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MC 의사록 공개 전후 참여자들 연구'..중앙은행 관계자 정치인화 경향
[뉴스핌=김윤경 국제전문기자] 중앙은행은 얼마나 투명해야 할까. 또한 투명성이라고 하는 것은 대개 정부의 정책적 실패를 고칠 수 있는 강력한 처방전 중 하나로 간주되곤 한다. 그러나 투명성은 언제나 이득이 되는 덕목일까.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최근 열린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 청문회에서 공화당 의원들과 연준의 투명성을 두고 설전을 벌였다. 옐런 연준 의장은 "내가 알기로는 연준이 전 세계에서 가장 투명한 중앙은행"이라고 말했고, 야당 의원들은 더욱 투명해질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공화당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통화 정책을 결정하는(기준금리를 올리고 내리는) 기준을 의회에 미리 설명하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옐런 의장은 "이는 일대 실수(grave mistake)일 것"이라면서 강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는 연준의 독립성과 능력을 해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야당 쪽에서는 또 옐런 의장이 매주 재무장관과 회동한 결과를 공개할 것도 요구했다. 그러나 옐런 의장은 "매주 개인적인 대화를 갖고 있지만 그걸 다 발표하고자 하지 않는다"면서 "그러나 이 대화를 통해 합의된 것들은 공개되고 있다"고 항변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나온 한 보고서에서 중앙은행의 투명성이 언제나 선(善)인 것은 아니라는 연구 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지난 26일(현지시간) 영국 이코노미스트가 전한 스티븐 한센 폼페우파브라 대학 교수, 마이클 맥마흔 워윅대 교수, 안드레아 프랫 컬럼비아대 교수가 공동 저술한 '공개시장위원회(FOMC) 내에서의 투명성과 숙고(Transparency and Deliberation within the FOMC)'란 보고서에 따르면 중앙은행이 투명성을 확대할 경우 경제지표 등을 발표하는 중앙은행 관계자들이 정치인화(化)할 수 있다고 지적됐다. 또 중앙은행 관계자들은 의사록 공개를 의식해 경제지표에 대한 지식을 보여주려고 할 뿐 정책적 추천에 있어선 역할을 줄이려 한다는 것이다.
앨런 그린스펀이 연준 의장이던 시절인 1993년 FOMC 의사록을 조금 더 신속하게 공개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FOMC 회의내용은 'Minutes of Actions'에, 회의에 따른 정책수행 결과는 'Record of Policy Action'에 기록, 차기 회의 종료 후 수일 내 일반에 공개하고 있다. 보고서는 따라서 1993년 이전과 이후를 비교, 새롭게 도입된 투명성이 경제 정책 결정 과정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분석했다.
1993년 이전 FOMC 참석자들은 자신들의 발언이 낱낱이 공개된다는 사실, 다 기록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했지만 1993년 이후 참석자들은 그것을 의식해 다르게 행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들어 경제 이슈에 대해 더 많이 얘기를 하거나 이 경우 더 많은 데이터를 참고로 하는 경우가 많았다. 보고서는 이에따라 FOMC 참석자들이 브리핑을 하기 위해 벼락치기 공부를 하는 경우가 늘었다고 분석했다.
그렇지만 의사록의 공개는 정책 결정과 관련한 대화를 막는 효과도 있었다. 경험이 적은 참석자들의 경우 질문도 줄었고 발언도 줄었으며, 의장이 이끄는대로 따라가려는 경향을 보였다.
연구자들은 이는 신규 참석자들의 경우 자신감이 적었기 때문으로 풀이했으며, 후에 역효과를 낳을 것 같은 정책에 대해선 지지 발언을 하지 않으려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따라서 정책 입안자나 연구자들은 이러한 '순응 효과'를 최소화할 수 있는 회의 구조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김윤경 국제전문기자 (s91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