작했지만 불투명한 미래로 인해 속도를 내기가 어렵다고 털어놨다.
A제약회사 관계자는 "바이오시밀러 임상을 진행중에 있지만, 실상 오리지널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힘들다는 내부의견이 많다"며 "보수적인 의료계 시장에서 가격이 좀더 비싸더라도 오리지널을 처방하자는 인식이 깔려있다. 뿐만아니라 오리지널 사가 가격을 예상치 이상으로 낮춰버리게 되면 바이오시밀러 개발사들은 투자비 회수도 힘들다는 전망도 나온다"고 밝혔다.
이같은 이유로 국내 대형제약사 일부도 바이오시밀러 시장에 관심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불투명한 바이오시밀러 시장보다는 개량신약 등을 개발해 차별화된 입지를 얻는게 유익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일각에선 바이오시밀러 시장이 유행처럼 번졌다가 실패할 경우 국내 제약사의 나쁜 이미지가 더해질까봐 두렵다는 의견도 있었다.
제약회사 고위 관계자는 "바이오시밀러 시장은 다른 측면에서보면 '블루오션'과 같이 무한한 시장은 맞다"며 "하지만 언제까지나 복제품인 것은 사실이고, 오리지널보다 주목받긴 힘들다. 이러한 불투명때문에 해외 바이오기업들은 바이오시밀러 시장에 사실상 큰 관심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업계가 보는 측면은 바이오시밀러가 정치적이슈로 자리잡는 분위기"라며 "기대를 끈 만큼 결과가 좋지 않을 경우 국내 제약사들의 나쁜 이미지가 더해질까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이진성 기자 (jin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