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고위험 채권펀드서 6주 연속 자금유출
[뉴스핌=노종빈 기자] 유럽계 정크본드, 즉 신용도가 낮은 기업들이 발행한 고금리 회사채에 대해 투자자들이 점차 등을 돌리고 있다.
글로벌 경제와 유로존 경제 전망이 불투명해지면서 리스크(위험도)가 높은 자산에 대한 회피 심리가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주요 외신들이 13일(현지시각) 보도했다.
◆ 정크본드 수익률 급등…불안감 확산
JP모건 유럽 정크본드 지수에 따르면 수익률은 지난 8월 말 4.27%에서 4.85%까지 치솟았다. 이는 올해 2월 초 이후 최고치다.
정크본드 지수는 지난 7월 우크라이나 사태 등 지정학적 우려가 부각되면서 자금인출이 늘면서 단기 고점인 4.83% 수준을 기록하기도 했다.
고금리 회사채에 너무 많은 수요가 몰리고 있다는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의 경고도 정크본드 수요를 둔화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의 분석에 따르면 유럽에 기반을 둔 고위험 회사채 펀드는 6주 연속 자금유출을 지속하고 있다.
반면 신용도가 우량한 채권이나 각국 정부 국채, 머니마켓 펀드 등은 자금이 유입되면서 긍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
유럽 정크본드 발행규모는 연초 이후 현재까지 1490억달러를 기록, 지난해 전체 발행규모인 1250억달러를 훨씬 넘어섰다.
◆ 정크본드 시장 탄력 둔화…차환 리스크 우려
하지만 유럽 정크본드 시장은 올해 상반기 크게 각광을 받았으나 최근 탄력이 둔화하고 있다.
시장분석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최근 유럽내 정크본드의 발행 건수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지난 2주간 유럽 채권시장에서 정크본드 발행건수는 4건으로 총 19억달러를 조달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총 5건이 발행돼 23억달러가 조달됐다.
신용평가사 피치는 유럽 투자자들이 기업들의 채권만기에 따른 차환 발행 리스크를 인식, 정크본드 대한 투자를 꺼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투자자들은 정크본드 발행 기업들의 신용 상황에 대해 크게 우려하고 있는 모습이다.
최근 한 전문가 대상 조사에서 전체의 36%는 정크본드 발행 기업들의 신용차환 리스크가 높아질 것으로 응답했다.
응답자의 57%는 내년 정크본드의 시장 상황이 더 악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2분기 같은 질문에 대한 응답 비율 31%보다 크게 늘었다.
◆ 시장 변동성 증가…투자기회 확대 관측도
반면 일부 펀드매니저들은 유럽과 미국의 정크본드에 대한 투자기회가 확대될 것이라는 점에서 이 같은 변동성 확대 현상을 반기고 있다.
미국 정크본드 수익률은 지난 8월말 5.53%에서 현재 6.51% 수준까지 크게 올랐다.
밥 미셸 JP모건 자산관리 글로벌시장 수석투자책임자(CIO)는 우호적인 통화정책 환경이 지속됨에 따라 유럽의 고수익 채권 시장 자체는 나쁘지 않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그는 이미 유럽 기업들과 은행들이 통화정책 당국이 시장 붕괴를 원하지 않는다는 시그널을 확인했다고 지적했다.
또 유럽에서의 기업 디폴트(지급불능) 건수는 미국의 디폴트 발생건수보다 낮은 상황이다.
미셸 CIO는 "유럽 정크본드의 가격이 미국 정크본드 가격보다 약간 비싸게 거래되고 있다"며 "하지만 ECB 등의 양적완화 정책 결정 효과 등을 감안하면 양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노종빈 기자 (unti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