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R에서 합병 관련 이례적 언급.."일단 올해는 합병 어렵지 않겠냐"
[뉴스핌=김선엽 기자] 삼성전자가 삼성SDS와의 합병 가능성에 대해 이례적으로 기업설명회(IR)를 통해 정면으로 부인하고 나섬에 따라 애널리스트와 투자자들이 발언의 배경을 두고 혼란에 빠졌다.
이명진 삼성전자 IR담당 전무는 3일 서울 장충동 호텔신라에서 열린 삼성전자 IR에서 "시장에서 많은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지만, 삼성전자와 삼성SDS의 합병 인수 계획이 전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이 발언으로 루머를 잠재울 수는 없겠지만 경영진 입장을 (시장에) 확실히 전달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 전무의 이 같은 발언은 3시간여 걸쳐 진행된 IR 행사 마지막에 나왔는데 참석자들은 그의 발언에 놀랍다는 반응이다.
통상 IR행사에서는 기술적인 부분을 소개하고 향후 비즈니스의 방향성을 소개할 뿐 인수·합병 등에 대해 언급하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삼성SDS와의 합병은 오너가 지분 문제가 걸려있는 사항으로, 지배구조와 밀접하게 관계된 부분이기 때문에 IR에서 이와 관련된 발언이 나올 것을 예상한 참석자는 많지 않았다.
때문에 삼성페이, 사물인터넷(IoT), 반도체 3개 세션으로 진행된 행사에서도 이와 관련한 질문은 나오지 않았다. 어차피 답을 기대할 수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전무가 행사 마지막에 삼성전자와 삼성SDS의 합병 가능성을 공식 부인함에 따라 참석자들은 그 발언의 배경을 두고 궁금함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했던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참석자들이 '멘붕'이다"라며 "왜 뜬금없이 그런 발언을 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저렇게 말한 이상 적어도 올해 내 합병은 없는 것 아니겠는가"라고 덧붙였다.
최근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와 삼성SDS가 합병할 것이란 루머가 끊이지 않았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SDS의 지분을 11.25%나 갖고 있지만 삼성전자 지분은 0.57%에 불과하므로 양사의 합병을 통해 지배력을 확보할 것이란 시나리오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이 합병을 선언함에 따라 이 같은 지배구조 개편 시나리오는 힘을 얻어왔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주가는 최근 하향곡선을 그린 반면 삼성SDS 주가는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하지만 삼성 측은 이와 관련해 계속적으로 부정적인 태도를 취해 왔다.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고위 관계자 역시 지난달 28일 뉴스핌과의 통화에서 "외부에서 그런 얘기들이 나오는 것 같은데 우리는 그와 관련해 검토한 바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이날 행사의 또 다른 참석자는 "(삼성전자의) 펀더멘탈 대비 주가가 너무 떨어져서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한 차원이었는지, 아니면 또 다른 의중이 있는 것인지 가늠하기 어렵다"며 "일단 내일 삼성전자 주가는 상승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김선엽 기자 (sunu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