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한기진 기자] “달러로 환전하지 않아도 된다고? 위안화로 직접 결제하면 어떤 장점이 있죠?”
요즘 중국과 무역하는 기업의 최대 관심사는 우리나라의 ‘위안화 허브’가 가져올 무역결제의 변화다. 우리나라 교역량의 21%가 중국과 이뤄진다. 미국(9.6%)을 추월한 절대 1위이자, 지난해만 해도 630억달러의 무역흑자를 얻었다. 우리 기업들의 관심이 클 수밖에 없는 이유다.
우리나라를 위안화 허브로 키우겠다는 것은 한중 정상의 합의사항이다. 범정부 차원의 실천 프로젝트가 진행될 정도로 한중 간 무역 및 금융시장은 큰 변화는 예고된 것이나 다름없다. 기획재정부, 산업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한국은행, 금융투자협회, 예탁결제원, 코트라, 무역협회, 중국교통은행 및 주요 은행들 TF(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해, 로드맵을 만들기 위해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중국 정부의 위안화 국제화 전략으로 홍콩, 싱가포르, 대만, 런던에 이어 한국에서도 위안화 허브가 추진된다. |
금속가공 기계설비와 공작기계를 주문 제작형으로 수출하는 경남 창원 소재 J기업도 이 중 하나다. J기업은 매출의 70%를 중국에서 올리고 있고 규모만도 지난해 3600만달러에서 올해 5000만달러를 예상하고 있다. 순수 매출 규모만 이 정도지, 중국에서 수입하는 원재료 등 각종 무역거래만 따지면 1억달러에 이른다.
이 회사 재무담당 박 모 이사는 “지금은 위안화 환율이 오를지 내릴지 매번 고민하고, 신용장을 갖고 국내 은행과 환율 수수료 네고(할인 협상)하는 일도 복잡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위안화 직거래를 하면, 환율 고민이나 수수료 부담을 덜게 될 것 같은데 정확히 어떤 도움을 줄지는 모르겠다”고 했다
이 같은 고민을 풀어주기 위해 위안화 허브가 본격화하면 무역결제에서 어떤 이익이 있는지 가상의 사례를 통해 짚어본다. 뉴스핌이 입수한 우리은행과 SC은행의 위안화 금융 관련 자료를 바탕으로 했다. 두 은행은 국내 최고의 위안화 금융 서비스 은행이다.
◆ 원화로 중국 기업에, 수입대금 줘도 돼
J기업은 중국 매출이 매년 20%씩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5년 내 1억달러를 기대한다. 국내 생산만으로는 수요를 맞추지 못해 중국 청도에 현지공장을 짓고 법인 설립 계획도 있다. 앞으로 무역대금 말고도 현지 진출에 따른 대출 등 각종 금융비용이 들어갈 것으로 본다.
박 이사는 “내년부터 중국 비즈니스는 모두 위안화 직접 거래가 좋다”는 우리은행 외환사업부 김 모 부장의 설명을 들었다.
“김 부장, 지금처럼 달러로 환전해야 하는 것 아닌가?”
“박 이사님 아닙니다. 앞으로 달러를 환전할 필요 없이 우리가 가진 위안화나 원화를 중국 바이어에 주면 됩니다.”
“우리나라 돈으로 준다고?”
“위안화를 받는 것은 중국 기업이니 당연히 쉽게 이해되죠. 원화를 줄 수 있다는 점은 모르셨을 겁니다. 위안화 직거래라는 것은 원화와 위안화가 직접 교환된다는 의미입니다.”
“그럼 원화로 무역대금을 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대상 중국기업이 거래하는 중국 현지 은행이 원화를 취급하면 됩니다. 만일 그렇지 않다면 원화거래가 불가능합니다. 우리은행과 거래한다면 중국 현지법인인 중국우리은행이나 제휴 은행인 중국건설은행, 연변농촌상업은행, 리자오은행, 에버그로윙은행(Evergrowing bank)과 거래하는 중국 기업한테는 원화로 줄 수 있습니다.”
이 이야기를 듣고 있던 SC은행 한 부장도 끼어든다. “SC은행은 중국 네트워크가 넓어서 우리도 같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은행에서 신용장만 받아주거나 하는 식으로 거래 수단이 제한은 없나?”
“송금수수료 3만5000원만 주세요. 수출입 모두 송금(TT)과 신용장 방식이 허용되고 수입은 무신용장 방식(D/A, D/P)이 허용됩니다. 다만 중국 기업의 거래 은행이 원화 신용장거래 취급 여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우리은행 김 부장)
아뿔싸, 박 이사는 위안화 직거래의 의미를 이해하게 됐다. 더는 달러로 환전할 필요도 없고, 중국 기업과 협상으로 원화나 위안화 중 하나로 무역결제를 할 수 있다는 것을. 더 이상 환율 걱정에 밤잠을 설칠 일도 없고 환전 비용도 줄이게 됐다.
◆ 중국기업은 위안화 선호해
박 이사는 중국 기업들의 높은 콧대를 잘 안다. 국제화 하지 못한 원화 대신 위안화를 요구할 것이 뻔하다고 생각한다.
“중국 기업과 협상하는 게 얼마나 힘든 줄 아나. 아마 위안화 아니면 받지 않을 걸세. 결국 위안화로 거래하는 일이 대부분일 게 분명해.”
“중국 기업은 CNY(역내 위안화)를 선호하겠죠, 대출받기도 편하니. 심지어 말레이시아나 싱가포르처럼 화교가 많은 곳은 위안화로 거래하더군요.”
“그럼에도 위안화로 직거래하면 장점이 무엇인가.”
“재무제표상 자산과 부채 내용에 조금 변화가 있습니다. 지금은 달러를 위안화로 환산하면서 자본조정이 생기고 이 때문에 영업수익을 왜곡하는 비용이 발생합니다. 앞으로는 당연히 이런 문제점이 사라집니다. 또 중국에 자회사가 있다면 위안화로 직거래 할 수 있어 달러 헤지 비용이 절감되고 한국 본사의 연결재무제표가 개선되는 효과가 있습니다. 수출기업은 위안화를 보유하고 있으면 이자수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달러화 예금보다 위안화 예금 금리가 몇 배는 높으니까요. 수입기업은 중국 기업과 가격 협상을 할 수 있습니다. 중국 기업도 위안화를 받으면 유리하니 그만큼 협상 여지가 생기죠. 참고로 중국에서 환전 비용은 0.125% 정도니, 이 비용을 중국 기업들은 아낄 수 있습니다.”
“지금 당장에라도 위안화 거래를 하고 싶네. 어떻게 하면 되나.”
“원화/위안화 통장만 개설하면 즉시 위안화 수출입 LC, 송금, 환전거래가 가능합니다. 오전에 송금하면 오후에 중국 현지에서 받을 수 있습니다. 물론 위안화 직거래가 본격화된 이후여야죠.”
“위안화를 달러로 환전하겠다고 (환전 수수료 인하) 네고를 하지 않아도 되겠네. 50%, 60%, 70% 깎자고 말 잘해야 하는데. 당장 원화/위안화 통장 개설해야겠네. 거 참….”
[뉴스핌 Newspim] 한기진 기자 (hkj7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