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확한 대안 부재에 '주주가치 훼손' 비판 잇따라
[뉴스핌=박민선 기자] 미래에셋증권의 대규모 유상증자 소식에 증권가가 술렁이고 있다. 자산관리 분야에서 두각을 보여온 미래에셋증권은 신규 조달한 금액을 통해 종합금융투자사업자로 발돋움하겠다는 계획이다. 증권업계 최대 매물인 KDB대우증권 인수전에도 적극 가담키로 했다.
하지만 미래에셋의 이같은 결정은 주식 시장에서 이렇다 할 공감대를 얻지 못하고 있다. 특히 대우증권 인수 실패시 증자를 통해 확충한 유휴자금의 활용처에 대해 명확하게 밝혀진 바가 없다는 점에서 소액주주들의 이익 가치에 반하는 결정이라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10일 미래에셋증권의 주가는 당장 17.5% 하락하며 52주 최저가를 기록했다. 대부분의 애널리스트들은 미래에셋증권의 시가총액(1조6000억원) 대비 유상증자의 규모(1조2000억원)가 너무 크다는 데 대해 우려를 보이며 주가에 상당한 부담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 "대우증권 인수 실패시 수익성 유지 어려울 것"
지난 9일 미래에셋증권은 이사회를 열고 현재 총 발행 주식의 100%인 4395만8609주의 주주 배정 유상증자와 보통주 1주당 0.3주의 신주를 배정하는 무상증자를 실시하기로 결의했다. 예상 조달 자금은 1조2070억원 규모다.
미래에셋은 대우증권 인수를 적극 검토 중이다. 투자은행(IB) 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는 미래에셋에게 'IB강자'인 대우증권은 당연히 탐나는 대상이다.
하지만 시장 전문가들은 대우증권 인수 실패시 늘어난 자본금에 따른 리스크를 감안한다면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인가 획득과 별개로 자금 활용에 대한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A 증권사 고위 임원은 "미래에셋증권이 종합금융투자사업자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는 것은 5000억원 규모의 증자로도 충분하다"며 "증자를 통해 자본금이 지나치게 불어나면 ROE(자기자본이익률)가 떨어지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기 때문에 대우증권 인수에서 실패할 경우 향후 수익성을 유지하는 것은 만만치 않은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 임원은 "(대우증권 인수는) 미래에셋으로서 한번쯤 욕심을 내볼 만한 상황인 것은 맞다"면서도 "다만 대규모의 증자로 부담을 안은 주가가 대우증권 인수 불발까지 겹칠 경우 투자자들의 손실은 상당할 수 있기 때문에 '플랜B'에 대해 밝혀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애널리스트들은 이번 유상증자로 인해 미래에셋의 올해 예상 주당순이익과 주당순자산가치가 각각 50%, 27% 가량 하락하고 ROE 역시 평균 2%p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지난 2011년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인가를 획득한 5개 대형사(KDB대우증권,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현대증권 NH투자증권)가 프라임브로커(전담중개업자)로서 갖는 현 위치를 감안한다면 무리한 증자 시행의 근거로는 더욱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프라임브로커는 신생기업을 위한 투자와 융자, 기업의 인수합병 등 종합 기업금융 부문에서 기업에 대한 신용공여와 전담중개 업무 등을 할 수 있다. 하지만 당초 금융당국의 취지와 달리 대부분이 헤지펀드 신용공여 등에서는 여전히 미미한 수준에 그치고 확충한 자금의 대부분은 채권 투자 등에 쓰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인가를 획득 중인 B 증권사 임원은 "증권업계 내 경쟁력이 심해지면서 프라임브로커들과 일반 증권사로 양분하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것이 당초 금융당국의 취지였지만 틀을 형성하는 과정에서 특혜 논란 등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당국 입장에서 한쪽의 비중을 크게 키우기는 힘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객관적으로 보더라도 이 분야는 무리해서 증자를 할 정도로 현재 많은 수익을 창출하거나 뜨거운 관심을 받는 분야는 아니다"며 "초기와 크게 다르지 않은 환경인데 미래에셋이 뛰어들 만한 메리트가 있는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 "유휴자금, 계열사 지분 취득에 사용?"
한편 이날 오전 발간된 증권사들의 일부 보고서는 미래에셋증권의 유휴 자금 활용처와 관련, 미래에셋생명 등 계열사의 지분 취득에 사용할 수 있다는 시장의 우려를 언급한 바 있다. 하지만 미래에셋증권의 요구로 해당 부분은 보고서에서 삭제된 상태다.
이와 관련해 해당 애널리스트는 "증자 목적으로 감안하지 않고 있는 부분이 명시된 것에 대해 미래에셋에서 '그렇게 활용할 계획이 없다'는 설명과 함께 삭제 요구가 있었다"며 "리포트에서 삭제된다고 해서 시장에 존재하는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고 답했다.
이 애널리스트는 "대규모 증자시 자금을 모으려면 인수 실패시 유휴자금에 대한 활용과 어떻게 주주가치를 높일 것인지에 대한 설명이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아직 증자까지 기간이 남아 있는 만큼 이에 대한 설명이 있어 투자자들이 납득할 수 있으면 된다"고 덧붙였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시장이 제기하고 있는 문제와 잡음을 해결하는 것은 단순하다"며 "미래에셋증권이 조달된 자금을 어떻게 활용하겠다는 구체적 내용을 내놓지 않아서 자초한 일이므로 투자자들의 이해를 구하는 것도 미래에셋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박민선 기자 (pms071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