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에라 기자] 대만은 일찌감치 금리 1% 시대를 경험한 국가다. 이미 2000년대 들어 본격적인 저금리 시대를 걷기 시작한 대만은 탈출구를 해외에서 찾았다. 특히 저금리 심화로 운용자산 규모가 빠르게 증가했던 생명보험사들은 해외 투자 비중을 빠르게 늘리며 적극적으로 저금리 시대를 극복해나갔다.
20일 금융투자업계와 하나대투증권에 따르면 대만 생보사들의 해외투자 비중은 2000년 4.6%에서 2013년 43.6%로 뛰었다.
반면 같은 기간 국내 생보사와 손보사의 외화유가증권 구성 비중은 각각 4.11%, 5.29%(금융감독원 기준)에 불과하다. 대만은 물론 또 다른 저금리 국가 일본(20%대)과 비교했을 때도 크게 뒤쳐진다.
대만의 생보업계는 저금리가 본격화되면서 자산이 늘어나기 시작했는데, 이 자산을 해외 투자에 활용했다는 점에서 국내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최근 들어 사상 처음으로 1%대 금리에 진입한 한국과 달리 대만은 이미 세계 최저 수준의 금리를 유지하고 있는 국가이기 때문이다.
대만의 정책금리는 2000년 들어 4.7%대에서 2004년 1.3%대로 크게 인하됐다. 이후 2008년 1.25%까지 낮아진 후 현재 1.875%를 3년 이상 유지하고 있다.
이렇게 금리가 떨어지면서, 1990년대 6% 이상의 고정금리 저축성 보험을 팔았던 대만 생보사들은 역마진으로 비상이 걸리기 시작했다. 이들이 역마진을 탈출했던 것은 해외투자가 확대되기 시작하면서부터다.
저금리가 심화되면서 2003년 이후 보험으로 자금이 빠르게 들어오면서 운용자산이 연평균 20% 정도씩 성장하자, 이에 대한 대응책으로 해외투자에 나선 것이다. 대만의 경우 정부 당국에서 해외투자 한도를 정하는데, 보험사의 범위를 20%에서 50%까지 늘리며 규제를 풀어줬다. 대만 최대 생보사인 캐세이 생명보험(캐세이라이프)은 투자자산 가운데 해외채권 투자 비중이 75%를 웃돌 정도로 압도적이다.
김상훈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역마진을 겪던 대만 생보사들은 해외투자 비중이 늘어난 후 수익률 제고로 2000년대 후반부터 2010년대 들어 역마진에서 탈피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경제가 양호한 점은 보험사들의 자산 운용 노력만으로 역마진이 해소를 이끌수 있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대만은 2012년 이후 경제성장률이 2%에서 3% 중반까지 올랐다. 이지현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대만의 외환시장이 안정되고 있고, 고용상황 개선과 주력사업 신장세가 성장의 동력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해외 투자는 안정성이 높은 달러 자산이 대부분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만 2위 생보사인 푸본생명(Fubon Life)의 경우 2009년부터 3년간 달러 자산 비중이 80%나 됐다. 해외채권 비중도 북미 비중이 절반 가까이 됐다.
전문가들은 국내도 초저금리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해외투자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국내에서도 가계 자산의 연금, 보험 등의 비중이 증가하고 있지만, 전체 보험삳르의 해외투자 비중은 5% 이하기 때문이다.
다만 과거 대만과 일본이 처했던 금리 환경과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해외투자 국가를 선택하는 것도 녹록지 않다는 지적이다.
김 연구원은 "금융위기가 발생한 후 한국은 신용등급이 올랐지만, 다른 국가는 등급이 떨어진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한국과 비슷한 신용등급이면 금리가 낮고, (한국보다) 금리가 높으면 신용등급이 낮기 때문에 해외투자를 하기에는 과거와 달리 쉽지만은 않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이에라 기자 (ER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