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 최대주주..지주사 전환시 경영승계 유리
[뉴스핌=김선엽 기자] 오는 18일 제일모직 상장을 앞두고 삼성의 지배구조 재편 방향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삼성그룹이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체제로 속도감 있게 전환됨에 따라 그가 25.10%의 지분을 보유 중인 제일모직이 어떻게 활용될지에 시선이 집중된 것이다.
특히 최근 한화와의 빅딜에서 드러나듯 삼성이 '선택과 집중'을 가속화하고 있어 제일모직의 사업적 차별성과 지배구조상 중요성이 부각될 것이란 전망이다.
아울러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삼성전자의 지주사 전환 시나리오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삼성의 사업구조 개편 작업의 방향성은 크게 두 가지. 하나는 순환출자 구조의 해소이고, 또 다른 하나는 승계 가속화 및 계열사에 대한 지배력 확보다.
전자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계열사 사이의 합병을 거쳐 삼성의 순환출자 고리는 1년 전 30개에서 현재 14개로 줄었다.
문제는 어떻게 삼성이 이재용 체제를 안정적으로 구축하는가 인데 이를 두고 증권사를 중심으로 수십개의 시나리오가 등장했다 사라지기를 반복하고 있다.
한 쪽에서는 제일모직을 지주사로 해 제일모직→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현재의 지배구조가 강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부회장이 25.10%의 지분으로 제일모직의 최대주주이기 때문에 제일모직을 지주회사로 둘 경우 경영권 승계에 더 유리하다는 설명이다.
반면 다른 쪽에서는 삼성SDS를 삼성전자에 현물 출자하고 이후 분할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는다. 이를 통해 제일모직은 금융지주로, 분할된 삼성전자 지주사는 비금융지주사로 재편될 것이란 예상이다.
하지만 시나리오는 시나리오일 뿐이다. 실제 舊 제일모직의 패션사업부문이 삼성에버랜드(現 제일모직)에 매각될 것이라고 예상한 이는 거의 없었다 또 삼성물산과의 합병이 예상됐던 삼성엔지니어링이 대신 삼성중공업을 선택했고 그 마저도 실패한 것에서 드러나듯 '최종판'은 아직까지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시나리오 중 어느 쪽을 택하든 제일모직이 향후에도 삼성 지배구조의 정점에 위치할 것이란 데는 이견이 없다. 제일모직 상장을 앞두고 기관들이 수백조원을 베팅하고 나선 것도 이 때문으로 증권가에서는 해석하고 있다.
이트레이드 증권 김준섭 연구원은 "시나리오를 만들 때 고려해야할 요소(사업부문)만 해도 수천 가지가 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이와 같은 시나리오에 일일이 대응하는 것은 경제적이지 못할 것"이라며 "최대주주의 니즈를 알고 최대주주와 같은 포지션에 설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향후 그룹재편과 관련해 또 하나 주목할 부분은 '한지붕 세가족'의 해소다. 삼성 주변에서는 언제부턴가 '리틀이건희'라는 용어가 들리지 않고 있다. 한때 이부진 사장을 지칭했지만 이재용 부회장 체제로의 그룹 재편이 차근차근 진행된 탓이다.
지난달 삼성테크윈·삼성토탈 등 4개사를 한화에 매각하면서 '화학=이부진' 공식이 깨졌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제일모직 사장이 8.37%의 제일모직 지분을 어떤 식으로 처리할지, 한화로 삼성종합화학이 매각되면서 현금화 될 이부진 사장의 지분 4.95%(약 936억원)가 어디로 향할지도 흥미로운 대목이다.
하이투자증권 이상헌 연구원은 "향후 3~4년을 놓고 단계별로 제일모직의 지주사 전환 가능성이 높아 보이며 그 이후에는 LG그룹처럼 지주사를 분할함으로써 이재용 부회장, 이부진 사장, 이서현 사장 등으로 계열분리가 진행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뉴스핌 Newspim] 김선엽 기자 (sunu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