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천연가스와 무관한 수수께끼 기업, 매도 권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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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뉴스핌 홍우리 특파원] 홍콩 증시에 상장한 중국천연가스(中國天然機, 00931.HK) 의 회사 정체성에 의문이 증목되면서 투자자들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한 시장 조사기관은 이 회사가 천연가스 회사도 아니고 더욱이 회사명의 '중국'과도 관련이 없는 회사라고 폭로했다. 중국 및 홍콩 증시에서 ‘중국’과 ‘에너지’는 투자자들이 특히 주목하는 테마. 그러나 ‘겉’과 ‘속’이 다르다는 소식에 투자자뿐만 아니라 행당 기업 자체도 혼란에 빠졌다. 관련 소식이 나온 직후 중국천연가스 측은 주식 거래를 잠정 중단했다.
중국천연가스 최근 5거래일 주가 흐름 |
◆ 중국천연가스, 이름만 에너지기업?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인 글라우커스 리서치(Glaucus research)는 지난 14일 한 편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총 23페이지에 달하는 해당 보고서에는 “시가총액 160억 HKD의 중국천연가스가 이름과 달리 천연가스 혹은 중국 본토와 아무런 관계가 없고, 경영진 또한 천연가스 관련 경험이 전무하다”는 내용과 함께 중국천연가스에 대한 의혹이 빼곡하게 담겼다.
글라우커스 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7월 13일 기준 중국천연가스의 천연가스 업무 수입은 13만1000HKD(한화 약 1940만원)에 불과했으며, 중국천연가스가 최근 발표한 실적 보고서를 근거로 추산할 경우 내년 천연가스 업무 수입 또한 79만1000HKD에 불과할 것으로 전망됐다.
컴퓨터 업체로 출발해 2014년 6월 사명 개명을 통해 천연가스기업으로의 변신을 선언한지 1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관련 업무의 연간수입이 100만 HKD에 못 미칠 뿐만 아니라 보유 자산 중 천연가스 관련 자산이 없고, 보유 중인 특허권이나 선진 기술 또한 없다는 점 등이 중국천연가스가 사실은 에너지 기업이 아님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글라우커스는 직격탄을 날렸다.
글라우커스 리서치는 “만약 창업기업이라면 존경할 만하지만, 시가 총액 160억 HKD의 기업에게 있어 지금의 천연가스 업무 실적은 도무지 믿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글라우커스 리서치는 이와 함께 중국천연가스가 제시한 발전 청사진에도 중대한 결함이 있다고 판단했다. 중국천연가스는 앞서 LNG 충전소 건설 시장에 진출해 내륙 하천 연안을 오가는 선박 및 대형 트럭에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현재 중국 내륙 전체 2300여 개에 달하는 LNG·CNG 충전소 모두 경험 및 자금이 풍부한 대기업이 소유하거나 운영하고 있는 등 기존 업체들의 우위가 뚜렷한 상황에서 중국천연가스가 점유율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글라우커스는 진단했다.
중형 트럭 전용 가스 충전소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1100만-1500만 HKD의 자금이 필요한데, 중국천연가스는 이미 자금의 대부분을 금융리스에 사용한 상태라는 점도 언급됐다.
중국천연가스는 일찍이 4800만 달러를 투자해 LNG 설비 및 수송관 금융리스에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으나 글라우커스는 “해당 시장의 경쟁이 이미 매우 치열해 중국천연가스가 경쟁 상대보다 더 나은 조건을 확보할 수 있다는 어떠한 이유도 확인할 수 없고 오히려 열세에 빠질 것”이라며 “투자자들은 중국천연가스가 LNG 시장에 뛰어드는 것을 신중히 평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한 중국천연가스가 지난해 11월 중국석화(中國石化) 상하이석유분공사(上海石油分公司)와 중국에서의 LNG 충전소 및 중형 트럭 업무에 관한 협력을 체결했다고 밝힌 데 대해서도 글라우커스는 “지나친 기대는 금물”이라고 강조했다. 글라우커스는 “중국천연가스와 중국석화 상하이석유분공사간 제휴는 2004년 중국가스홀딩스(中國燃氣, 00384.HK)와 시노펙간의 제휴와 다르다”며 “시노펙이 중국가스홀딩스에 투자할 때는 후자가 이미 천연가스 업무에서 상당한 수익을 올리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밸류에이션이 높지 않았지만, 중국천연가스의 경우 이미 밸류에이션이 높게 책정된 데다가 천연가스 분야에서도 이제 막 첫 발을 뗀 상태”라고 지적했다.
더불어 2014년 3월 이후 중국천연가스가 각기 다른 파트너와 구속력을 갖지 않는 협력 의향을 타진했다고 선언한 것과 관해 글라우커스는 “총 20개 협력 프로젝트 중 1개도 실현된 것이 없다”며 “20개의 협력 내용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천연가스업무분야에 약 140만-170만 HKD의 자금을 투자해야 하지만 중국천연가스의 자산부채표와 제한적인 업무 경험을 고려할 때 이 같은 규모의 협력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 컴퓨터 판매업체 '굉통집단'이 전신, 지난해 사명 개명
2001년 10월 홍콩 거래소에 상장한 중국천연가스는 ‘굉통집단(宏通集團)’을 전신으로 출발했다. 컴퓨터 판매가 주요 업무였던 굉통집단은 2007년 첨단기술업계에 컴퓨터와 멀티미디어·네트워크 솔루션 제공을 강조하며 발전을 꾀했으나 2년 뒤 닥친 글로벌 금융위기의 충격으로 컴퓨터 판매 업무를 접어야 했다. 당시 컴퓨터 부품 및 솔루션 제품 판매액은 전년 대비 98% 감소한 26만HKD까지 줄어들었다.
수입이 줄어들자 굉통집단은 부동산 판매에 뛰어들었으며, 이를 통해 1년 만에 90만 HKD의 수입을 얻었다. 동시에 주식투자도 시작하면서 산시(山西) 란화석탄(蘭花煤炭)의 지분 28.01%를 인수했다. 2011년부터 부동산 투자를 늘리기 시작한 뒤 2012년에는 컴퓨터 무역 업무를 전면 중단, 주식과 부동산 투자에 집중했다. 2012년, 홍콩 신계(新界)와 센트럴(中環) 부동산 임대를 통한 수입은 76만6000HKD를 기록했다.
그러나 2013년 부동산 관리 및 임대 시장이 침체기에 접어듦에 따라 센트럴을 제외한 다른 두 지역 부동산의 임대 수입은 ‘제로’가 되었다. 굉통집단이 액화천연가스 분야 진출을 선언한 것은 바로 이 때로, 이듬해 3월에는 평안증권(平安證券)과 ‘중국에서의 액화천연가스 업무를 위한 종합 금융 서비스 제공’을 골자로 한 전략적 협력 협의를 체결했다.
2014년 6월에는 사명을 굉통집단’에서 ‘중국천연가스그룹유한공사’로 변경했다. 이후 공식 사이트 중 주요 업무에 대한 소개 문구 또한 ‘자산투자거래 및 중국에서의 신에너지 개발, LNG 충전소 및 선박 충전 관련 인프라 건설·투자·경영 포함, LNG 차량 및 선박 판매·개조, 융자 및 임대 서비스 제공 등’으로 수정됐다.
◆ 분식파장 '한능박막(漢能薄膜, 하너지박막)' 보다 밸류에이션 높아 '주의'
굉통집단은 홍콩 증시의 수 많은 ‘셴구(仙股, 주가가 1HKD 미만인 종목)’ 중 하나였다. 그러나 중국천연가스로의 사명 변경 후 불과 1년 여 만에 주가는 무려 357% 급등했다. 지난 13일 마감가 기준 중국천연가스의 주가순자산배율(PB)은 33.9배로 집계됐으며, 이는 홍콩 동종 업계의 평균치(1.84배)는 물론 글로벌 에너지 분야 상장사 평균치(1.6배) 보다 약 30배 가량 높은 것이다.
글라우커스는 주가매출배율(PS) 또한 중국천연가스 밸류에이션이 지나치게 높게 책정되어 있음을 반영한다고 지적했다. 글라우커스에 따르면, 홍콩 및 글로벌 에너지 기업의 평균 주가매출배율은 1.32배인 반면, 2015년 5-7월의 재무데이터를 근거로 추산할 때 중국천연가스의 시가 총액은 중국천연가스 LNG 업무 연간 수입의 무려 1만9917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관해 중국 매체들은 중국천연가스의 밸류에이션이 최근 분식파장으로 홍콩거래소에 의해 강제 거래 중단된 한능박막(00566.HK 하너지박막) 보다 과도하게 높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주가가 최고가를 기록했을 때 한능박막의 주가매출배율은 27배에 불과했으며, 주가순자산배율 또한 17배를 넘지 않았다.
글라우커스는 중국천연가스의 주당 목표가격으로 0.08HKD를 제시하며, ‘매도’를 강력 권유했다.
한편, 14일 오후 거래 중단 선언 이후 밤 9시경 중국천연가스 측은 공고를 통해 “회사 내부 소식에 관한 해명 문건을 준비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글라우커스가 보고서에서 자사에 제기한 지적에 대해 해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비슷한 시각 중국천연가스 젠즈젠(簡志堅) 회장은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글라우커스의 보고서는 악의적 성격을 띄고 있고 중립적이지 않다”고 반박했다.
젠 회장은 “중국천연가스는 중국 내륙 지역의 다수 대형 중앙기업과 협력을 하고 있고 이 부분에 대해 거짓말을 할 필요가 없다”며 “회사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내고자 거래 재개 후 자사주를 매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거래 중지에 대해 젠 회장은 “홍콩거래소의 제안에 따라 결정한 것”이라며 글라우커스에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개인적 모든 역량을 회사 업무에 쏟을 것”이라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회사 임원진의 천연가스 관련 업무 경험이 전무하다는 부분에 대해 젠 회장은 “시노펙과 중국해양석유공사에서 근무한 적 있는 임원이 있고 매월 급여로 500만 HKD를 지급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제일재경일보(第一財經日報)는 이에 관해 중국천연가스의 2014년 재무보고서를 확인했으나 연간 급여 지출액이 221만2000HKD에 불과했다고 보도했다.
중국천연가스는 14일 오후 1시 21분 거래 중지를 선언했다가 17일 거래를 재개했다. 거래 중지 당시 주가는 1.46HKD였으나 17일 직전 거래일 대비 17.12% 하락한 1.12HKD에 거래를 마쳤다.
[뉴스핌 Newspim] 홍우리 기자 (hongwoor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