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 출범, 50년 외환은행 정서 포용하는데 험로 예고
[뉴스핌=한기진 기자] “감성통합하자.”
1일 서울 을지로 본사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출범식에서 함영주 초대 은행장은 화학적 통합을 넘어 감성적 통합이 절실하다고 수차레 강조했다. 두 은행 직원의 마음이 하나로 통해야 합병에 따른 '1등은행' 자리를 유지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다. 함 행장은 이를 위해 "스스로 헌신하는 자세로 직원의 마음을 얻겠다"며 자신의 역할을 분명히 보여줬다.
실제로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이 1일 오전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에서 열린 출범식에서 행기를 흔들고 있다. <이형석 사진기자> |
자신의 비서실장에 김지성 전 외환은행 노조위원장을 임명한 것. 김 전 노조위원장은 2006년경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에 외환은행 매각은 ‘불법’이라며 강력한 노조 투쟁을 주도했던 인물이다. 하나-외환은행 통합을 위한 노사 대화기구에서 노조측 협상 대표로 나서 끝까지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과 대립했다. 사측에서는 꺼림직한 인물인데도 은행장의 최고 측근 자리를 내줬다.
함 행장은 “나는 피합병은행 서울은행 출신으로 통합은행장으로서 과거 경험을 바탕으로 외환과 하나가 빠른 화학적 통합을 이뤄내는 길은 차별하지 않는 것, 포용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 방법이 뭘까 했을 때 전 노조위원장 출신을 비서실장으로 함께 가는 파트너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인사를 통해 외환은행 직원들이 차별받지 않는다는 신호를 보여주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실제로 과거 신한은행이 조흥은행과 통합했을 당시 조흥은행 노조의 “지주사 임원 수는 (조흥, 신한)출신별로 동일하게 맞춰라”는 요구를 수용했다. 특히 피인수 은행 직원의 감정이 상하는 일을 막고자 조흥은행 부장, 팀장급의 승진을 늘렸고 급여도 1년만에 신한은행 수준으로 인상했다.
함 행장이 감성통합을 위해 꺼내든 또 다른 카드는 ‘변화추진본부’다.
통합 초기에 공동체의식을 가질 수 있는 매뉴얼을 만들어 한 가족으로 만드는 대책을 내놓게 된다. 그는 “두 조직의 기업문화가 합해지는 시기가 통합 후 3개월로 잡고 있다”고 했다.
함 행장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두 은행의 감성적 통합이 성과를 맺기까지는 상당한 난관이 예상된다. 통합 법인이 출범했지만 외환은행 노동조합은 계속 존속해 1은행 2노조 체제가 된다. 이럴 경우 직원들간 화학적 결합속도는 늦어질 수 있다.
또 함 행장의 ‘영업 고수’라는 별명을 외환은행 직원들은 두려워하는 정서가 있다. 외환은행 모 부장은 “외환은행은 출발부터 한국은행에서 분리됐고 업무도 외환 등 기업금융만 해왔기 때문에, 하나은행 직원처럼 영업현장에서 고객을 만나고 매출을 올리는 일에 걱정한다”고 말했다.
함 행장은 KEB하나은행을 초일류 은행으로 만들겠다는 비전을 내놓으면서 “영업제일주의라는 강한 정신력을 바탕으로 모든 역량을 현장 중심으로 확 바꾸겠다”고 강조했다.
은행권에서는 결국 신규채용을 늘려 출신성분과 각 은행별 정서를 희석시킬 것으로 전망한다.
외환은행은 부장 등 관리자급이 실무자급보다 많은 항아리형 인력구조로, 2~3년 안에 은퇴연령에 대거 진입한다. 인력공백이 예상돼 신규직원 채용 여력이 해마다 늘어나는 구조다.
은행권 관계자는 “통합 신한은행도 공채가 늘면서 출신 성분을 따지지 않게 됐고, 인사카드에서도 출신은행을 삭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한기진 기자 (hkj7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