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장주연 기자] 대한민국 대표 천만감독 강제규가 ‘민우씨 오는 날’을 들고 관객 앞에 돌아왔다. 그런데 대중이 알던 ‘강제규 표’ 영화가 아니다. 그간의 작품처럼 화려한 볼거리, 큰 스케일을 자랑하지도 않고 러닝타임이 28분에 불과한 단편 영화다. 그런데 어째 그 어떤 이야기보다 더욱 특별하게 다가온다.
강 감독이 이 짧은 영화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바는 제법 명확하다. 이산가족, 긴 역사의 시간 속에서 기다림으로 고통받았던 우리 부모 세대의 아픔을 공유하자는 거다. 동시에 그들이 영화를 통해 상처를 치유받기를 바라는 마음도 담았다.
이는 하루 앞서 개봉한 윤제균 감독의 ‘국제시장’이 던지는 메시지와도 닮았는데, 느낌은 전혀 다르다. 볼거리가 가득하거나 감정이 폭발하는 신이 많진 않지만, 그만큼 더 묵직하고 깊숙이 다가온다. 더욱이 관객이 조심스럽게 우리네 부모들의 상처를 공감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강 감독의 재주가 특별하다. 짧은 러닝타임 덕에 불필요한 전사는 모두 생략, 잔잔하나 지루하지 않다는 점도 영화의 강점이다.
문채원의 연기는 단연 ‘민우씨 오는 날’의 백미다. 영화는 자신의 모든 것을 잊어가면서도 오직 한 남자만을 기다리는 여자 연희의 시선을 따라간다. 그러다 보니 처음부터 끝까지 극을 이끌어 가는 문채원의 연기가 가장 중요할 터. 지고지순한 여인 연희 역을 맡은 문채원은 섬세한 내면 연기로 연희의 감정을 오롯이 그려내는 데 성공했다. 더욱이 최근 공개된 그의 차기작 ‘오늘의 연애’와 완전히 상반되는 모습이라 배우로서 문채원의 매력을 배가한다.
손숙과 고수 역시 의심할 여지 없는 안정적인 연기로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여기에 카메오들이 대거 등장해 새로운 재미를 더한다. 제법 오랜 시간 등장하는 사라 역의 유호정은 목소리만으로도 극의 몰입도를 높이는 데 일조한다. 반면 윤다훈, 김수로 등은 특유의 유쾌한 이미지로 영화의 분위기를 환기하는 역할을 톡톡히 한다. 18일 개봉. 전체 관람가 [사진=㈜미로비젼 제공]
[뉴스핌 Newspim]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