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 완수는 좋지만 자율권 부재·유가족 설득 등 숙제 남아
[뉴스핌=함지현 기자] 세월호 특별법 합의를 이끈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가 '절반의 성공' '미완의 합의'란 평가를 받고 있다.
협상을 통해 접점을 찾고 국회 정상화의 교두보를 마련한 점은 호평을 받는다. 하지만 협상 과정에서 자율권 부재라는 문제점을 노출했고, 특히 유가족 설득 등 남겨진 숙제가 많다는 점은 문제점이다.
국회 본회의 장면 <사진=김학선 기자> |
이 원내대표는 결국 수사권과 기소권을 내주지 않기 위해 매달렸다. 이는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언급한 '가이드 라인'을 지킨 것이다. 이는 향후 정기국회 운영에 있어서도 여당이 청와대의 주문을 넘어서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으로 이어진다.
이준한 인천대학교 교수는 "지금은 누가 원내대표가 돼도 박 대통령의 리모컨 전파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 역시 유가족의 요구와 당내 강경파의 주문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당내에서는 불만을 토로하고 당 밖에서는 압박을 해오는 가운데 외로운 싸움을 벌였다.
그는 1일 안산 세월호희생자 분향소를 방문해 희생자 분향소 방명록에 "가장 슬픈 법이 너무 슬프게 됐습니다. 미안합니다. 아직 이렇게 밖에 힘이 되지 못해서…흔들리는 조각배에서 활을 들고 서서 법을 만드는 그런 싸움이었습니다. 그러나 힘닿는데까지 더 노력하겠습니다."라고 심경을 밝혔다.
추후 남은 숙제도 해결이 쉽지 않아 보인다.
무엇보다도 합의안에 반발하고 있는 유가족들을 설득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있다. 양당 원내대표는 이날 전명선 가족대책위원장의 요청에 따라 안산 가족대책위 사무실을 찾아 설득 작업에 나섰지만 추후에는 박 원내대표의 몫이 될 가능성이 크다.
유족들은 유족을 제외하고 양당 합의하에 4인의 특별검사후보군을 특별검사후보추천위원회에 제시키로 한 합의에 반발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특검의 수사 대상 및 범위에 대해서도 추후 치열한 공방전이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검의 수사 대상은 세월호 침몰 이후 정부의 안일한 대응에 방점이 찍힐 것으로 예상된다. 때문에 야당은 수사대상과 범위에 성역을 두지 말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여당은 청와대와 대통령이 수사대상에 포함되는 것에 반발할 가능성이 크다.
윤희웅 민 정치컨설팅 여론분석 센터장은 "여전히 미해결된 부분이 많고 쟁점이 많이 남아있기 때문에 유가족 설득 문제, 유가족의 수용 여부, 수사 대상·범위 등의 쟁점이 많이 남아 있다"며 "양당 원내대표의 협상력에 대한 평가가 끝난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비판에도 여야 원내대표가 적극적으로 협상을 시도했다는 점은 호평을 받는다.
특히 이완구 원내대표는 정의화 국회의장이 국회 본회의를 26일에서 30일로 연기하자 사퇴 카드로 불만을 표시했었다. 박영선 원내대표도 두 차례의 협상파기 등으로 인해 세월호 유가족들로부터 비판을 받았고, 비대위원장 선임을 둘러싼 당 내홍으로 탈당 얘기까지 나왔다. 하지만 양 원내대표 모두 끝까지 책임감을 갖고 협상을 완수해 낸 것은 의미가 있다.
아울러 양당 간 신뢰를 쌓아가면서 추후 논의를 해 나갈 수 있는 최소한의 토대가 마련됐다는 점에서 정치적 의미를 둘 수 있다는 평가다.
양승함 연세대학교 교수는 "가뭄에 단비 오듯 아주 좋은 소식"이라며 "이 기회에 한국 정치가 대화와 협상이 가능해지는 분수령이 됐으면 좋겠다. 자기 주장만 끝까지 관철시키려 하는 고집스러운 정치는 끝내야 한다"고 주문했다.
[뉴스핌 Newspim] 함지현 기자 (jihyun0313@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