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유통업체들, 제품 환불 받지 않기로 내부 방침
[뉴스핌=강필성 기자] “조사결과 내츄럴엔도텍의 백수오 원료에 식품에 사용이 금지된 ‘이엽우피소’가 함유된 것으로 확인 됐습니다” - (식품의약품안전처 소비자안전국)
일주일간 이어져 온 한국소비자원과 내츄럴엔도텍의 가짜 백수오 논란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발표 이후 빠르게 소비자원의 승리로 귀결됐다. 그간 내츄럴엔도텍은 자사 주력품인 백수오에 ‘이엽우피소’가 함유 돼있다는 소비자원의 발표에 대해 4차례에 걸쳐 반박했지만 식약청 발표이후 인정하는 분위기다.
백수오. <사진제공=내츄럴엔도텍> |
내츄럴엔도텍 관계자는 “제품에 자신이 있었던 만큼 식약처가 ‘이엽우피소’가 함유됐다고 발표했을 경우에 대한 시나리오 자체를 준비하지 않았다”며 “사과문을 준비했지만 법률자문 결과 부적절한 용어나 표현이 있다고 판단해 발표를 연기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향후 소송이나 검찰 조사 등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에 사과문마저 신중할 수밖에 없었다는 뜻이다. 결과적으로 백수오 진실공방은 소비자원의 일방적 승리로 막을 내리는 분위기다.
하지만 논란이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후폭풍은 작지 않을 전망이다. 실제 최근 일주일간 내츄럴엔도텍의 대응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적지 않다.
◆ 내츄럴엔도텍은 가짜 백수오 혼입 정말 몰랐나
가장 큰 의혹은 내츄럴엔도텍이 ‘이엽우피소’의 혼입 사실을 정말 몰랐느냐는 점이다.
식약처 및 소비자원, 내츄럴엔도텍에 따르면 이들은 모두 지난달 26, 27일 입고된 백수오를 개별적으로 조사했다. 소비자원이 먼저 조사 후 ‘이엽우피소’ 혼입여부를 밝혀냈고 이후 식약처와 내츄럴엔도텍이 같은 날 같은 공간에서 각각 원료를 채취했다. 이중 내츄럴엔도텍만 아무런 이상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내츄럴엔도텍 관계자는 “우리 자체 조사 결과로는 이엽우피소가 검출되지 않았다”며 “원료 특성상 원료를 채취할 때 ‘이엽우피소’가 한뿌리만 포함돼도 검출되고 빠지면 검출되지 않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는 납득하기 힘들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간 회사 측은 소비자원의 조사방법이 잘못됐다며 잘못된 정보를 유관기관에 흘렸다거나, 조사 과정에 수차례 거짓말, 회유를 했다고 비난했다. 심지어 최근에는 시료 채취 절차가 잘못돼 조사가 원천 무효라는 주장까지도 제기했다.
이미 내츄럴엔도텍은 소비자원에 조사결과 발표금지 가처분을 신청한 것에 이어 민·형사상 법적 책임을 묻겠다는 의지까지 밝힌 상황.
하지만 이같은 온갖 의혹을 주장하는 동안 임원들이 앞다퉈 주식을 매도하기도 했다. 이미 ‘이엽우피소’의 혼입여부를 인지했으면서도 버티기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 과정에서 내츄럴엔도텍의 시가총액은 1조원이상 증발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당시 일각에선 임직원들이 스톡옵션 인수 물량을 팔기 위해 시간 끌기를 하는 게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됐다”며 “실제 임원들이 실제로 판 정황까지 나오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 가짜이긴 한데…환불은 없어
결과적으로 식약처가 소비자원의 손을 들면서 백수오 논란은 빠르게 종식되는 분위기다.
문제는 소비자다. 백수오는 최근 2~3년간 홈쇼핑을 통해 집중적으로 소개되면서 ‘대박’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건강기능식품이다. 갱년기장애 개선 및 면역력 강화·항산화 작용 등이 있다고 알려지면서 특히 중장년층 여성들을 중심으로 수요가 급증한 것.
지난해 백수오 관련제품 시장 규모만 약 3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팔린 제품 중 어디에 얼마나 ‘이엽우피소’가 함유됐는지는 미지수다. 심지어 소비자원의 조사가 없었다면 내츄럴엔도텍의 제품은 여전히 아무 문제가 없는 제품으로 판매됐을 가능성이 컸다.
하지만 정작 식약처의 가짜 백수오 판단에도 불구하고 환불은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식약처 관계자는 “이번 조사는 3월 26~27일 입고 원료로 제조된 제품은 유통되지 않고 있다”며 “해당 원료를 회수·폐기하기로 했지만 이는 시중 유통 제품에 대해서는 해당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입고일이 다른 원료는 재배농가, 재배지 등이 상이할 수 있으므로 동일한 원료가 아니라는 것이다. 실제 지난 2월 식약처에서 내츄럴엔도텍에 대한 조사 결과 ‘이엽우피소’가 함유되지 않았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이에 따라 주요 유통업체들은 제품을 환불 받지 않기로 내부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백수오를 원료로 제품을 제조하는 전국 256개 식품제조가공업체와 44개 건강기능식품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전반적인 관리실태 특별점검 및 시중 유통된 제품 수거 검사를 실시 중”이라며 “유통된 제품에 대한 조치는 이 검사 결과가 나와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향후 논란은 검찰 조사로
이제 공은 검찰로 넘어갈 전망이다. 정부기관인 식약처에서 내츄럴엔도텍의 ‘이엽우피소’의 혼입여부 논란에 방점을 찍은 만큼 왜 ‘이엽우피소’가 혼입됐는지, 왜 회사 측에서 일주일간 버티기를 했는지 여부에 대한 수사가 예고 돼 있기 때문이다.
이미 소비자원은 이와 관련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고 식약처도 조사결과에 따라 적극적으로 대응하기로 한 상태. 이 외에도 유통업계 및 내츄럴엔도텍으로부터 원료를 공급받은 백수오 제조사도 검찰 조사 결과에 따라서는 소송이 추가적으로 진행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소비자원은 이날 “문제가 있는 백수오 제품을 구입하여 피해를 입은 소비자가 피해구제를 신청하면 관련 법규 및 절차에 따라 피해보상에 최선을 다할 예정”이라 “이를 위해 한국소비자원은 관련 사업자와의 간담회를 통해 구체적인 피해구제 방안을 조속히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뉴스핌 Newspim] 강필성 기자 (feel@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