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채 외환 등 이미 들썩…실제 기대 못미칠듯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오는 5일 유럽중앙은행(ECB)이 부양책을 시행할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문제는 부양책의 강도다.
ECB의 ‘액션’에 대한 기대가 이미 금융시장에 상당 부분 반영된 가운데 투자자들은 다음 수순에 대한 시나리오를 짜는 데 분주한 모습이다.
일부에서는 이른바 ‘ECB 실망감’이 금융시장을 한 차례 흔들어 놓을 것이라는 전망을 제시하고 있다. 부양책의 내용이 투자자들의 기대치에 못 미치면서 이에 따른 충격이 시장을 강타할 것이라는 얘기다.
(사진:뉴시스) |
4일(현지시각)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8일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가 부양책 시행 가능성을 언급한 이후 유로화는 2.7% 떨어진 것으로 집계됐다.
국채시장 역시 크게 들썩였다. 같은 기간 스페인을 포함한 주변국과 벨기에, 프랑스 등 주요 회원국의 국채 수익률이 사상 최저 수준으로 하락했다.
금융시장은 공격적인 부양책 시행 가능성을 적극 반영한 상황이지만 실상 ECB의 발표 내용은 유로화와 국채 수익률 하락을 정당화할 만큼 충분하지 않을 여지가 높다는 의견이 번지고 있다.
파이오니어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코시모 마라스치울로 국채 헤드는 “ECB 회의 결과에 대한 실망감이 금융시장을 강타할 리스크가 상당히 높다”며 “투자자들은 특정 형태의 양적완화(QE)를 기대하고 있지만 ECB는 이 카드를 꺼내는 데 조심스러운 행보를 취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밖에 ECB가 이미 사상 최저치에 해당하는 0.25%의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보이지만 이는 경기 부양 효과는 물론이고 금융시장에도 이렇다 할 영향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의 주장이다.
알리안츠번스타인의 다니엘 로니 채권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금융시장은 완만한 형태일지라도 QE를 시행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하지만 당장 ECB가 이 카드를 꺼낼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고, 이 경우 실망감으로 인한 주변국 국채 매도가 쏟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ECB의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감에 12월물 유리보 선물 금리는 0.17%로 하락, 사상 최저치로 밀렸다. 3개월물 유리보 역시 0.301%로 지난 3월7일 이후 최저치를 나타냈다.
DZ 은행의 크리스틴 리처터 애널리스트는 “기준금리 인하와 초과 지준금에 대한 마이너스 금리는 투자자들이 예상하는 최소한의 부양책”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