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 생기면 금지하거나 기관 신설"...정부 규제완화 분위기에 역행
[뉴스핌=한기진 기자] ‘혁신 수준 규제 완화’를 내세우면서도 금융당국의 산하 기관이 또 하나 늘어날 전망이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최근 신용정보 집중기관을 새로 설립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은행연합회, 생명보험협회, 손해보험협회, 여신협회정보 등이 각각 관리하고 있는 개인정보를 새로운 기관에 모아 보안을 강화해야 한다는 취지다.
지난 12일 신용정보보호법 개정안이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하자, 신 위원장은 “신용정보집중기관이 은행연합회 중심으로 가는 것은 분명하지만, 은행연합회 내에 물리적 공간을 둔다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개정안에는 '신용정보집중기관을 주식회사로 설립한다'는 원안을 삭제하고, '은행연합회를 중심으로 구성·운영한다'는 내용을 부대의견으로 달았다. 이를 근거로 금융위는 은행연합회 조직을 분리해 신용정보집중기관을 설립하겠다는 것이다.
금융위의 지휘체계 아래 있는 기관이기 때문에, 금융회사에는 또 하나의 시어머니나 다름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런 신용정보집중기관은 은행연합회가 하는 일이다. 연합회는 전체 직원의 절반인 60여명이 이 일을 맡고 있다. 1982년부터 해오던 일로, 그동안 연합회에서 개인정보가 유출된 적이 없었다.
일각에서는 신설 목적이나 시기 면에서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많다. 설립 과정에서 시스템이나 인력 운영에서 불안정할 수 있어 신용정보가 유출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핀테크(Fintech) 산업 육성을 위해 공인인증서 의무 사용 폐지나 새로운 결제보안시스템 적용으로 금융 보안이 혼란한 시기에, 신용정보를 보호해야 할 콘트롤 타워를 새로 짓는 게 시기상 맞지 않다는 우려도 있다.
은행업계 관계자는 “새로운 신용정보집중기관이 설립되면 설비를 갖추고 인력을 훈련시키고 하는 과정에서 신용정보 관리가 허술해지고 이는 정보 유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근 금융당국은 현안만 생기면 산하 유관기간을 하나씩 늘리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식 출범이 미뤄지고 있는 금융보안원도 잦은 금융보안 사고를 막기 위해 설립됐다. 금융보안연구원을 기본 토대에서 금융결제원, 코스콤의 금융전산 보안 기능을 분리해 흡수했다. 오는 2월 초에 공식 출범해야 하지만 초대 원장 후보자 선임 논란으로 미뤄졌다.
이런 기능은 원래 2008년 설립된 금융보안연구원에서 주로 했다. 그러나 금융보안이 문제되자 2013년 금융결제원과 코스콤에서 비슷한 기능을 분리해 사실상 흡수했다. 공식 출범이 늦어진 이유도 초대 원장에 김영린 금융보안연구원장이 선임되자, 금융결제원과 코스콤 출신 직원들이 반대해서다.
서민금융이 부진하자 서민금융진흥원 설립도 추진 중이다. 사업 부진의 이유 중 하나로 서민금융지원기관이 신용회복위원회, 미소금융, 햇살론, 국민행복기금 등으로 나눠져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통합기관이 설립되면 금융회사들의 출자로 운영되는 미소금융재단도 금융당국의 산하기관이 되는 셈이다.
금융당국의 산하 기관 신설에 대해 곱지 않은 시각이 금융권에 많다.
금융계 모 임원은 “문제가 터지면 금지하고, 새로운 기관을 설립하는 게 금융규제 혁신과 같은 길을 가는지 의문”이라며 “가계부채 확대로 신용 하락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총괄하는 신용정보집중기관을 새로 설립하는 것도 적절한지 의문”이라고 했다.
[뉴스핌 Newspim] 한기진 기자 (hkj7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