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지주회사 체제로 가야"…"현행법이라도 잘 지켜야"
[세종=뉴스핌 최영수 기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연내 순환출자의 80%를 해소하겠다고 제시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것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중장기적인 과제로 제시한 '지주회사 전환'을 어떻게 진행하는가가 관건이라는 얘기다.
신동빈 회장은 11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대국민 사과를 통해 "순환출자의 80% 이상을 연말까지 해소하겠다"면서 "중장기적으로 그룹을 지주회사로 전환해 순환출자를 완전히 해소하겠다"고 제시했다.
◆ 순환출자 80% 해소…"지배권 영향없는 수준"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11일 오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최근 불거진 형제간의 경영권 분쟁, 지배구조 문제 등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신 회장은 이날 "롯데는 한국기업이다"라고 말했다. <김학선 사진기자>
이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는 개선 방향이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공정위 고위관계자는 "순환출자를 해소하려는 방향성은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면서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지주회사 체제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순환출자 개선과 함께 현행 상법이라도 제대로 지킬 필요가 있다"면서 "황제경영 지적이 나오는 것은 현행법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기 때문 아니냐"고 지적했다.
'순환출자 80% 해소' 역시 다른 기업집단들에 비하면 '뒷북 개선'인만큼 생색낼 게 아니라는 지적이다.
강정민 경제개혁연대 연구원은 "롯데가 순환출자의 80%를 해소해도 출자단계가 워낙 복잡해서 가공의 지분은 여전하다"면서 "재벌총수의 지배권 행사에 큰 영향이 없는 수준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삼성과 현대차, 롯데 등 15개 대기업집단이 2013년 이후 2년간 순환출자 고리를 9만7658개에서 459개로 99.5%나 해소했다. 하지만 오너 일가가 평균 1%도 안되는 지분으로 거대 그룹의 지배권을 행사하는 구조는 바뀐 게 없다(그래프 참조). 이중 삼중의 순환출자 구조를 그저 단순화시킨데 불과하기 때문이다.
롯데그룹 역시 4만여개에 달하던 순환출자 고리를 현재 416개로 줄였다. 여기서 80%보다 많은 95%를 해소하고 20개만 남겨놓더라도 적은 지분으로 신 회장이 그룹 전체를 지배하는 것은 변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 광윤사·L투자회사 소유구조 투명하게 밝혀야
신동빈 회장의 사과에서 빠진 광윤사와 L투자회사의 지분구조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도 롯데의 과제로 지적된다. 신 회장의 말대로 롯데가 '한국기업'이고 L투자회사가 단순히 투자회사의 역할만 했다면 공개하지 못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달 31일 롯데측에 '해외계열사 전체의 소유구조와 임원현황' 자료를 이달 20일까지 제출하라고 요청한 상태다.
경영권을 두고 롯데그룹 형제간의 갈등이 이어지고 있는 10일 서울 여의도 소상공인연합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롯데마트, 롯데슈퍼 골목상권 퇴출을 위한 기자회견'에서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회장을 비롯해 업종별 단체장들이 성명서 발표 후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학선 사진기자> |
강정민 연구원도 "롯데호텔 투자를 위해 L투자회사가 불가피했다고 하지만 목적(투자)을 이행했으면 이후에라도 지배구조를 투명하게 개선했어야 했다"면서 "그동안 불투명한 지배구조를 유지하는데 악용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롯데측이 광윤사와 L투자회사의 소유구조를 명확하게 밝히고, 지배구조를 투명하게 개선하지 않으면 롯데에 대한 불신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뉴스핌 Newspim] 최영수 기자 (drea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