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투자자 펀더멘털에 시선 집중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2009년 이후 뉴욕증시가 장기 강세장을 연출한 데는 자사주 매입의 힘이 컸다는 것이 월가 투자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자사주 매입은 유통 주식 수를 줄여 주당순이익(EPS)을 높이고, 이어 주가 밸류에이션 부담을 떨어뜨리는 효과를 낸다. 이와 함께 단순한 수급 논리가 맞물리면서 자사주 매입이 주가 상승의 엔진으로 작용했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얘기다.
월가[출처=블룸버그통신] |
자사주 매입과 주가 흐름의 동조 현상이 깨진 사실이 최근 주요 IT 기업을 통해 분명하게 확인됐다. 대규모 자사주를 사들인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의 주가가 성장에 중점을 둔 구글 및 넷플릭스와 상반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4일(현지시각) RBC에 따르면 애플의 주당순이익(EPS)은 전체 이익보다 6.7% 큰 폭으로 늘어났다. EPS와 총이익 증가폭의 간극은 자사주 매입 효과를 설명하는 것이라고 시장 전문가들은 설명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자사주 매입에 적극 나선 결과 EPS가 총이익보다 3.7% 더 크게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EPS의 강한 성장에도 불구하고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는 2분기 실적 발표 후 주가 약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애플은 고점 대비 10% 이상 밀리며 기술적인 측면에서 본격적인 베어마켓에 진입했다.
하지만 구글은 대조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구글의 EPS 증가폭은 총이익보다 낮았다. 주주들이 자사주 매입에 따른 반사이익을 본 것이 아니라 오히려 EPS의 희석이 발생했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구글 주가는 2분기 실적 발표 후 강력한 주가 랠리를 펼치며 S&P500 지수의 IT 섹터 가운데 두각을 나타냈다. 상황은 넷플릭스와 아마존도 마찬가지다.
오펜하이머의 앤드류 버클리 포트폴리오 전략가는 “투자자들의 초점이 자사주 매입에 따른 주가 상승 효과나 EPS에서 펀더멘털로 이동하고 있다”며 “실질적인 성장이 주가를 움직이는 양상”이라고 말했다.
자사주 매입이 상당수 종목의 EPS를 강화했지만 주가 상승이 뒷받침되지 않는 것은 이 같은 맥락이라는 설명이다.
투자자들이 기업 이익의 유기적 성장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사실은 실적 발표 이후 주가 등락 폭을 통해서도 확인됐다.
업계에 따르면 나스닥100 지수에 편입된 종목들이 분기 실적을 발표한 직후 평균 5%를 웃도는 주가 등락을 보였다. 이는 2012년 이후 최고치에 해당한다.
이른바 ‘어닝 서프라이즈’를 발표한 기업이 평균 5.3% 상승했고, ‘어닝 쇼크’가 발생한 기업은 4.8% 급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스테이트 스트리트 글로벌 어드바이저스의 마이클 아론 최고투자전략가는 “최근 뉴욕증시는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인상 여부와 그리스 부채위기, 중국 증시의 불확실성 등 주변 재료를 뒤로 하고 가장 근본적인 사안인 수익성에 조명을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