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제조 줄이고 인터넷 플랫폼 강화
[뉴스핌=강소영 기자] 중국 가전업체 하이얼(海爾)이 기업 컬러를 바꾸는 '혁명적' 기업변신을 추진하고 나섰다. 하이얼은 최근 주력인 전통 제조분야를 축소하고,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플랫폼 기업으로의 변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4일 중국 경제산업 전문매체 재신망(財新網)은 하이얼이 가전 시장 및 경영환경의 급격한 변화에 직면해 '고통스러운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며, 대대적 기업변신에 나선 하이얼의 근황을 자세히 전했다.
최근 하이얼의 미국 최대 전기전자 업체인 제너널일렉트릭(GE) 가전사업부 인수가 유력시되면서, 하이얼이 세계 가전업계를 위협할 차세대 강자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하이얼은 중국 내수 시장의 부진으로 잠재 위기에 직면해 있다.중국 내 가전시장의 파이는 적어지고, 한국산 가전 등 기술력을 앞세운 제품이 밀려오는데 하이얼의 가격경쟁력이 더 이상 효과를 내기 힘들기 때문이다.
장루이민(張瑞敏) 하이얼그룹 CEO는 최근 공식 석상에서 하이얼을 "뒤집어 엎겠다"며 기업 혁신에 나설 것을 예고했다. 장 회장의 이 같은 발언은 1990년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아내와 자식 빼고 다 바꾸자"며 변화와 혁신을 강조했던 것을 연상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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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재신망(財新網)] |
감원 과정에서 하이얼은 매우 특이한 방식을 취했다. 직원을 무조건 정리하는 것이 아니라 내부 조직을 수많은 소규모 단위로 쪼갠 후 그룹에서 분사시킨 것. 하이얼은 이 같은 조직 개편을 '샤오웨이(小微) 운동'으로 부르며 2012년 하반기부터 진행해오고 있다.
샤오웨이 운동 추진으로 하이얼제품의 내수판매와 관련 상품을 전담하던 하이얼의 자회사가 협력사로 분리됐고, 이 협력사는 하이얼의 도움 없이 독립적으로 경영되고 있다.
앞으로는 샤오웨이 운동 대상이 전 그룹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하이얼 그룹은 각 협력사를 이끌며 인력·자금·자원을 연결해주는 플랫폼의 기능을 담당하게 된다.
일례로 하이얼컴퓨터 사업부 부장이었던 저우자오린(周兆林)은 현재 컴퓨터 사업 플랫폼 매니저로서 각 협력사를 지원하는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하이얼의 대규모 인력 감축을 유도한 또 다른 전략은 중간 관리층 축소, 제조부문 외주, 스마트 사업 강화이다.
제조업으로 성공한 하이얼은 최근 기업의 제조기능 적극적으로 줄여나가고 있다. 하이얼의 IT상품 대부분은 폭스콘, 콴타컴퓨터 등 외주업체가 제조하고 있다. 그 결과 한때 3000여 명에 달했던 하이얼 컴퓨터 사업부문의 직원은 현재 200 여 명으로 줄었다.
하이얼은 이런 전략으로 인건비는 줄이고, 노사분규와 같이 대규모 조직이 자주 부딪히는 문제점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중국이 피고용인의 권리를 대폭 강화한 신노동법을 실시하면서 대규모 인력을 갖춘 기업은 위기시 대처 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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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베이징에서 열린 U+개발자 대회 현장 [출처:바이두(百度)] |
하이얼은 지난달 25일 베이징(北京)에서 'U+ 개발자 대회'를 열고 U+플랫폼을 이용해 각종 스마트 가전제품을 사용하는 시연회를 했다. 이날 행사에는 퀄컴, 바이두, 리얼텍의 고위 임원 등 300여 개 기업 관계자가 참석했다. U+ 플랫폼 출시로 하이얼은 전통 제조기업에서 첨단 기술기업으로 변신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하이얼의 앞날이 밝기만 한 것은 아니다. 우선, U+ 플랫폼이 성공하기 위해선 세계 무대에서 애플의 홈키트(Homekit),삼성의 타이젠과 같은 초강력 경쟁상대와 싸워야 한다. 중국 시장에서도 샤오미라는 만만치 않은 적수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스마트폰에서 자신감을 얻은 샤오미는 스마트 가전시장 진출을 위해 분주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샤오웨이 운동을 통한 조직 개편도 순탄치만은 않았다. 임원과 평사원을 막론하고 새로운 조직 혁신의 방향과 취지를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고, 내부에서도 변화의 고통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업계 전문가들은 하이얼이 지나치게 급진적인 개혁을 추진하면서 위험성을 높이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뉴스핌 Newspim] 강소영 기자 (js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