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산금리 되레 올라…기준금리 낮춘 효과 '반감'
[뉴스핌=한태희 기자] # 수도권 소재 포장지 A제조업체는 최근 높은 대출금리를 체감했다. 기준금리는 1.5%까지 떨어졌는데 10%가 넘는 금리에 돈을 빌렸던 것. 부동산 등 담보로 잡힐 물건도 없어 신용대출을 이용했는데 높은 가산금리가 적용됐기 때문이다. 최근 몇 개월 동안 신용등급이 변한 게 없는데도 은행은 가산금리를 올 초보다 올렸다. 이 업체는 '울며 겨자 먹기'로 돈을 빌릴 수 밖에 없었다.
19일 중소기업계에 따르면 한국은행이 올 들어 기준금리를 두번이나 낮췄지만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체감하는 금리인하 효과는 저조하다. 일부 은행이 중소기업에 돈을 빌려줄 때 적용하는 가산금리를 올려서다.
특히 긴급 경영 자금이 필요한 신용등급 7~10등급의 중소기업엔 대부분의 은행들이 뚜렷한 이유도 없이 가산금리를 올렸다. 은행은 기준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해 대출금리를 정한다.
전국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으로 지난 1월과 비교해 시중은행의 30%가 중소기업 보증서담보대출의 가산금리를 올렸다. 특히 산업은행은 기준금리가 떨어질 때 가산금리를 0.09%포인트 올렸다.
보증서담보대출은 신용보증기금과 기술신용보증기금을 포함한 보증기관이 발급한 보증서를 담보로 중소기업에 운전자금을 빌려주는 것을 말한다.
또 일부 은행은 중소기업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물적담보대출의 가산금리를 올렸다. 은행 17곳 중 5개 은행이 지난 5월 가산금리를 올렸다.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은 지난 1월과 비교해 가산금리를 각각 0.05%포인트, 0.01%포인트 인상했다.
물적담보대출은 설비시설을 포함한 공장 등 부동산, 유가증권을 포함한 동산을 담보로 돈을 빌려주는 것이다.
문제는 신용대출의 가산금리가 올랐다는 점이다. 보증기관으로부터 보증서를 발급받기 어렵고 부동산 등 담보 물건도 없는 중소기업은 신용대출을 이용하는데 은행 17곳 중 절반에 가까운 8개 은행이 가산금리를 올렸다. 하나은행은 이 기간 가산금리를 0.39%포인트 인상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상시 근로자가 5명이 채 안 되는 소상공인(제조·건설업 등은 10인 이하)은 높은 이자율에도 돈을 빌리고 있다. 이들은 신용대출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데 가산금리만 5%가 훌쩍 넘기 때문이다. 기준금리까지 더한 대출금리는 8%에 달한다.
서울 동대문구 신설동에서 봉제공장을 운영하는 김 모 대표는 "1%대 저금리라는데 솔직히 안 느껴진다"며 "은행에서 돈을 빌리기가 어렵다"고 한탄했다.
정부가 중소기업진흥공단과 중소기업청을 통해 정책자금을 빌려주고 있지만 턱없이 부족한 상황.
중소기업 69%가 시중은행의 중소기업 대출로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이들은 은행에서 돈을 빌릴 때 높은 대출금리(19.4%)와 까다로운 대출심사(17.3%), 과도한 부동산 담보요구(14.8%)가 어려움이라고 토로한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기준금리 인하가 중소기업 자금운용에 도움을 주려면 대출금리를 낮춰주고 은행 이용 문턱을 낮춰져야 한다"며 "금융당국이 시중은행의 금리 인하를 강제할 수 없지만 행정지도 등을 통해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금리 인하를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한태희 기자 (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