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크본드 추락에도 정부지원 가능성에 투자매력 높아
[뉴스핌=배효진 기자] 고금리 채권에 목 말라온 투자자들이 브라질 국영 석유기업 페트로브라스의 추락을 주시하고 있다.
페트로브라스가 어려움에 직면하더라도 당국의 지원 가능성을 고려하면 투자적격 등급에서 부적격 등급으로 떨어진 페트로브라스의 회사채는 더할 나위 없이 매력적인 투자처이기 때문이다.
페트로브라스 <출처=블룸버그통신> |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일(현지시각) 신용평가사 무디스에 이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와 피치까지 페트로브라스의 신용등급을 강등하면 '추락천사(투자적격에서 부적격 등급으로 강등)'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무디스는 지난 2월 25일 페트로브라스의 신용등급을 Baa3에서 투자부적격 등급인 Ba2로 강등했다. 반면 S&P와 피치는 페트로브라스의 등급을 투자적격 등급으로 유지하고 있다.
두 신평사가 추가로 페트로브라스의 등급을 내리면 지난 2005년 이후 페트로브라스는 투자등급에서 정크등급으로 강등된 가장 큰 규모의 회사채가 될 전망이다. JP모건체이스는 페트로브라스의 미상환 채권규모를 560억달러(약 61조1800억원)로 집계했다.
에릭 파인 반에크글로벌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이미 페트로브라스 회사채는 등급 강등을 반영한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고 말했다. 반에크글로벌의 무제약신흥국채권펀드는 전체 자산 2억4300만달러의 4%를 페트로브라스 채권에 투자했다.
페트로브라스 채권 가격은 최근 오름세로 돌아섰다.
마켓악세스는 무디스의 강등 결정 이후 2024년 3월 만기 페트로브라스 채권 가격은 96.1센트, 4% 올랐다고 집계했다.
투자자들이 페트로브라스 채권에 몰리는 이유는 페트로브라스가 디폴트(채무불이행) 상태에 빠지더라도 브라질 당국이 긴급지원을 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페트로브라스는 오는 4월까지 감사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제출에 실패하면 기술적 디폴트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앞서 S&P 애널리스트팀은 최악의 시나리오가 연출되더라도 정부가 긴급지원에 나설 가능성이 매우 높을 것으로 분석한 바 있다.
기예르모 오세스 HSBC 글로벌 자산운용 매니저는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 간 페트로브라스의 채권을 사들였다"며 "페트로브라스의 운명은 곧 브라질 정부와 긴밀한 관계에 있기 때문"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고금리만을 쫓아 정크등급 채권을 매수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한다.
페트로브라스 채권의 60%는 달러화 표시 채권이다. 문제는 달러화가 강세를 보일 수록 페트로브라스가 부담해야할 돈이 많아진다는 데 있다. 최근 브라질 헤알화는 원자재 폭락과 미국 기준금리 인상 우려 등으로 11년래 최저치를 찍었다.
잭 플래허티 GAM 무제약채권전략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페트로브라스의 채권을 보유하지 않고 있다"며 "정크본드 투자가 기회가 될 수 있지만 지금으로서는 주의가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새미 무아디 T로웨프라이스그룹 신흥시장 회사채 전략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페트로브라스는 고금리 회사채 중에서도 규모가 커 시장에 왜곡을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뉴스핌 Newspim] 배효진 기자 (termanter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