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도가능→만기보유'로 변경…자금시장 '돈가뭄' 우려도
[뉴스핌=김성수 기자] 미국 은행들이 연내 금리 인상을 앞두고 '만기보유 채권' 비중을 늘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이 올해 중 금리를 올리겠다고 재차 강조한 가운데 은행들도 수익성에 타격을 입지 않기 위해 나름대로의 방책을 마련하고 있다.
<출처=블룸버그통신> |
미국 대형은행 중 채권 회계처리를 '매도가능' 방식에서 '만기보유'로 갈아탄 경우는 지난 2013년 말 기준으로 12.7%였으나, 지난해 말 15.2%로 오른 데 이어 올해 1분기에 16.1%로 꾸준히 늘어났다.
지난달 한국금융연구원 금융동향센터가 발표한 '미국 은행들의 채권포트폴리오 조정' 보고서에서도 비슷한 분석이 제기됐다.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산하 6500여 은행들은 2013년 7월~2014년 12월까지 2930억달러 규모의 채권 투자 금액을 만기보유 계정으로 전환했다.
만기보유(HTM, held-to-maturity) 방식은 말 그대로 채권을 '만기까지 보유'할 때 적용되는 회계처리 방식이다. 이 방식은 채권 가치에 대한 시가 평가를 하지 않기 때문에 연준의 금리 인상으로 시중금리가 올라도(채권가격 하락) 은행의 채권 평가손실에 잡히지 않는다.
반면 매도가능(AFS, available-for-sale) 방식은 금리 변화에 따른 채권가격 평가손익을 기말에 반영하는 방식이다. 은행들은 금리가 올라 채권 가치에 손실이 생길 경우 국제결제은행(BIS) 규제에 따라 자본을 더 확충해야 하는 부담을 지게 된다.
최근 은행들이 채권 회계처리를 만기보유 방식으로 바꾼 것은 금리인상 충격에 덜 민감한 '만기보유' 방식을 선택함으로써 향후의 채권가치 손실 가능성을 미연에 방지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다만 은행들의 이러한 행보로 자금시장이 경색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미국 회계규정상 매도가능 채권을 만기보유 채권으로 전환할 경우 3년 이내에 매도가능 채권으로 다시 바꿀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유통시장에서 거래되는 채권 물량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한국금융연구원은 "매도가능 채권이 줄고 만기보유 채권이 늘어나면 기업들이 신속히 자금조달을 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며 "은행의 시장조성자 기능도 떨어져 채권시장 유동성이 경색될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크레디트스위스는 "과거에도 (연준이 금리를 올리는) 신용긴축기에는 은행들이 채권 포트폴리오를 기존과 다르게 바꾸는 경우가 많았다"며 "그 결과 (채권의) 만기가 연장되는 리스크나 채권 포트폴리오 재조정에 따른 손실이 발생하는 경우가 생겼다"고 설명했다.
[뉴스핌 Newspim] 김성수 기자 (sungs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