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연춘 기자]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다음달 임원 인사를 앞두고 18일 사장단 회의를 소집했다. 올해 사장단 회의는 예년보다 열흘 더 앞당겨졌다. 롯데그룹 안팎으로 경영 상황이 녹록치 않은 만큼 서둘러 변화에 대응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10일 재계에 따르면 롯데는 내년 경영 환경이 어려울 것으로 보고 비상경영에 준하는 경영 전략 짜기에 본격 돌입했다. 오는 18일 제2롯데월드에서 사장단 회의를 열고 내년 업무 계획을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올해 사장단 회의는 지난달 말 저층부 개장이 완료된 제2롯데월드에서 열린다.
롯데그룹은 그동안 건물을 신축했거나 개장한 사업장에서 사장단 회의를 열어왔다. 이에 따라 이번 회의 장소로 제2롯데월드가 정해졌다는 설명이다. 2010년 하반기에는 재개점한 롯데백화점 청량리점에서 회의를 열었고 2011년에는 12월 오픈한 경기도 파주의 롯데프리미엄아울렛, 2012년에는 현대정보기술을 인수하면서 함께 사들인 인재개발원 용인연수원에서 열렸다. 지난해에는 생산거점이 이전된 경기도 안산의 캐논코리아 공장에서 진행됐다.
하반기 사장단 회의에서는 일반적으로 한 해 실적을 정리하고 내년 경영전략 등에 대해 논의한다고 그룹 측 관계자는 설명했다.
유통업계 불황이 내년에도 계속될 것으로 예측되면서 롯데그룹의 비상경영의 수위를 한층 더 높일 전망이다. 글로벌 경제위기에 따른 소비심리 악화와 대형마트 영업시간 제한과 골목상권 살리기 경제민주화가 유통업계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실적은 유통업계 전반적으로 실적 악화라는 터널에 진입한 상태다. 이 때문에 사장단 회의에 참석하는 주요 계열사 사장단은 긴장할 수 밖에 없다.
그룹내 주역 계열사인 롯데쇼핑은 올해 3분기 국내외 대형마트의 영업이익 급감으로 지난 분기에 이어 실적 악화라는 수렁에 빠졌다. 이기간 매출액 7조2179억원, 영업이익 3048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동기 대비 매출액은 0.4% 감소하는데 그쳤지만 영업이익은 15.9%가 줄었다. 당기순이익은 2801억원으로 12.1% 감소했다.
롯데쇼핑 측은 "올해 3분기 소비심리가 소폭 개선됐지만 전반적인 내수 부진으로 매출이 감소했다"며 "상반기와 유사한 흐름으로 영업이익 회복세가 지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사업부문별로 살펴보면 백화점 사업부는 매출액 1조8660억원, 영업이익 1050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1% 안팎 소폭 성장했다. 대형마트 부문 영업이익은 급감했다. 매출액은 2조1820억원, 영업이익 510억원을 기록하며 지난해 동기 대비 각각 10.4%, 48.6% 감소했다.
특히 해외 부문에서 타격이 컸다. 중국 103개 점포 매출액이 338억원을 기록해 환율을 고려하면 전년 동기대비 18.4% 줄었다. 인도네시아 38개 점포 매출은 271억원으로 13.4% 줄어든 상황이다. 롯데쇼핑은 신흥시장의 경기둔화를 실적 부진의 원인으로 꼽았다.
또한 식음료 계열사인 롯데제과와 롯데칠성도 전년대비 영업이익은 모두 급감했다. 호남석유화학·케이피케미칼 역시 전년대비 급감했다. 호남석유화학은 전년대비 2000억원 가량 빠진 2022억원을, 케이피케미칼은 전년도 557억원의 영업이익에서 올해는 적자전환했다.
신 회장은 내년 경영계획을 투자를 보수적으로 하면서 '선택과 집중'을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지난 6월 신 회장은 회의에서 "지난 몇년 동안 롯데는 국내외 대형 인수·합병(M&A)을 바탕으로 빠른 속도로 성장해왔지만 극도로 불안정한 경제 상황이 계속되는 시대에 앞만 보고 달려가는 것은 위험한 도박"이라고 말한 바 있다.
업계 안팎에선 신 회장이 그간 주요 상황마다 사장단 회의를 통해 대내외 메시지를 전달한 만큼 이번에도 여러 상황에 맞춰 입장을 내놓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롯데그룹 측은 "통상 사장단 회의는 상·하반기에 열리기도 하고, 1년에 한 번 개최되기도 했다"며 "아직 내년 그룹의 구체적인 경영전망이나 투자 계획이 확정된 것은 없지만 최근의 투자 기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뉴스핌 Newspim] 이연춘 기자 (lyc@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