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취지 공감하지만 국민과 소통 단절 우려"
[세종=뉴스핌 최영수 기자] "이미 내부적으로 업계와 '식사 금지령'이 내려졌어요. 공식적인 회의나 간담회를 통해 소통하라는 주문이죠."
여야 지도부가 이른바 '김영란법'을 3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합의하자 공직사회도 술렁거리고 있다. 지난해 세월호 사고 이후 관피아 척결과 더불어 이 법의 제정이 논의되기 시작해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다.
정부 세종청사에 근무하는 경제부처 한 공무원은 '식사 금지령'을 전하면서 "투명성을 높이자는 법 취지는 이해하나 국민과의 소통이 단절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안' 일명 김영란법은 지난 2012년 8월 16일 국회에 제출됐다. 그로부터 약 2년 6개월 만에 이날 국회 본회의 통과를 앞두고 있다.
이 법안은 당초 '벤츠 여검사' 사건에서 비롯됐다. 공직자가 금품을 받았음에도 대가성, 직무관련성을 입증하기 어려워 처벌할 수 없다는 맹점을 보완하자는 것이다. 김영란법은 공직자를 포함해 언론인·사립교원 등과 그 배우자가 직무와 관련없더라도 100만원을 초과(연 300만원)하는 금품을 받으면 처벌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또 시행령을 통해 식사와 선물, 경조사 금품도 일정액 이하로 제한할 예정이다. 식사와 선물의 경우 3만원, 경조사 금품은 5만원 이하로 규정된 현행 공무원 윤리규정이 준용될 가능성이 높다.
▲ 정부세종청사 종합민원실 전경 |
공무원들은 이미 공무원행동강령 등 규정에 의해 3만원 이상의 식사접대나 5만원 이상의 경조사비를 제한받아 왔다. 이에 대다수 공무원들은 현실적으로는 크게 달라질 게 없다.
하지만 김영란법으로 인해 공무원들이 정책 이해당사자인 국민들과 접촉하는 것 자체를 꺼릴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정책이 현실과 괴뢰되고 탁상행정에 치우치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도 있다.
한 정부부처 관계자는 "이제는 공무원들이 오해를 사지 말자는 분위기가 팽배하다"면서 "업계와의 간단한 식사나 미팅도 꺼리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다른 공무원은 "과천청사에 있을 때는 퇴근후 강남역, 사당역 등에서 지인이나 업계 사람들을 만나 세상 돌아가는 얘기를 듣고 이를 정책에 반영할 수 있었다"며 "세종으로 옮긴 후 이런 소통들이 줄어 고립됐다는 느낌을 받는데 김영란법으로 인해 더 위축될 거 같다"고 털어놨다.
[뉴스핌 Newspim] 최영수 기자 (drea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