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피아·금피아→감피아→정피아 확대 재생산 우려
[뉴스핌=김연순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관피아(관료+마피아) 문제가 세월호 참사의 화를 키웠다고 규정하면서 기존 모피아(재무관료 출신)를 포함해 금피아(금융감독원 출신)들도 금융권 산하기관, 유관기관 등으로의 이동에 상당 부분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금융권에선 취업제한 대상기관으로 편입되지는 않았지만 실질적으로 유관기관과 금융 공기업으로까지 파급력이 확산될 것으로 보고 있다. 동시에 진영논리가 작용하고는 있지만 금융당국 내부에선 "정피아(정치인+마피아)로 낙하산 논란이 확대 재생산될 수 있다"는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19일 세월호 관련 및 새로운 국가운영방안에 관한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김학선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은 19일 대국민담화를 통해 "취업제한 대상이 아니었던 조합이나 협회를 비롯해서 퇴직 공직자의 취업제한 대상기관 수를 지금보다 3배 이상 대폭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취업제한 기간을 지금의 퇴직 후 2년에서 3년으로 늘리고, 관피아의 관행을 막기 위해 공무원 재임때 하던 업무와의 관련성 판단기준도 고위공무원의 경우 소속부서가 아니라 소속기관의 업무로 확대해서 규정의 실효성을 대폭 높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오는 7월부터 4급 이상 공무원이나 금융감독원 직원이 퇴직한 뒤 12개 금융 관련협회로 갈 때는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취업심사를 받아야 한다.
새로 취업심사 대상에 포함된 곳은 전국은행연합회, 생명보험협회, 손해보험협회, 금융투자협회, 여신금융협회, 상호저축은행중앙회, 신용정보협회, 대부금융협회, IR협의회, 코스닥협회, 한국공인회계사회, 상장회사협의회다.
공직자윤리법의 취업심사는 퇴직 후 2년 동안, 퇴직 전 5년 동안 수행한 직무와 취업하는 직장의 관련성을 보는데, 정부는 퇴직 후 취업제한 기간을 2년에서 3년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아울러 업무와의 관련성 판단기준을 고위공무원의 경우 소속부서가 아니라 '소속기관'의 업무로 확대함에 따라 금융위와 금감원 고위 임원의 금융권 이동에 상당 부분 제한이 불가피하다.
금감원 고위관계자는 "협회까지 취업제한으로 명문화하겠다고 했기 때문에 결국 이제는 다 바뀔 것 같다"면서 "금융연수원 이런 쪽은 협회이익과는 아무 관계가 없는데도 아무도 못가는 상황으로 이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4월에는 이기연 부원장보가 여신금융협회의 부회장으로, 정이영 전 금융감독원 조사연구실장이 저축은행중앙회의 부회장으로 선출된 바 있다. 앞서 금감원 전 김영대 부원장보는 은행연합회 부회장으로, 신응호 전 금감원 부원장보는 금융연수원 부원장으로, 금감원 전 김수봉 부원장보는 보험개발원장으로 선임된 바 있다.
지금 같은 분위기라면 유관기관과 금융 공기업으로까지 영향을 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금융위 고위관계자는 "현재까지 법으로 취업제한이 규정된 것은 공무원들이 민간기업으로 못 나가게 막은 것인데 협회(자율규제기구)까지 법으로 추가된 것"이라며 "법상 공기업으로는 갈 수는 있겠지만 정서상 낙하산은 용납하지 않는 분위기가 됐다"고 전했다.
금융당국 내부에선 향후 정피아 확산 가능성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모피아와 금피아에 이어 감피아도 금융기관 취업이 사실상 배제될 경우 전문성이 결여된 정피아 낙하산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얘기다.
앞서 지난 1월 예금보험공사는 문제풍 전 새누리당 충남도당 서산·태안당원협의회 위원장을 신임 감사에 선임하면서 (정피아) 낙하산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기술보증기금도 박대해 전 새누리당 국회의원을 감사로 임명한 데 이어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도 송학 새누리당 광진갑 당원협의회 운영위원장을 감사로 선임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전문성이 결여된 정피아의 경우 금융권 곳곳에 포진돼 있는데 그동안 사고를 치면 큰 사고를 내온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하면서 "이들(정피아)이 금융권에 낙하산으로 내려오는 것도 막아야 한다"고 밝혔다.
[뉴스핌 Newspim] 김연순 기자 (y2ki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