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합의도 경영환경 변화라면 변경 가능
[뉴스핌=한기진 기자] 법원이 26일 하나금융지주의 하나-외환은행 조기통합절차 중단 가처분결정 ‘이의’신청을 수용한 것은 M&A(인수합병) 등 고도의 경영판단 사안은 경영권의 고유권한임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그 동안 노사갈등으로 합병이 미뤄지거나 불발된 사례가 많았는데, 이번에 법원이 분명한 선을 그어준 셈이다.
법원의 이번 결정은 지난 2월 4일 입장과는 상반된다. 당시 서울중앙지법 민사50부는 외환은행 노조가 제기한 하나-외환은행 통합절차 중단 가처분을 받아들였다. 노사가 2012년2월17일 합의한 5년간 독립경영 보장 합의서를 깨고 조기통합을 할 만한 사유가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당시 결정문을 보면, “노사단체협상은 일정기간 합병에 관한 사용자의 경영권 행사를 제한하는 내용뿐이어서 경영권의 본질적인 부분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명시했다. 노사합의서의 효력을 인정한 대목이다. 합의서의 구속력을 부인하기 위해 외환은행의 생존이 위태로울 수 있는 상황에 처했다는 증거를 요구했다. 그러나 하나금융이 법원이 납득할 만한 이유를 대지 못했고, 법원은 통합중단 가처분 결정을 냈다.
이후 하나금융은 법원에 가처분결정 이의신청을 냈고 두 차례 걸친 법원 심사를 거쳐, 60페이지에 달하는 조기통합 근거 자료를 제출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 50부는 26일 하나금융이 제출한 하나은행-외환은행 통합절차 중단 가처분 이의신청을 받아들였다. 합병은 경영권 고유권한으로 경영환경 변화시 노사합의서를 변경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법원 판결문 일부 발췌)/사진=뉴스핌> |
결정문을 보면 기업의 권리는 헌법이 보장한 것이라고 분명히 했다. 사업이나 영업을 확장, 축소, 전환하거나 폐지, 양도할 자유가 있고 합병도 경영권으로 인정했다.
특히 합병을 ‘고도’의 경영상 판단아래 이뤄지는데, “경영권 행사는 쉼 없이 변동하는 복잡다기한 여러 경제여건을 고려해 이뤄져야 하는 것으로 예외적으로 (노사합의 등) 계약의 구속력이 제한될 수 있다”고 했다.
이번 가처분중단 이의신청에서 법원은 이 같은 논리를 그대로 적용했다. 지난 2월의 가처분중단 결정도 두 은행의 주기 합병 자체가 불합리한 경영판단이 아니라, 가처분결정일 당시 상황에서 금융환경에 급격한 변동이 생기지 않아 노사합의서를 깬 이유가 없었다는 것이다.
결정문은 “가처분결정 이후, 기준금리가 1.5%로 낮아져 은행의 순이자마진이 현저히 낮아질 수밖에 없는 등 금융환경이 국내외적으로 더 악화되고 불확실해졌다”고 했다.
그래서 가처분결정 효력을 유지하는 게 적절하지 않고, 외환은행 노사가 합의한 2.17합의서에서 독립경영에 관한 사안의 구속력도 인정하지 않았다.
[뉴스핌 Newspim] 한기진 기자 (hkj7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