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GS-NIPT 신기술, 하반기 수출 본격화...하반기로 갈수록 실적 큰 폭 증가
[편집자] 한국경제의 성장엔진이 그 추동력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글로벌 산업 패러다임이 급변하면서 기존 주력산업은 후퇴하고, 이를 받춰줄 신성장산업이 뚜렷하게 떠오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에 뉴스핌 증권부는 한국의 미래를 이끌만한 ′강소기업′을 찾아 그들의 기술력, 잠재적 성장 가능성에 대해 보다 면밀히 살펴보기로 했습니다. 미래 먹거리를 찾아 고군분투하고 있는 강소기업 CEO들의 차별화된 전략, 성공과 실패 경험을 통해 좁게는 증시투자자, 넓게는 한국경제 전반에 투자 및 경영관련 혜안을 전하고자 합니다. 연중 기획으로 주 1~2회로 예정인 [핫CE0] 인터뷰 시리즈에 독자들의 관심과 성원을 기대합니다.
[뉴스핌=홍승훈 기자] "더 이상 산모들의 DNA 유전자 정보 해외 유출을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최근 분자진단시장내 신흥강자로 떠오른 랩지노믹스. 이 회사는 최근 '피 한방울'로 뱃속 태아의 유전자 이상 유무를 확인하는 검사를 상용화하기 시작했다. 정확도는 기존 양수검사와 동일한 99% 이상이다.
NGS-NIPT(Non-Invasive Prenatal Test : 비침습 산전 유전자 검사)로 불리는 이 기술은 산모의 배에 주사를 찔러 양수를 직접 채취하는 방식의 '양수검사'나 정확도가 떨어지는 '피검사'의 한계를 극복했다. 국내 산모들의 DNA 유전정보 해외 유출 걱정을 할 필요도 없고, 현재 관련 검사를 진행하는 미국(4개사), 중국(2개사)에 비해 가격경쟁력도 갖췄다.
진승현 랩지노믹스 대표이사 <이형석 사진기자> |
독자 편의를 위해 NGS-NIPT에 대해 간결한 설명을 요청했다. 진승현 대표는 "태아의 유전자 변이 여부를 검사하는 산전 유전자진단으로 산모의 혈액 중에 돌아다니는 소량의 태아 혈액내 세포조각을 증폭해 검사하는 기법"이라며 "산모 뱃속의 양수를 직접 채취하는 양수검사가 유산이나 태아 실명 등의 위험을 수반하는데 비해 NGS-NIPT 방법은 그런 위험도가 전혀 없다. 반면 정확도는 양수검사와 동일하다"고 설명했다.
이미 최근 심포지엄에 참석한 병원들에서 검사의뢰를 하기 시작한 가운데 진 대표는 향후 3개월 정도 추이를 보면 향후 매출 잠재력을 예상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또 하나의 경쟁력은 가격이다. 전세계에서 이 진단기술을 갖고 있는 곳은 미국(4개사)과 중국(2개사). 비용측면에서 미국은 900달러~2000달러를, 중국은 450달러 가량을 받는다. 산모 부담을 기준으로 하면 중국의 경우 100만원에 달한다. 랩지노믹스의 산모 부담가는 이보다 최소 30% 이상 낮아 가격경쟁력이 갖췄다.
현재 산모들에게 주로 이뤄지는 양수검사 비용(70~80만원)와 비교해도 낮은 수준이다. 국내선 공식통계가 없지만 미국에선 기존 양수검사 시장의 20%를 NGS-NIPT가 대체하며 시장을 키워가고 있는 상황. 정확도가 동일한 상황에서 뱃속 태아에 대한 유산 리스크를 덜어낸 것이 산모들의 트렌드를 바꿨다.
검사기간 단축도 강점이다. 미국이나 중국의 서비스를 받을 경우 임신 13주 이상부터 검사가 가능하지만 랩지노믹스는 10주부터 가능하다. 양수검사의 경우 배양을 해야하기 때문에 검사결과가 나오기까지 2주가량이 소요되지만 랩지노믹스의 경우 일주일내 결과가 나온다.
최근 우려되는 산모들의 DNA 유전자 정보 해외유출 문제 해결된다. 진 대표는 "NGS-NIPT 기술을 국산화하면서 과거 고비용 문제, 산모 DNA 정보의 해외 유출 문제도 동시에 해결할 수 있게 됐다"며 "국내 병원들에서 이같은 니즈가 있다는 것을 알았고 3년여 연구개발끝에 최근 성공해 서비스를 시작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비용을 줄일 수 있었던 데는 랩지노믹스만의 기술력 영향이 컸다. 진 대표는 "분자진단 검사시 쏟아지는 방대한 양의 데이터에서 규칙을 발견하고 분석하는 기술, 즉 독자적으로 라이브러리 제작기술인 비아태그(VIATAG) 기술을 개발해 원가를 크게 절감할 수 있었다"며 "미국에 비해 후발주자다보니 좀 더 실용적인 측면으로 접근하는데 주력했다"고 답했다. 이 외에 알고리즘 판독 프로그램인 제네브로(GeneBro)는 정확도를 높이는 데 역할을 했다는 전언이다.
시장 잠재력은 어느정도일까. 일단 증권가에선 NGS-NIPT에 대해 국내서 300~400억원 가량의 매출을 예상했다. 이는 랩지노믹스의 지난해 연간 매출액(232억원)을 뛰어넘는 규모다. 정보라 동부증권 연구원은 "최근 노산비중이 증가하면서 관련시장이 꾸준히 성장할 것"이라며 "신생아 출산 45~55만명 중 고위험도산모(35세 이상)와 난임산모가 약 20% 내외여서 장기적으로 300~400억원 매출이 가능할 것을 보인다"고 예상했다.
이에 대해 진 대표는 "NIPT는 1000억원 이상의 시장이 될 것이다. 결혼 적령기가 높아지면서 40대 초산이 많아지고 있다. 난임산모(시험관아기 등) 니즈도 큰데 이를 위해 국내 한 불임전문병원과도 논의 중에 있다. 일단 내년께 시장규모가 300~400억원 가량은 될 것 같다"고 내다봤다.
기술력과 제품은 일단 수긍. 이를 어떻게 어디에 팔 것이냐의 문제가 남는다. 병원 진입장벽이 높다는 건 익히 알려진 사실. 하지만 사업초기부터 병원을 찾아다니며 맨땅에 헤딩하기를 십수년. 진 대표에게 병원 문턱은 높지 않았다. 메디포스트 시절부터 10년 이상 이어온 병원 네트워크가 그의 자신감이다.
"현재 국내 3000여개 이상의 병원과 200개 이상의 산부인과 전문병원 네트워크가 강하게 구축돼 있어요. 10년동안 발품팔며 열심히 영업한 결과죠. 사실 영업에는 '성실' 이상의 무기가 없습니다. 초기엔 고생 정말 많았지만 지금까지 산부인과 등에 국내 최초 아이템(취약X증후군, 기형아 검사 등)도 많이 선보였어요. 사업초기 첫달 월 매출 400만원에서 시작해 지금껏 헤아릴 수 없이 문전박대를 당하며 이뤄낸 네트워크예요."
경영철학에 대해 묻자 진 대표는 마케팅을 강조했다. "회사를 경영해오며 어느 것보다 신경을 많이 쓰는 게 영업파트예요. 직원들에게 항상 '된다는 생각'을 갖으라고 말합니다. 제로에서 1% 가능성을 만들고 나서 1%를 100%로 만드는 건 긍정의 힘이라는 게 회사를 경영하며 느낀 제 철학입니다."
이와관련, 진 대표를 몇 차례 만난 자산운용사 한 CEO는 "바이오기업 탐방을 가면 기술력에 대해서만 자랑하는데 사실 여의도에선 이같은 기술력이 마케팅으로 어떻게 이어지느냐가 주된 관심"이라며 "이런 점에서 진승현 대표는 기술력을 마케팅으로 연결시키는데 남다른 능력이 있더라"고 기억했다.
진 대표는 최근 개최한 심포지엄 분위기를 곁들이며 마케팅 기대감을 대신했다. "이번 NIPT를 처음 발표했던 심포지엄(맘가드테스트, MomGuard™Test) 반응을 보면 시작이 좋습니다. 저녁 7시 러시아워 시간인에다 비까지 내렸는데 예약했던 200석을 훌쩍 넘게 의사들이 와주셨죠. 대부분 데이터의 정확도 여부, 검사비용, 검사기간 등에 관심이 보였는데 아산병원과 제일병원(옛 삼성제일병원)에서 실시한 임상 테스트 결과에 대해서도 대부분 만족하셨어요."
세미나 이후 각 병원에선 랩지노믹스에 NIPT 검사의뢰를 시작했다. 진 대표는 "일단 4월 100건(명), 5월 200건, 6월 400건 정도를 예상하고 있다"며 "이렇게 연착륙 하면서 병원업계에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면 잘 될 것 같다"고 기대했다. 초기 안정화작업을 거쳐야하는만큼 너무 많은 검사의뢰가 들어와도 걱정이라고 진 대표는 덧붙였다.
이렇듯 NGS-NIPT를 통해 국내시장 공략에 나서는 랩지노믹스는 해외시장에 대해서도 최근 신무기를 장착하고 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성 감염성 질환 여부를 진단하는 DNA칩와 뎅기, 말라리아 등 5종을 진단하는 PCR(중합효소연쇄반응)기기 및 키트(Kit)가 대표 제품이다. 해외시장 개척은 인도네시아에서 시작한다.
진 대표는 "PCR기기 등은 인도네시아 현지 제약사를 통해 추진중이며 하반기 수출이 개시될 것"이라며 "이미 시제품 납품은 1년전 시작됐고 가격경쟁력을 갖고 있어 어렵지 않게 진출할 수 있었다"고 자신했다.
다만 중국의 경우 시장 진출이 다소 더딜 것으로 전망됐다. SK텔레콤과 공동으로 추진하는 중국현지기업과의 조인트벤처 설립 추진건에 대해 진 대표는 '신중한 스탠스'를 보였다.
"중국에 대해선 DNA칩 기술이전을 통해 매출액 기준 3% 로열티를 받을 예정입니다. 다만 SK텔레콤과 함께 추진해온 JV건은 솔직히 더디게 진행되고 있어요. 처음엔 어렵지 않을 것으로 봤는데 시간이 갈수록 어려운 동네가 중국이더라구요. 일단 잠정유보된 상황으로 보면 됩니다."
삼성병원과 공동개발 중인 암 맞춤치료 진단법 '캔서 패널(Cancer Panel)에 대해선 "예정대로 하반기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답했다. 진 대표는 "가장 적절한 항암제를 찾아주는 캔서패널의 경우 미국에선 1조원 시장이 형성돼 있지만 국내는 아직 없는 상황"이라며 시장 잠재력을 강조했다.
지난해 매출 232억원(전년비 36.7%↑), 영업이익 26억원(67.5%↑)을 기록한 랩지노믹스. 올해 실적은 어느정도 수준을 염두에 두고 있을까. 진 대표는 "NIPT 서비스가 시작됐으니 석달정도 지나보면 추이가 나올 것 같은데 현재로선 작년 수준의 성장률은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며 "하반기 수출이 시작되면 올해보다 내년이 더 기대되는 상황인 것은 분명하다"고 힘줘 말했다.
인터뷰를 마치고 나오는 길 궁금했던 한 가지를 물어봤다. 중앙대 사진학과 출신으로 대학원(홍익대)에선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그에게 "비전문가로서 의사 등 전문가들을 상대하는 게 어렵지 않냐"고.
"솔직하게 아는 척 안해요. 알아도 모른척 하는게 편합니다. 그런데 이게 오히려 결과적으로 좋더라구요. 사업으로 만난 의사나 박사분들 보면 어딘지 모르게 잘난척을 하시거든요. 그러니 의사 출신 바이오기업 CEO들은 되레 서로 껄끄러운 게 있더라구요. 그런 면에서 저같은 사람이 유리한 게 아닌가 싶네요."
[뉴스핌 Newspim] 홍승훈 기자 (deerbear@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