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시, 경찰 수사관행 개선 약속…오바마 "미국 전체의 문제"
[뉴스핌=노종빈 기자] 체포 과정에서 흑인 현행범의 목을 졸라 숨지게 한 백인 경관에 대해 뉴욕시 대배심이 불기소 처분을 내린 데 분노한 뉴욕 시민들의 시위가 확대되고 있다.
[사진=유투브 캡처] |
미국 뉴욕시 스태튼아일랜드 대배심은 지난 3일 흑인 에릭 가너를 담배밀매 혐의로 체포하면서 목을 졸라 숨지게 한 백인 경관 대니얼 판탈레오를 불기소 처분했다.
체포 당시 가너는 거리에서 담배를 개비씩 낱개로 팔다 경찰의 불심검문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 등 주요 외신들은 4일(현지시각) 이에 격앙한 뉴욕 시민들이 맨해튼 등에 모여 이틀째 강력 시위를 벌이고 있다 보도했다.
외신에 따르면 일부 시위대는 이날 아침부터 브루클린 다리 위와 타임스퀘어에서 거리 행진에 나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전날보다 더 많은 시위가 계획돼 있다고 전했다. 시위 참가자들은 가너가 죽어가며 남긴 "숨을 쉴 수 없다"는 말을 구호로 외치며 행진했다.
시위대 1000여 명은 전날 밤부터 맨해튼 남부 브루클린 다리의 도로를 점거, 경찰과 대치하다 이날 새벽 1시께 해산했다.
뉴욕 경찰은 이날 오전까지 83명을 연행했으며, 폭력이나 부상자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번 시위는 지난 8월 미주리주 퍼거슨에서 비무장 흑인 청년(18)을 사살한 백인 경찰이 최근 불기소된 것과 맞물려 흑백 인종갈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여기에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 경찰이 지난달 22일 장난감 총기를 든 12세 소년에게 총격을 가해 숨지게 하는 충격적인 영상이 공개돼 시위 확산에 불을 붙였다.
빌 더블라지오 뉴욕시장은 이날 경찰의 수사 관행을 개선하겠다며 경찰관 재교육 대책을 발표했다. 종합대책의 세부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미국 언론들은 뉴욕 경찰관이 주기적으로 받는 총기사용 재교육에 초점이 맞춰져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윌리엄 브래턴 뉴욕경찰청장은 2만2000명의 경찰관이 3일간의 재교육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시는 일단 이번 주와 다음 주 경찰관의 유니폼에 소형 카메라인 '바디캠'을 부착해 현장 상황을 녹화하는 방안을 시행할 계획이다.
에릭 홀더 법무장관도 클리블랜드 경찰의 지나친 무력사용이 만연해 있다고 경고했다. 홀더 법무장관은 특별 기자회견에서 "지역 사회가 경찰을 신뢰하려면 (경찰 업무의) 투명성과 정당성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흑인 인권 운동단체들은 오는 13일 수도 워싱턴DC에서 '경찰 폭력에 항의하는 국민행진'을 갖겠다고 밝혀 주목된다.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뉴욕 대배심의 결정에는 직접 의견을 내지 않았으나 이번 시위 확산에 대해 "인종과 지역, 신념을 넘어서는 미국 전체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누군가가 법에 따라 공정하게 대접받지 못한다면 그것을 해결하는 것은 대통령으로서의 의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노종빈 기자 (unti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