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월~11월 매입 금 규모 152톤 '사상 최대'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서방제재 가속화로 경제 부담이 날로 커지고 있는 러시아가 지난해 금 매입 규모를 사상 최대로 확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29일(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는 작년 각국 중앙은행들이 사들인 금 전체 규모의 1/3을 러시아 중앙은행이 차지했다며, 서방제재 장기화와 루블화 폭락 등으로 러시아의 금 의존도가 점차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톰슨로이터 소속 귀금속 컨설팅업체 GFMS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러시아 중앙은행은 152t(톤)의 금을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현 시가 기준으로 61억달러에 달하는 규모로 재작년보다 123%가 늘어난 양이다.
FT는 러시아가 폭락하는 루블화를 지지하고 달러 의존도도 줄이기 위해 금 매입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방제재에 유가 급락 사태까지 맞물리면서 작년 한 해 달러 대비 루블화 가치는 40% 가까이 떨어졌다.
주로 미국채와 유럽채로 구성된 러시아 외환보유고가 줄고 있는 상황에서 제재를 가하고 있는 미국과 유럽에 득이 될 국채 매입에 나서는 것보다는 금 매입이 더 매력적인 것도 러시아 중앙은행이 금 투자를 서두르고 있는 이유다.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서방 제재로 자국서 생산된 금을 해외에 내다팔기 어려운 상황 역시 러시아의 금 매입 배경이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FT는 루블화 방어를 위해 외환보유고를 계속 풀어야 하는 상황이 되면 러시아가 금 매도국으로 전환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맥쿼리 소속 애널리스트 매튜 터너는 러시아가 금 매도에 나서야 할 만큼 보유고가 심각한 상황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지난 1998년 러시아 금융 위기 동안 러시아 외환보유고가 100억달러 밑으로 줄었을 때는 금 보유 규모가 118t 감소했지만 지난 12월 말 기준 러시아의 외환보유고는 3850억달러 수준으로 지난 위기만큼 심각하지는 않다는 설명이다.
한편 작년에는 러시아 외에도 여러 중앙은행들이 자산 다변화 차원에서 금 매입을 서두른 것으로 나타났다.
FT에 따르면 작년 중앙은행들의 금 순매입 규모는 461t으로 2013년 대비 13%가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1971년 금본위제가 폐지된 이후 두 번째로 많은 규모다.
특히 아시아 중앙은행들이 높은 관심을 보였는데 카자흐스탄 중앙은행은 작년 한 해 46t의 금을 사들였으며 이라크는 상반기 중에만 48t을 매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네덜란드 중앙은행은 지난달 16년 만에 처음으로 금 보유를 확대하기도 했다.
[뉴스핌 Newspim] 권지언 기자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