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 자금 조달 비용, 달러 대비 크게 하락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미국 기업들이 유럽을 향해 잰걸음을 하고 있다.
애플부터 버라이존까지 미국 간판급 기업들이 유럽으로 러시를 이루는 것은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유럽중앙은행(ECB)의 양적완화(QE)에 대한 기대로 채권 금리가 가파르게 하락, 자금 조달 비용이 미국에 비해 유리해졌기 때문이다.
30일(현지시각) 업계에 따르면 연초 이후 미국 기업이 유럽에서 발행한 회사채 규모는 680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2007년 이후 최고치에 해당하며, 지난해 대비 45% 급증한 수치다.
[출처:블룸버그통신] |
독일을 필두로 주요국 국채 수익률이 사상 최저치 기록을 연이어 갈아치운 한편 내년 연방준비제도(Fed)의 긴축이 가시화되면서 금리 격차가 더욱 벌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의 버나비 마틴 신용 전략가는 “유럽에서 발행하는 미국 기업의 회사채 규모가 내년 더욱 큰 폭으로 늘어날 것”이라며 “유럽의 금리 하락이 내년에도 지속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스레드니들 애셋 매니지먼트의 조나단 피카넌 신용 리서치 헤드는 “내년 상반기 미국과 유럽의 금리 격차가 큰 폭으로 확대될 것”이라며 “ECB가 본격적인 유동성 공급에 나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ECB가 내년 국채 매입을 본격화할 것이라는 데 입을 모으고 있다. 독일을 포함한 일부 회원국의 반대가 여전하지만 디플레이션과 침체 리스크가 갈수록 두드러지는 만큼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판단이다.
BOA-메릴린치에 따르면 유로화 표시 투자등급 회사채의 평균 수익률은 달러화 표시 회사채 대비 2.11%포인트 낮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2004년 12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벌어진 수치다. 뿐만 아니라 연초 1.25%포인트에서 급속하게 확대된 것이다.
특히 유럽의 금리 하락이 하반기 이후 본격화된 데 따라 미국 기업의 유럽행 러시가 최근 들어 더욱 두드러지는 모습이다.
UBS는 내년 미국 비금융 섹터 투자등급 기업의 유로화 표시 회사채 발행이 2000억유로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도이체방크는 미국뿐 아니라 글로벌 주요 기업의 유로화 표시 회사채 발행이 내년 대폭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