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 엇갈린 시선…네이버 "검색 기반 쇼핑에 집중" vs 다음카카오 "인터넷은행 관심"
[뉴스핌=이수호 기자] 모바일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네이버와 다음카카오가 핀테크(금융+기술) 분야에서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을 비롯해 핀테크사업에 소극적인 네이버와 달리 다음카카오는 TF를 조직하고 시장 생존 여부를 고민하는 등 사업화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검색 기반 노하우를 최대한 활용해 위험 부담을 줄이겠다는 네이버와 달리 모바일 생태계 확대를 위해서는 뭐든 해보겠다는 다음카카오의 상반된 전략 탓이다.
김범수 다음카카오 이사회 의장 <사진제공 = 다음카카오> |
다만 다음카카오는 지난해 출시한 카카오페이(간편결제)와 뱅크월렛카카오(송금)이 어느 정도 자리잡은 만큼, 인터넷전문은행을 출범시켜 이를 연계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지난달부터 주요 은행 및 카드사와 손을 잡고 카카오페이 체크카드를 출시하는 등 핀테크 산업에 좀 더 과감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다음카카오 관계자는 "현재 TF를 만들고 준비하면서 긍정적으로 진출을 고려 중인 것은 사실"이라며 "이것저것 검토해보고 있는 것은 맞지만 구체적으로 확정된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SK C&C와 LG CNS 등 실제 은행 플랫폼을 개설해주는 SI업체와 다음카카오가 곧 손 잡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기존 대형 금융시스템과 대항해 내부데이터 분석 노하우가 있는 SI업체들이 IT업체들과 합종연횡하는 형태로 나아갈 것이라는 설명이다. 통신 기술을 확보하고 있는 이동통신사들과의 제휴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특히 SK C&C는 이달 초 기자간담회를 통해 인터넷전문은행과 관련된 기반 기술을 소개하며 적극적으로 플랫폼 사업자에게 손을 내밀고 있다. LG CNS는 다음카카오와 이미 카카오페이와 관련된 보안 기술을 공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유리한 고지에 있는 상황이다.
다만 국내 최대 IT기업인 네이버는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가능성을 부정하며 여전히 핀테크 시장을 관망하는 모양새다. 오는 25일 출시하는 네이버페이 역시 간편결제 시장을 장악하기 보다 쇼핑 사업을 연결하는 일종의 도구라는 설명이다.
앞서 한성숙 네이버 서비스 총괄이사는 "네이버페이는 핀테크 산업의 관점이 아니라 쇼핑몰이 잘 돌아가는 구조 속에서 결제 흐름을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 <사진제공 = 네이버> |
네이버가 이처럼 핀테크 사업 진입을 극구 부인하는 이유는 금융 당국의 갖은 규제 속에서 인터넷전문은행을 비롯한 핀테크 사업이 큰 이득을 주지 못할 것이라는 내부 판단 탓이다. 네이버는 O2O(온라인-오프라인 연결) 시장을 바라보는 시각 역시, 기존에 확보한 오프라인 가맹점을 온라인으로 옮기는 오프라인-온라인 방식을 추구하고 있다.
결국 네이버가 직접 나서서 020 사업을 주도하는 것보다 오프라인 상점들을 연계해 일종의 플랫폼 역할만 대행하겠다는 의지로 비쳐진다. 이는 IT해게모니를 수성해야 하는 네이버 입장에선 큰 위험을 감수하고 신규 사업에 뛰어들기보다 안정적인 성장이 가능한 형태를 지향하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반면 다음카카오는 인터넷전문은행을 통해 생활맞춤형 서비스개발을 확대하겠다는 의지가 큰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택시와 게임사업, 카카오톡 등의 흥행 서비스들이 있으나 실패한 서비스도 적지 않은 만큼, 사업 실패에 대한 큰 두려움이 없다는 것이 내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다음카카오 내부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인터넷전문은행의 경우 특정영역에 집중된 상품개발이 가능할 것"이라며 "가령 신혼 전용 대출이나 SNS 연계 대출, 고령자 대상 자산관리 등 다양한 영역으로 진출이 가능해 새로운 틈새시장이 만들어질 수 있고 빅데이터와 연결해 다음카카오의 추가적인 성장동력도 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뉴스핌 Newspim] 이수호 기자 (lsh5998688@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