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택 정무위원장 "금융업을 산업으로 보는 시각 미흡"
[뉴스핌=이보람 기자] 금융업이 우리나라에서 하나의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아시아 금융 선진국으로 분류되는 홍콩·싱가포르와 같이 일관성있는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를 위해서는 '위안화거래 특구' 조성 등 국제적 흐름에 발맞춘 대응이 필수적이라는 데 전문가들은 입장을 같이했다. 더불어 제조업 기반의 수출 경제, 세금 문제 등 우리나라 경제상황에 맞는 '한국형' 정책도 동반돼야 하는 것이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3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정우택 정무위원장 주최로 개최한 '홍콩·싱가포르의 금융산업 육성현황과 시사점' 정책토론회에서는 이 같은 제언이 쏟아졌다.
권영선 노무라증권 전무, 안유화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 김승기 KDB산업은행 영업기획부장, 박대동·김을동 국회의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간담회에서는 홍콩과 싱가포르의 금융산업 육성현황을 살펴보고 우리나라 금융산업의 발전 방향을 모색하는 방향으로 진행됐다.
홍콩과 싱가포르 금융산업 전문가들은 선진 금융국가가 된 배경으로 정부의 적극적이고 일관적인 산업 육성정책을 꼽았다.
권영선 노무라증권 전무는 "금융업이 스스로 성장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 는데다 이미 글로벌 플레이어들이 시장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가 금융산업을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권 전무는 이어 "홍콩은 최소한의 정부 개입을 전제로 한 자유시장원칙을 기반으로 자본 시장을 운영해왔다"며 "홍콩 자본시장의 세금은 낮은 수준의 소득세 뿐이다. 이처럼 홍콩의 경우 거래 자체를 활성화시킬 수 있도록 금융시스템 자체가 최적화돼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우리나라가 할 수 있는 것은 과거처럼 제조업을 통해 직접 돈을 버는 것이 아니다"라며 "그런 기업이나 산업을 찾아 거기에 투자를 하고 그를 통한 이윤을 거둬들이는 데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서는 자산운용 역량 강화, 위험관리 및 분산 노력, 국제적 추세에 맞춘 전문화 또는 규모·범위의 경제 실현을 통한 비용 절감도 필수적이라는 게 권 전무의 생각이다.
특히 원화 국제화, 지주회사를 통한 겸업과 대형화, 가계부채 관리 및 기업구조조정 등을 통해 우리나라가 글로벌 금융시장 주체로서 자격을 갖추고 시장을 활성화 하기위해 노력을 기울여야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김승기 산업은행 부장 역시 "싱가포르가 아시아 금융선진국으로 우뚝 서게 된 이유는 정부가 금융산업을 장기성장산업으로 인식하고 금융관련 교육 및 서비스 산업을 적극 육성하는 등 아시아 금융 허브화를 위한 전략적 지원을 지속해 온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안유화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위안화 특구 조성 등 홍콩과 싱가포르의 사례를 통해 우리나라도 자본시장의 흐름을 선도하는 정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 연구위원은 "위안화 국제화가 현실화됨에 따라 우리나라 금융산업이 이를 선도하는 '판'을 먼저 구축해야 한다"며 구체적인 금융산업 활성화 방안을 내놨다.
그는 "홍콩의 경우 위안화 자금조달부터 결제시스템, 헤징 거래에 이르기까지 '제1의 글로벌 위안화 허브'로 먼저 자리매김하기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우리나라 역시 외국인 투자자들이 위안화 투자를 할 수 있는 시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한국은 중국과 가까운 지리적 조건을 포함해 위안화 국제화 과정에서의 동북아 허브가 되기에 충분한 자격을 갖추고 있다"며 "우리나라 내에 위안화 시장을 만들려면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먼저 홍콩이나 싱가포르의 위안화 특구 사례를 벤치마킹해서 중국 내에 위안화 특구를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우리나라가 금융산업에 비교우위를 갖고 있지 않다는 생각이 많지만 선물거래나 파생상품 등 선진화된 금융상품 연구를 통해 이를 장점으로 부각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정책토론회 참여 전문가들은 수출 제조업 중심의 산업구조로 인한 환율 변동의 민감성, 세수 부족에 따른 세금 우대정책에 대한 비현실성 등 국제 금융시장 흐름을 따라가는 데 장애물이 있다는 지적과 함께 한국 맞춤형 금융시장 발전 방안을 마련하는 게 시급하다는 의견도 내놓았다.
정우택 정무위원장은 "아시아의 네 마리 용인 한국의 금융산업은 아직도 낮은 경쟁력 수준"이라며 "금융업을 산업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미흡해 제도가 제대로 정비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이어 "정부도 금융을 하나의 산업으로 인식하고 육성하기 위해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선제적인 정책을 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이보람 기자 (brlee1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