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면적 QE는 신중, 투자 소비확대 주력
[편집자주] 이 기사는 5월 4일 17시 26분 뉴스핌의 프리미엄 뉴스 ′안다(ANDA)′에서 표출한 기사입니다.
[베이징= 뉴스핌 홍우리 특파원] 중국 경기 하강 압력이 날로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중국 당국이 당장은 전면적 양적완화(QE) 대신 금리 인하 등을 통한 경기 부양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금리 인하 시기가 임박했다고 예측하며, 당국이 꾸준한 투자와 소비진작을 통해 안정적 성장을 실현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중국은 지난달 1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전년 동기 대비 7% 증가했다고 밝혔다. 분기 기준으로 2009년 1분기의 6.2% 이후 가장 부진한 상승률이다.
이어 발표된 구매관리지수(PMI) 도 부진을 면치 못했다. 1일 중국 국가통계국과 중국 물류 및 구매연합회가 공동으로 발표한 4월 PMI는 50.1로 경기확장과 위축의 기준선인 50%를 소폭 웃돌며 3월과 같은 수준을 유지했지만, HSBC는 중국 정부 통계치 보다 낮은 48.9로 집계됐다고 4일 밝혔다. HSBC 집계치 기준으로 4월 중국 PMI는 3월의 49.6은 물론 시장 전망치인 49.4, 앞서 내놓은 잠정치 49.2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 금리 인하 초읽기, 5~6월 시기조율
1분기 GDP 상승률이 7%에 그치고 제조업 경제지표까지 부진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중국 정부가 강도 높은 경기 부양책을 내놓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5·1라오둥제(勞動節 노동절) 연휴를 하루 앞두고 열린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회의에서는 현지 경제 상황과 경제 업무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이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회의는 경기 하향 압력을 고도로 중시하고 있다며, 특히 적극적인 재정정책으로 공공지출을 확대하고 감세 및 불필요한 비용 청산에 더욱 힘을 내기로 결정했다. 또한 온건한 통화정책을 적절하게 유지하고, 투자의 핵심 역할 발휘에 주목할 것이라는 점도 강조됐다.
이에 대해 교통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 롄핑(連平)은 “경제 성장 동력이 여전히 약한 상황에서 적극적은 재정정책을 통해 지출을 늘리고 구조조정을 위한 노력을 배가해야 한다”며 “통화정책 또한 완화 쪽으로 조정되어 경영비용을 낮추고 기업 생산 및 경영에 더욱 나은 환경을 조성해주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로서 중국 정부가 취할 가능성이 가장 큰 조치는 금리 인하라는 게 많은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먼저 국태군안(國泰軍安) 증권은 “미국이 3분기 중후반기에 금리 인상 주기에 돌입할 것으로 점쳐지는 가운데 중국에 있어 가장 유리한 금리 인하 시점은 2분기부터 시작될 것”이라며 2분기와 3분기에 각각 1차례씩 금리가 인하될 것으로 예상했고, 중신(中信)증권은 최근 발표한 2분기 거시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수요가 감소하고 있는 등의 상황에서 2분기에 지급준비율 및 금리 인하가 각각 1차례씩 단행될 것으로 전망했다.
노무라증권과 스탠다드 차타드 등 다수 외국계 은행 분석 또한 중국 국내와 다르지 않다. 스탠다드 차타드는 중국 중앙은행이 6월 말 다시 한번 기준금리를 0.25%p 인하하여 자금 비용을 절감하는 동시에 중앙은행이 외화를 매도해 위안화 가치의 급락을 막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필요할 경우 지준율을 인하해 외화 간섭 조치로 상실된 중국 국내 유동성 보완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고 스탠다드 차타드는 내다봤다.
앞서 중국 중앙은행 통화정책위원회 위원 천위루(陳雨露)는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지준율이 18.5%에 달하고 소비자물가지수(CPI)와 경제상황 등을 고려할 때 지준율 재인하 가능성 및 공간이 여전히 존재한다”고 밝힌 바 있다.
◆ 전면적 QE는 '글쎄'
지난달 말 중국 안팎에서는 ‘곧 중국판 QE조치가 나올 것’이라는 소문이 무성했다.
중국 다수 매체들이 외신을 인용해 ‘중국 중앙은행이 시중은행 자산을 직접 사들이는 방식으로 본원통화를 공급하고, 이를 통해 사회의 장기적 융자 비용을 낮출 것’이라는 보도를 내보냈고, 마켓뉴스인터내셔널(MNI)는 소식통을 인용, 중국 중앙은행이 지방채를 직접 사들이는 방식으로 기업 실적을 개선하고 경기를 부양할 것이라고 전한바 있다.
이 같은 보도가 나오고 하루 뒤, 중국 중앙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 마쥔(馬俊)은 “중앙은행이 지방채를 직접 매입하는 방식으로 본원통화를 공급한다는 보도는 사실 무근”이라며 “특히 기존의 법률에 따를 때 정부가 지방채를 직접 매입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 일축했다.
마쥔은 또 “중앙은행이 맞춤형 대출•금리•지준율과 다양한 유동성 조절 수단을 확보하고 있고, 이를 통한 유동성•통화량 및 신용대출의 안정적 증가 유지가 가능할 뿐만 아니라 중앙은행법 자체로도 중앙은행이 정부에 직접 융자를 제공하는 것은 금지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상당수 전문가들 역시 중국 당국의 QE 시행은 아직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먼저 천위루는 앞서 이뤄진 지준율 인하는 완화와 긴축을 적당히 조절하기 위해 취한 통화정책으로 강력 부양조치와는 다르다며 외신을 통해 나온 QE 시행 보도에 선을 그었다.
원빈은 “인민은행이 지방정부채권을 직접 매입하는 것은 재정 적자를 통화화 하는 행위로 법적으로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중앙은행이 유동성을 완화할 다양한 수단을 많이 확보하고 있고, 중국 경제가 아직 법적 규정을 거스를 정도로 악화된 것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국무원 발전연구센터 금융연구소 종합연구실 주임 천다오푸(陳道富) 또한 “이른바 QE라는 것은 상시적 통화정책이 실패했을 때 장기금리를 억제해 대출과 경제성장을 자극하기 위한 조치로서 중국의 현재 경제상황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발발 당시 구미 상황과 다르다”며 “중국의 1년만기 대출기준금리는 여전히 5.35%에 달하고 이는 상시적 정책수단을 활용할 여력이 충분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 성장의 핵심은 ‘안정적 투자’
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는 동시에 인프라 건설 확대 등 안정적 투자 또한 안정적 경제 성장 실현을 위한 핵심으로 강조되면서 ‘일대일로(一帶一路)’와 징진지(京津冀, 베이징·톈진·허베이) 통합 프로젝트가 투자의 중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민생(民生)증권연구원 집행 원장 관칭유(管淸友)는 “지난달 30일 열린 중앙정치국 회의가 이미 ‘적극적 재정이 충분히 적극적이지 않다’는 문제를 인식하고 ‘공공지출 확대’를 강조함과 동시에 여러 분야의 적극성을 유발했다”며 “향후 인프라 투자 붐이 일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관칭유는 “인프라 건설의 기본 관점은 여전이 지역 발전으로 ‘일대일로’와 징진지 공동 발전·장강(長江)경제벨트가 핵심”이라며 “이와 함께 ‘인터넷 플러스’를 대표로 하는 정보 인프라 투자와 융자 방식에 있어서 사회자본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기 위해 PPP와 도시화기금을 통한 자금 부족분 메우기에도 많은 투자가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신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 주젠팡(諸建芳) 또한 “단기적으로 경제성장을 위해 투자에 의존할 것이며 안정적 투자를 위한 핵심은 여전히 인프라 투자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젠팡은 “경제 수요 부진이 투자 확대를 제약하겠지만 현재 곳곳에서 투자 증대의 적극적인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며 그 신호로 ▲ 인프라 건설 추진 하에 신규 착공 규모 반등 ▲일대일로 건설 관련 중국 철도·전력·파이프 네트워크 등 건설 속도 제고 ▲부동산 판매량 최저치 기록한 상황에서 부동산 투자 급감 가능성 작다는 점 등을 지목했다.
[뉴스핌 Newspim] 홍우리 기자 (hongwoor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