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성장 둔화·지정학적 위기·아르헨 디폴트 등
[뉴스핌=노종빈 기자] 글로벌 신흥국 채권시장은 올해 극심한 변동성 가운데서 한해를 보냈다.
올해 초에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의 마찰로 인한 지정학적 위기가 크게 부각됐고 이라크·시리아 국경 인근에서는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라는 세력이 발호하면서 불안 요인이 가중됐다.
여기에 에볼라 바이러스의 발발로 서아프리카 등지에서는 수천명이 목숨을 잃는 등 시장 안팎의 요인들이 변동성을 높였다.
◆ 글로벌 성장 둔화…신흥시장 타격
시장 내부적 요인 측면에서도 중국 경제성장이 둔화되면서 상품 가격이 급락하는 가운데 미국 달러가 강세를 보였다.
국제통화기금(IMF)의 글로벌 경제전망에 따르면 신흥시장의 경제성장률은 불과 몇 년 전 6~7% 정도이던 것이 지금 4.4% 수준에 그치고 있다.
하지만 선진국을 중심으로 양적완화 통화정책이 지속 도입되면서 전세계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찾는 자금들이 신흥시장에 지속 유입됐다.
이로 인해 신흥시장 채권을 추종하는 JP모건 EMBI 글로벌헤지인덱스는 연초대비 거의 8% 상승한 상태다.
◆ 멕시코 국채 인기몰이…규제 개혁 돋보여
멕시코 국채는 올해 신흥시장 투자자들에게 가장 인기가 높았던 채권이다.
특히 멕시코는 헐값으로 국채를 사들인 뒤 소송을 통해 선량한 투자자들에게 피해를 입혀온 벌처펀드로 인한 손실방지 규정을 명문화하면서 글로벌 규제 완화의 아이콘처럼 부각되고 있다.
올해 멕시코는 10년물 국채를 기록적으로 낮은 수익률로 발행해 눈길을 끌었다. 멕시코는 최근 미국의 10년물 수익률에 135bp 가산금리를 부가한 3.68%의 낮은 금리로 국채를 발행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투자등급 채권의 평균수익률보다도 낮은 것이다.
마크 챈들러 BBH글로벌 통화전략부문 대표는 "멕시코 경제의 경우 미국의 지속적인 경제성장 결과로 국가경쟁력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 인도·인도네시아 채권, 개혁 의지 부각
인도와 인도네시아 국채의 경우 괄목할만한 경제 펀더멘털의 성장은 없었지만 정치적인 개혁노선이 투자자들로부터 인기를 얻었다.
마크 베이커 스탠더드라이프 신흥시장 채권투자부문 이사는 "이들 경제는 펀더멘털은 그다지 좋지 않았지만 개혁정책 전망으로 투자심리가 개선됐다"며 "인도 루피화는 올해 달러화 대비 가장 강세를 보인 통화중 하나였다"고 말했다.
유럽 신흥국 채권의 경우 중부 유럽 국채를 중심으로 양호한 실적을 보였으나 이후 유로존 경제가 침체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부각되면서 투자심리는 다소 둔화되는 모습이다. 이 가운데 터키 10년물 채권의 가산금리는 연초 320bp 수준에서 최근 175bp로 크게 낮아지면서 눈길을 끌었다.
특히 올해는 아프리카 국채도 글로벌 시장에 처음 선보이면서 투자자들의 인기를 끌었다. 케냐의 경우 6개월여 전 발행했던 수익률보다 더 유리한 조건으로 5억~7억5000만달러의 자금을 조달할 예정이다.
◆ 브라질·러시아 국채 급락…정치적 부담
반면 브라질과 러시아의 국채 가격은 크게 하락하며 투자자들에게 실망감을 안겼다.
올해 브라질 국채는 높은 인플레이션 부담과 취약한 경제 성장구조 등에 대한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 지난 10월 브라질 대선 결과 디우마 호세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면서 주식과 채권시장이 동반급락했다. 여기에 호세프 정권의 시장개혁 의지 부족 등이 부각되며 투자자들의 매도세가 확산됐다.
러시아 채권의 경우 크림반도 합병에 따른 서방 국가들의 경제제재에 따라 위기감이 심화되고 있다.
크레이그 보텀 슈로더 신흥시장 이코노미스트는 "향후 전망은 어둡고 실질적으로 성장을 기록하기 어려을 것으로 보인다"며 "경제제재가 심화된 가운데 국제유가도 더 떨어지고 있어서 크게 악화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러시아의 기존 대외 채무의 만기가 돌아올 경우 이를 재조달하는 부담에 대해 투자자들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최근에는 러시아가 글로벌 채권시장에서 퇴출될 수 있다는 우려도 부각되고 있다.
◆ 아르헨티나 디폴트 위기감 부각
이와 함께 올해 우크라이나와 베네수엘라, 아르헨티나 등의 국채는 글로벌 채권시장에서 투자자들의 공포감을 높였다.
최근까지 우크라이나는 국제통화기금(IMF)의 원조를 포함 서방의 국채투자가 크게 유입됐던 국가였다. 올해 예상 경제성장률은 7%에 육박할 정도였다.
하지만 러시아의 크림반도 개입과 내전 확대 등으로 우크라이나 통화가치는 올해 절반수준으로 급락했다.
아르헨티나의 경우도 13년만에 두번째 디폴트를 선언하면서 투자자들의 신뢰도가 크게 꺾였다.
현재 아르헨티나의 20년물 국채는 미국 국채 20년물 수익률 대비 약 750bp 가량 높은 상황이며 베네수엘라 채권 20년물 수익률은 이보다 2배 이상 높게 형성돼 있다.
[뉴스핌 Newspim] 노종빈 기자 (unti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