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경기 침체·부양책 후퇴 등으로 성장률 둔화
[뉴스핌=김동호 기자]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이 잇따라 중국의 내년 경제성장률이 올해보다 둔화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상당수의 IB들은 중국의 성장률이 7%를 밑돌 것으로 내다봤다.
부동산 경기 침체와 경기부양 정책 후퇴 등이 성장률 둔화로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다.
크레딧스위스(CS)는 지난 7일 중국의 내년 경제성장률이 6.6%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도 7.2%로 낮췄다.
판측완 CS 아시아태평양법인 투자책임자(CIO)는 "중국 정부가 내년 성장률 목표치를 낮출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 경제의 가장 큰 거시적 위험요소는 부동산 경기 하락"이라며 "최근 부동산 시장 둔화는 과거와 다르다"고 말했다.
과거 부동산 시장의 조정이 정부 정책에 의한 것이었다면 지금의 시장 둔화는 공급과잉으로 인한 것이기 때문에 보다 주의해야한다는 설명이다. 공급과잉에 직면한 부동산 시장이 하락 사이클로 접어들 경우, 보다 많은 건설사들이 자금 문제를 겪게 되고 이는 보유 주택의 염가 처분으로 이어지며 시장 하락을 더 부추길 수 있다는 얘기다.
중국부동산지수시스템(CREIS)에 따르면, 지난 5월 신규주택 평균가격은 0.3% 하락했다. 이 지수는 2년여 만에 처음 하락세를 보였다.
중국 정부는 오는 2015년까지 7%대 경제성장률 유지를 장담하고 있지만, 글로벌 금융기관들이 보는 현실은 좀 다르다. 중국의 계획대로 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앞서 노무라증권도 중국의 내년 성장률을 6.8%로 전망했다. 노무라증권은 "지난 5월 주택 시장의 공급 과잉이 개발사의 자금조달 어려움과 맞물리며 부동산 시장이 침체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하며 현재 상황이 지속될 경우 중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은 6% 아래로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UBS도 중국의 부동산 경기 침체를 감안해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7%에서 6.8%로 낮췄다. 또한 올해 성장률도 7.5%에서 7.3%로 하향조정했다.
UBS는 다만 "중국 정부가 여전히 부동산 경기 침체를 해소할 수단과 의지를 갖고 있다"고 평가하며 정부의 인프라 투자 확대와 부동산 규제 완화 등을 예로 들었다.
국제 신용평가사인 피치는 중국의 내년 성장률이 7%대를 간신히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피치는 중국의 올해 성장률을 7.3%, 내년엔 7%로 예상했다. 또한 내후년은 6.7%로 성장률이 계속 둔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중국이 내년에도 양호한 성장세를 유지할 것이란 반론도 제기되고 있다. 중국 정부가 부동산 시장 규제를 완화하고 소규모 부양책을 지속적으로 내놓는 것을 감안하면 중국은 내년에도 7%를 상회하는 경제 성장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세계은행(WB)은 지난달 발표한 중국경제 보고서에서 중국의 내년 경제성장률은 7.5%, 올해는 7.6%를 달성할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은행은 중국의 성장률이 정부 목표치 아래로 떨어질 것이란 전망 때문에 중국 정부가 재정 통화 부양책을 내놓을 가능성이 크며, 이 경우 부양책이 성장률 목표치를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용 세계은행 총재도 지난 8일 중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내년 중국의 성장률은 7.5%로 올해보다 다소 낮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면서도 "성장률이 낮아지고 있지만 중국 정부가 개혁 노선을 유지하는 점은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김 총재는 "질 높은 성장을 유지하기 위해서 개혁 정책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김동호 기자 (goodh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