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서정은 기자] 임기 만료를 앞둔 증권업계 관피아(관료+마피아)들이 슬며시 웃고있다. 이는 정부의 관피아 척결 의지가 커지면서 기관들이 무리한 낙하산을 꺼려하기 때문이다. '굴러들어온' 관피아 대신 '박힌' 관피아들이 당분간 자리를 지킬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얘기인데 최근 증권가를 보면 이 같은 분위기가 감지된다.
13일 한국증권금융은 오전 10시 주주총회를 열고 ▲제64기 재무상태표, 손익계산서 승인의 건 ▲제64기 이익잉여금 처분계산서(안) 승인의 건 ▲제 65기 이사보수한도 결정의 건 ▲정관 변경의 건 ▲이사 선임의 건 등을 결의할 예정이다.
이사 선임의 건에는 부사장 선임의 건도 같이 포함돼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자옥 증권금융 부사장은 현재 2년 임기가 만료된 상황. 안 부사장은 기획예산처 법사행정재정과장, 기획재정부 운영지원과장, 경기도 재정협력관 등을 거친 관료 출신이다.
원래대로라면 후임이 정해져야 하지만 관피아 논란에 안 부사장의 연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안팎에선 점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관계자는 "'모난 돌이 정 맞는' 상황인데 누가 오려고 하겠냐. 괜히 관피아 논란만 키울 수 있다"며 "증권금융 내부에서도 조용히 전임자의 연임을 추진하는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한국거래소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김도형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장은 이달 10일자로 임기가 끝났다. 김 위원장 또한 재정경제부 조세정책국장, 재무부(현 기획재정부) 국고국, 증권국 등을 지낸 관료 출신이다. 내달 열리는 7일 주주총회때 안건이 포함돼야 맞지만 시장감시위원장 선임의 건은 포함돼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거래소 관계자는 "평소대로라면 오는 7일 주총에 시감위원장의 선임 안건이 포함돼있어야 하는데 이번엔 빠져있다"며 "지난 4월 임기가 끝난 김성배 상임감사 후임이 정해지는 걸로 봐서 관피아 여파로 인선이 미뤄지는 것 아니냐"고 전했다. 그는 "김 위원장은 2년 임기 마치고 1년을 추가로 끝마친 상태"라며 "임기를 꽉 채운 후에 연장된 사례는 여태까지 없긴 한데, 관피아 논란 때문에 추가로 연장될 수 있다는 얘기도 솔솔 나오고는 있다"고 덧붙였다.
'관피아' 간에 기싸움을 벌였다는 소문이 파다한 곳도 있다. 김원식 코스닥협회 부회장의 경우 올 3월 임기 3년을 마치고 재선임됐다. 김원식 부회장 또한 재무부에서 근무를 시작해 금융감독원 인력개발 실장, 조사국장을 지낸 관료 출신이지만 그의 후임으로 금감원 인물을 앉히려는 외압이 있었다는 후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코스닥협회에 대해 이례적으로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종합감사에 들어갔지 않았느냐"며 "김원식 부회장 후임으로 금감원이 자기 사람 꽂으려고 했다가 불발되자 갑자기 골프비용 등을 물고 늘어졌다는 얘기도 있다"고 전해왔다.
이에 대해 코스닥협회 관계자는 "15년 만에 처음으로 종합감사를 받았다"며 "감사를 받아서 잘못된 부분은 고치겠고, 소문에 대해서는 잘..."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이를 두고 업계 관계자들은 '둘러치나 메치나 관피아'라며 비꼬는 분위기다. 새로운 관피아는 오지 않지만 기존에 있던 관피아들의 자리보전이 용이해지고 있어서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관피아 오지 말라고 했더니 기존에 있던 관피아들 임기가 늘어나는 기형적인 상황이 돼버렸다"며 "이것이 위기에 빠진 증권업계에 어떤 도움이 될지 도저히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뉴스핌 Newspim] 서정은 기자 (lovem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