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블 우려·미국 금리인상 대비…현금 비중 20%까지 늘려
[뉴스핌=김성수 기자] 최근 글로벌 투자자들이 발빠르게 현금 비중을 늘리고 있다. 각국 중앙은행의 부양책으로 버블 우려가 높아지면서 마땅한 투자 자산이 없어졌다는 이유에서다.
모하메드 엘-에리언 알리안츠 수석 경제자문 <출처=위키피디아> |
엘-에리언은 "중앙은행은 제로 금리와 비전통적인 수단을 동원해 자산 가치를 인위적으로 높여왔다"며 "그 결과 자산 가치와 펀더멘털 간에 격차가 너무 크게 발생했다"고 말했다.
미국 투자전문지 펜션 앤 인베스트먼트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자금 매니저들은 보유자산의 최대 20%를 현금으로 구성하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머서의 필 에드워드 유럽부문 리서치 디렉터는 "대다수 매니저들이 여유자산을 현금으로 보유하고 있다"며 "증시가 단기 조정을 받을 우려 때문이기도 하지만 현재 시장에서 가격이 적정수준인 자산을 찾기 어려운 이유도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전부터 뉴욕 증시가 버블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를 꾸준히 제기해 왔다. 제임스 불라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미국의 제로금리가 지속되면 자산가격 버블이 커져 "파괴적인 결과"가 초래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스탠다드앤푸어스(S&P)500지수의 주가 수준을 나타내는 경기조정 주가수익비율(CAPE)은 현재 약 28배로 13년래 최고 수준이다. 과거에 이보다 더 높았던 때는 뉴욕 증시가 대폭락한 1929년과 닷컴버블이 붕괴한 2000년뿐이었다.
<주식투자 절대불변의 법칙> 등을 저술한 마이클 신시어도 증시가 과열 상태에 놓여있다며 보유 주식을 팔고 현금을 늘릴 것을 조언했다.
그는 ▲미국 고용 증가세 미약 ▲시장에 투기적 자금 집중 ▲지난달 증시 꼭지점 도달 ▲증시 랠리 점차 둔화 등 6가지 근거를 들어 증시가 현재 과열 상태라고 진단했다.
채권 시장도 버블 우려를 불러일으키는 건 마찬가지다. 최근 스위스 국채 10년물이 마이너스로 떨어지는 등 유로존 국채 중 무려 4분의 1가량이 수익률이 마이너스 수준이다. 수익률이 낮은 것은 채권 가격이 그만큼 비싸다는 뜻이다.
S.W.미첼 캐피탈의 알렉시스 매튜 펀드 매니저는 "지난해 하반기까지는 주식이 포트폴리오의 90~92%를 차지했으나, 이제는 현금 비중이 20%로 늘면서 주식 비중이 줄었다"며 "단기 지정학적 불안 등에 대비해서 현금을 갖고 있는게 안전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자산 매니저들이 현금을 챙기는 데는 다른 이유도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인상으로 시장 변동성이 급격히 커질 경우에 대비해 현금을 미리 확보해 놓자는 것이다.
루시 맥도날드 AGI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연준이 올해 안에 금리를 올릴 경우 시장 변동성이 치솟을 것은 너무나 뻔하다"며 "(위기든 기회든) 대비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판단해 현금 보유량을 최대치로 늘렸다"고 말했다.
반면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은 장기적 관점에서는 현금보다 주식을 택하는 게 더 유리하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 <출처=AP/뉴시스> |
S&P500지수는 배당 재투자까지 포함하면 지난 1964~2014년 수익률이 1만1196%에 육박한다. 반면 달러 가치는 같은 기간 87% 떨어졌다.
흔히 '안전자산'으로 불리는 미 국채에 투자했다면 쿠폰은 안전하게 받았겠지만 결국 87%의 손실을 떠안는 거나 마찬가지다. 달러를 현금으로 갖고 있었다면 심지어 쿠폰 이자도 못 챙기고 고스란히 환차손을 겪어야 한다.
버핏은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안전'한 자산인 현금에만 집중하는 것은 환상일 뿐"이라며 "장기투자할 만한 종목을 엄선해서 골라 분산투자를 잘 해놓는 게 길게 보면 훨씬 안전하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김성수 기자 (sungs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