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글 이현경 기자·사진 이형석 기자] “‘미생’을 통해 사람들에게 위안을 주고 싶었어요. 매일 반복되는 출근길, 졸업도 방학도 없는 삶에서 힘을 내라고. 나 혼자만 하는 일이 아니라고.”
배우 김대명의 바람이었다. 직장인의 삶과 애환을 다룬, 사람 냄새가 짙었던 tvN 금토드라마 ‘미생’으로 하고 싶었던 말이다. 프로 바둑 입단에 실패한 후 아무런 스펙도 경험도 없는 인턴사원 장그래(임시완)를 보듬어 주던 김대리의 마음이 김대명의 마음 깊은 곳에도 자리 잡고 있었다.
‘미생’이 흥행할 수 있었던 또다른 이유는 수면 밖으로 나온 숨어있었던 배우들의 활약이었다. 연극·뮤지컬·영화계에서 활동하던 이들이 브라운관으로 숨을 돌리자 이들의 재평가가 시작됐다. 그중에서도 영업3팀의 오차장과 장그래의 연결고리인 김대리 역의 김대명(35)이 시청자의 눈도장을 제대로 찍었다. 개그감에 푸근한 외형까지 갖춘 인간미가 흐르는 캐릭터였다. 특히 그는 오차장과 장그래와 함께 영업3팀을 꾸려가는 것이 더할 나위 없이 즐거웠고 이는 시청자와 통했다.
특히 김대명은 만화를 찢고 나온듯한 남자의 준말인 ‘만찢남’이라고 불릴 정도로 비주얼 싱크로율이 완벽했다. 초반에는 머리숱이 없어 파마머리에 가발까지 부착하기도 했다. 그간 ‘역린’이나 다른 작품을 하면서 살을 찌우고 빼기를 반복했지만 김대리 캐릭터를 위해서 일부러 8kg을 찌웠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김대명은 김대리의 ‘능력’을 보여주기 위해 애썼다.
“외형적인 것부터 말투, 디테일한 연기에도 신경을 쓰려고 했죠. 회사원들이 평소에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떤 고민을 하는지에 대해서도 자문했고요. 무엇보다 김대리의 회사에서의 위치, 그의 능력을 보여주기 위해서도 노력을 기울였어요. 온전히 종합상사에서 일하는 사람의 생활감을 물씬 풍기고 싶었죠.”
‘미생’ 출연 전과 후가 달라진 것이 없냐고 물으니 “큰 차이는 없다. 다만 부모님께서 좋아하시고 주변 분들이 연락이 많다고 들었다. ‘미생’을 통한 관심은 한 번 왔다 사라지는 바람”이라며 침착하게 현재의 상황을 바라보려고 했다.
담담하게 그리고 꾸밈없이 김대명은 늘 그 자리 그 곳에 있었다. 연기하는 순간 느끼는 희열, 그리고 잘 표현해내고 싶다는 갈망이 모여 그의 필모그래피가 됐고 ‘미생’을 만난 시점에서 제대로 세상에 알려지게 된 것이다.
앞서 김대명은 영화 ‘더 테러 라이브’에서 범인 목소리로 출연했다. 당시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그의 소름끼치는 목소리 연기에 놀랐을 것이다. 자신이 테러를 일으킬 수밖에 없는 이유를 이해시키기에도 분명했고 사람들을 아무렇지 않게 헤치는 깊은 분노가 보는 이들을 소름끼치게도 했다. 그리고 영화 ‘방황하는 칼날’에서는 여학생들에게 성매매를 알선하는 포주 양태섭으로 분했다. 또 영화 ‘역린’에서는 정조(현빈)을 시해하려 했던 강용희를 연기했다.
‘미생’ 속 영업3팀의 살림꾼이자 장그래의 보호자 같은 역할과는 전혀 다른 영역이었다. 상반된 연기를 펼친 소감은 어떠냐고 물어보니 그는 단호하게 “인물을 선과 악으로 표현하고 싶지 않다. 사람마다 다른 사연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역시 김대명은 대세로 자리 잡은 게 분명하다. TV를 틀면 안 나오는 곳이 없다. 특히 CF에서는 최고의 모델임이 틀림없다. 유망주만 모델로 쓴다는 통신사, 온라인 쇼핑몰의 메인 모델이다. 여전히 CF 속에서도 특유의 그의 코믹함이 돋보인다. 그러나 실제 만나본 김대명은 김대리와는 다른 점도 엿보였다. 그는 “많은 분들이 김대리의 모습을 원하실 텐데 사실 저는 김대명일 뿐인데…”라며 살짝 걱정스러워 했다.
흔한 연예인 같지 않았던 김대명은 더하려 하지 않고 욕심 내지 않고 내가 현재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게 가장 행복한 순간이라고 전한다. 그는 ‘미생’ 속 김대리도 자신의 행복을 찾아간 것이라 했다. 김대리가 원 인터네셔널을 떠난 오상식을 다시 찾아갔을 때, 오차장과 장그래와의 재회에서 즐거워 한 것도 그들과의 의리가 아닌 김대리의 행복을 위한 것이라고 봤다. 무엇보다 자신이 행복해야 한다는 게 ‘행복’에 대한 그의 지론이다.
“2014년은 참 다사다난 한해였죠. 저 개인적으로 몸도 많이 아팠고 드라마 ‘미생’을 찍으면서 행복하기도 했고요. 2015년은 좀 더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내’가 행복해야죠. 내가 하고 싶은 걸 해야 해요, 그래야 행복하죠. 밥을 먹고 싶으면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고 싶으면 커피를 마시고. 누가 시켜서 하는 게 아니라 내가 했을 때 즐겁다면 그거야말로 행복을 느끼는 순간이죠. 많은 분들이 남의 행복을 바라는 게 아니라 자신이 행복해질 수 있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김대명이 꼽는 김대리의 명대사 명장면 “무엇보다 이 대사를 잘 전달하고 싶었어요. 저도 공감을 하는 대사였고 여기서 좀 더 힘을 줘서 말을 해야겠다고 싶었죠. 제일 마음에 드는 명대사이고 신경을 많이 기울인 장면이죠.” |
[뉴스핌 Newspim] 이현경 기자(89hklee@newspim.com)·이형석 기자(leehs@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