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공백·제재 지연·은행 검사부는 오히려 존치 요구
[뉴스핌=노희준 기자] 금융당국이 추진하고 있는 '검사 확인서와 문답서 원칙 폐지' 방안을 두고 세심한 보완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검사 공백이나 제재 지연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은행의 검사부에서는 외려 확인서와 문답서 존치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다.
<그래픽=송유미 미술기자> |
검사 확인서는 금융회사 직원이 특정 사실을 자인하다는 내용을 담은 일종의 자술서다. 개인의 직인과 날인이 들어가 제재 과정에서 강력한 증빙자료가 된다. 원래 서류 등 객관적인 자료로 불법·부당한 행위를 증빙하기 어려운 경우 증거보강 차원에서 활용돼야 하지만, 제재 근거를 손쉽게 확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검사 과정에서 남용된 측면이 있다.
특히 무리한 확인서를 받는 과정에서 금감원과 금융회사 직원간의 마찰이 빚어지기도 했다. 현장 검사역은 검사단계부터 '불법과 부당'이라는 주관적 판단이 개입된 확인서를 금융기관 직원에게 사실상 요구했고, 은행 직원은 이에 반발하면서 확인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검사 확인서를 폐지하면 검사 현장의 마찰을 줄일 수 있고, 자연스레 과도한 개인에 대한 제재가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다. 자본시장 공시, 조사 쪽에서 주로 활용되면서 수사기관의 조서 역할을 하는 문답서도 폐지되면 수십페이지에 달하는 문답서 작성 과정이 사라져 금융기관의 부담이 경감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검사 확인서·문답서가 불가피하게 필요한 경우가 있다는 지적이다. 가령 상급자의 부당한 구두 압력이나 지시는 객관적인 물증만으로는 입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 KB사태 때 이건호 전 KB국민은행장에 대한 임영록 전 KB금융지주 회장의 부당한 인사 압력 의혹은 서류만으로는 입증되지 않는 사안이었다.
또한 금융회사 직원의 제재 절차가 지연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확인서가 활용될 때에 비해 사실관계에 대한 다툼이 발생할 수 있고 논란이 큰 사안에 대한 명쾌한 정리 역시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에서 검사국의 주장과 증빙자료를 더 꼼꼼하게 검토하면서 제재 관련 내부절차에 병목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 직원을 자체 징계해야 하는 은행 검사부에서는 '확인서와 문답서 존치'를 외려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은행 검사부에서는 '명확한 근거가 사라지는데 자체 직원 징계를 어떻게 하느냐', '직원들의 불복 과정에서 행정적인 낭비가 심해질 것이다'는 얘기도 나온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무조건 검사 확인서·문답서를 폐지하기는 어려울 수 있으니 원칙 폐지라고 했고, 예외가 있다는 것"이라며 "확인서·문답서가 꼭 필요한 경우는 어떤 경우이고 폐지로 검사부서에서 공백이 생기는지도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노희준 기자 (gurazi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