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바닥론 무게 실리면서 시장 혼란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월가의 채권 트레이더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인플레이션 향방을 걷잡을 수가 없다는 호소다.
불과 3개월 전까지만 해도 채권 트레이더들은 미국의 디플레이션 리스크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인플레이션 상승에 대한 우려가 번지면서 트레이더들은 채권 투자 리스크를 헤지하는 데 잰걸음을 하고 있다.
채권시장의 기류가 불과 수개월 사이 급변한 것은 국제 유가가 배럴당 50달러에서 바닥을 찍었다는 의견에 무게가 실린 것과 무관하지 않다.
여기에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 향방에 대한 투자자들의 전망이 바뀐 것도 채권시장에 파장을 일으킨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신발 유통업체 DSW의 할인 현장[출처=블룸버그통신] |
연준의 금리인상이 미국 경제의 회복을 꺾어 놓을 것으로 우려했던 투자자들은 국제 유가 급락에 따른 충격을 벗어날 때까지 금리인상을 보류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브라운 브러더스 해리만의 제임스 에반스 머니매니저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 갖가지 악재들을 거쳤다”며 “이 때문에 연준은 금리인상에 조심스러운 행보를 취하고 있고, 인플레이션이 상승할 여지가 높아지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5~10년 만기의 물가연동채권(TIPS)을 적극 매입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바클레이스에 따르면 이달 들어 트레이더들의 TIPS 거래가 크게 늘어나면서 전체 채권시장에서 TIPS의 거래 비중이 2.75%까지 늘어났다. 이는 사상 최고치에 해당하는 수치다. 또 올 들어 투자자들은 재무부가 발행한 TIPS의 72%를 사들였다. 이는 2003년 이후 가장 높은 기록이다.
이는 채권시장의 인플레이션 전망 추이와도 맥을 같이 한다. 앞으로 수년간에 대한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상승하면서 채권 수익의 구매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채권시장은 앞으로 5년간 인플레이션을 1.71%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말에 비해 0.5%포인트 상승한 것이다. 그리고 최근 4개월간 전망치 상승폭은 4년래 가장 높은 수치다.
누빈 애셋 매니지먼트의 완종 컹 머니매니저는 “연준에 대한 투자자들의 입장이 크게 달라졌다”며 “통화정책 방향에 대한 전망이 확연하게 변했다”고 전했다.
모간 스탠리에 따르면 채권시장의 트레이더들은 연준이 12월 첫 금리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는 불과 1개월 전 9월에서 3개월 늦춰진 것이다.
다만, 달러화가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인플레이션이 34개월에 걸쳐 연준의 목표치인 2.0%를 밑돈 것은 달러화 강세가 주요인으로 핵심 요인으로 자리잡고 있다.
밥슨 캐피탈 매니지먼트의 더그 트레밸리언 펀드매니저는 “전반적인 인플레이션 향방이 여전히 달러화 상승에 커다란 영향을 받고 있다”며 “인플레이션이 당분간 크게 상승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