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롯데 상장 후 분할을 통해 지주사 설립 가능성 유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11일 오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최근 불거진 형제간의 경영권 분쟁, 지배구조 문제 등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신 회장은 이날 "롯데는 한국기업이다"라고 말했다. <김학선 사진기자> |
[뉴스핌=강필성 기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 11일 대국민 사과 발표와 함께 호텔롯데의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겠다고 선언하면서 관련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호텔롯데 상장은 수년 전부터 롯데그룹 내부에서 거론돼 왔지만 번번이 무산됐던 사안 중 하나다.
하지만 이날 신 회장이 직접 IPO를 선언하면서 상황이 급변하기 시작했다. 호텔롯데의 IPO는 단순한 계열사의 상장이 아니라 지주회사 전환의 첫 포석이 될 가능성이 크다.
◆ 호텔롯데, 상장 후 日 롯데 지배 벗어날까
현재 호텔롯데 IPO와 관련 주주 구성에 대해 신 회장이 언급한 것은 “일본 계열 회사들의 지분 비율을 축소하겠다”는 것 정도다. 하지만 이 언급이 곧 호텔롯데가 일본 롯데의 지배에서 벗어난다는 의미는 아니다.
상장 과정에서 공모를 통해 소액주주가 늘어나면서 최대주주 지분이 낮아진다는 것이지 경영권을 포기한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게 롯데측의 설명이다.
현재 호텔롯데의 주주 구성은 일본 롯데홀딩스(19.07%)를 비롯해 일본 L투자회사 12개사가 72.65%를 보유 중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일본 롯데의 지배권을 잃는다는 의미가 아니라 상장기업으로서 보다 투명하게 경영하면서 주주의 견제를 받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일본 롯데가 국내 롯데그룹을 지배하는 구조를 바꾸겠다는 것과는 전혀 다른 의미라는 말이다.
오히려 상장 직후에는 일본 롯데가 30~50%대 안정적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는 지분을 가지고 지금처럼 호텔롯데의 경영권과 지배권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 신동빈 회장, 호텔롯데 지분 확보 나설까
물론 장기적으로 이같은 지배구조가 유지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최근 경영권 분쟁이 한창인 롯데그룹에서 ‘지배력’은 가장 중요한 화두로 떠오른 상황이다. 단기적으로는 큰 문제가 될 가능성이 적지만 중장기적으로 호텔롯데의 경영권은 여전히 한국 롯데그룹을 좌우하는 변수다.
그런 맥락에서 신 회장이 이날 공개한 일본 롯데홀딩스의 주주 구성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대주주인 광윤사가 3분의 1정도의 지분을 가지고 있고, 3분의 1은 우리사주협회가, 남은 3분의 1은 자회사나 조합이 가지고 있다.
이중 신 회장의 지분은 1.4% 정도에 불과해 일본 롯데에 대한 장악력은 부친인 신 총괄회장에 비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때문에 결국 신 회장이 한국 롯데그룹의 안정적 지배권 확보를 위해서는 직접 호텔롯데의 지분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 롯데의 큰 그림은 ‘신동빈의 지주사’
무엇보다 호텔롯데는 롯데그룹의 지주회사 전환 프로젝트의 초석으로 꼽힌다. 시가총액 7조원의 롯데쇼핑보다는 아직 상장 전인 호텔롯데의 사업-투자회사 분할을 통한 지주회사 설립이 더 경제적이기 때문이다.
더불어 현재 호텔롯데의 지분을 보유한 L투자회사의 차익실현 과정에서 신동빈 회장의 지분 매입 및 주식 교환도 유력한 지분 확보 방안이다. 지주회사 전환으로 그동안 비판을 받아오던 롯데그룹의 순환출자 정리와 롯데그룹의 국적 논란은 대부분 해결할 수 있게 된다는 점도 부수적인 효과다.
재계 관계자는 “지주회사 전환을 하는 가장 큰 목적은 지배구조를 투명화하면서 오너의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대부분의 기업들은 지주회사 전환 과정에서 지배력이 더욱 공고해졌다”고 말했다.
여기서 가장 큰 변수는 경영권 분쟁이다.
신 회장의 형인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롯데홀딩스의 주총에서 승리해 이사회를 장악하게 된다면 일본 롯데의 지배를 받는 호텔롯데의 상장은 언제든지 없던 이야기가 될 수 있고 지주회사 전환도 전혀 다른 형태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아직 지주회사 전환을 위해 어떻게 구조가 정리될지는 확정된 것이 없다”며 “중장기 프로젝트인 만큼 단기간에 이뤄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강필성 기자 (feel@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