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는 노조 반대·KB금융은 '내홍'…매각 결렬 가능성도
[뉴스핌=정탁윤 기자] LIG손해보험 매각작업이 지지부진하다. 애초 LIG그룹과 매각주관사인 골드만삭스는 5월 말쯤 우선협상자를 선정한다는 계획이었지만 지난달 19일 본입찰 이후 열흘 넘게 감감무소식이다.
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현재 LIG그룹과 골드만삭스는 본입찰에 참여한 롯데와 KB금융, 동양생명(보고펀드) 등과 경매호가식으로 가격을 올리는 '프로그레시브 딜'방식으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본입찰에 참여한 롯데그룹과 KB금융지주, 동양생명(보고펀드), 자베즈파트너스(새마을금고), 중국 푸싱그룹 등 5개사는 모두 5000억원 후반대의 가격을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LIG측이 원하는 6000억원대에 못 미치는 가격이다. 가격조건이 맞지 않는 것이 이번 딜이 지연되고 있는 첫번째 배경으로 꼽힌다.
가격 외에 우선협상대상자로 거론되고 있는 롯데그룹과 KB금융, 동양생명에 대해서는 저마다의 사정이 있다. 우선 유력 인수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롯데의 경우 LIG 노조의 강력한 반대가 가장 큰 변수다.
LIG손보 노조는 대주주가 약속한 기업 가치를 높일 수 있는 투자자에게 LIG손보를 매각하라고 주장하면서, 특히 롯데에 대해서는 아무리 많은 인수가격을 제시하더라도 결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롯데가 선정될 경우 매각무산 전면 투쟁까지 불사하겠다는 방침이다.
노조가 롯데를 반대하고 있는 것은 급여 등 복지수준이 LIG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고 유통업 중심인 기업문화도 LIG와 맞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지난 2008년 대한화재 인수를 통해 손해보험업에 진출했지만 제대로 성장을 못시켰다는 이유도 들고 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업계 4위면서 알짜기업인 LIG 입장에서 한참 뒤쳐지는 롯데손보에 인수되는 것이 자존심 상하는 일일 것"이라며 "내심 금융회사인 KB에 인수되기를 바라는 것 같지만, 최근 KB금융의 잇단 내홍때문에 고민이 깊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롯데와 함께 유력 인수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KB금융지주의 경우 지난해부터 금융사고가 잇따라 터진데다 최근 국민은행 전산시스템 변경을 놓고 경영진들간 갈등을 겪고 있어 가격협상을 제대로 진행할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 크다.
이런 가운데 LIG그룹이 방산계열사인 LIG넥스원 상장을 재추진하고 있어 이 배경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업계 일각에선 LIG그룹이 '알짜'인 LIG손보 매각을 결렬시키고 LIG넥스원을 매각해 LIG건설 기업어음(CP) 피해자 보상금을 마련할 것이란 추측도 나오고 있다.
[뉴스핌 Newspim] 정탁윤 기자 (tac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