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은행들 "맡기는 돈 싫어"…저축하면 수수료 부과
[뉴스핌=노종빈 기자] 유럽 단기자금시장에서 머니마켓펀드(MMF)들의 마이너스 수익률이 지속되고 있다.
이 때문에 은행들은 새로운 예금을 꺼리고 있는 실정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주요 외신들이 12일(현지시각) 보도했다.
◆ 머니마켓, 은행권 단기자금 조달창구
최근 무디스 보고서에 따르면 유럽중앙은행(ECB)의 초저금리 지속에 따라 1조유로(약 ) 규모의 MMF 수익률이 제로 수준 아래로 떨어진 상태다.
유로화 기반 MMF들은 은행들에게는 단기자금 조달 창구, 기업들에게는 현금보관소와 같은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투자자들이 내는 수수료를 포함해도 마이너스 수익률 기록이 이어지고 있다.
유로화 익일물은 이미 마이너스 수익률인 -0.032%를 기록 중이다. 이보다 만기가 긴 유리보(유로화를 사용하는 유럽연합 내 12개국의 시중은행 간 금리)도 하락세를 지속중인 가운데 유리보 1개월물과 3개월물의 단기 수익률도 사상 최저수준인 0.009%, 0.079%를 각각 기록 중이다.
◆ 은행들, 저축성 예금에 수수료 부과
주된 배경은 지난 6월 ECB가 예치금리를 마이너스로 인하하면서 은행들이 자금을 맡길 경우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많은 은행들이 이미 저축성 예금에 대해 페널티성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는 상황이다.
ECB가 유럽 은행들에 장기 저리의 차환 대출을 제공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당분간 마이너스권의 단기 금리는 쉽게 변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지우세페 마라피노 바클레이스 채권전략가는 "금리가 바닥권인지 아닌지 불확실하다"며 "만약 금융시스템에 잉여 유동성이 있다면 금리는 더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 펀드매니저들, 수익률 하락에 만기늘리기로 대응
신용평가사 피치의 분석에 따르면 9월 말 현재 유로화 표기 펀드들은 평균수익률이 불과 3bp 하락했다.
수익률이 워낙 낮다보니 일부 펀드 매니저들은 수익률을 최대화 하기 위해 대부분 만기가 긴 펀드로 갈아타는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이로 인해 MMF 평균 만기는 50일로 1년 전의 39일보다 크게 늘어난 상태다.
다음달 ECB가 추가 유동성을 공급할 계획이어서 MMF에 대한 추가적인 하향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 마이너스 수익률에도 자금 유입 지속
사실상 수익률이 거의 없는 상태임에도 여전히 시장에서는 MMF에 자금이 지속적으로 유입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EPFR에 따르면 연초 이후 현재까지 443억달러의 자금이 유로화 펀드로 유입됐다고 밝혔다.
야론 언스트 무디스 투자관리 담당은 "유로존 MMF들은 불과 3bp~4bp라 하더라도 여전히 은행 금리보다는 유리한 수익률을 제공하기 때문"이라며 수익률의 추가하락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뉴스핌 Newspim] 노종빈 기자 (unti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