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성·자산가치 업계 평균 수준 그쳐
[뉴스핌=노종빈 기자]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로이드 블랭크페인 최고경영자(CEO)의 지휘 하에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살아남았다. 하지만 현재 골드만삭스가 처한 현실은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1일(현지시각) 지적했다.
◆ 골드만삭스, 7년래 최고 분기실적 거뒀으나
골드만삭스는 금융위기에서 투자은행 업계의 대형 라이벌이었던 리만브라더스나 메릴린치, 베어스턴스와는 달리 생존하는 데 성공했다.
이후 큰 폭의 수익력을 회복하면서 최대 투자은행으로 자리한 것은 골드만삭스 역사에서 자랑스러운 장면 중 하나다.
금융위기 직전 골드만삭스는 모기지 시장의 몰락을 예측하고 매도 포지션을 취함으로써 타격에서 벗어났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최근 몇년간의 수익 창출 능력을 살펴보면 골드만삭스의 능력은 그다지 특별해 보이지 않는다.
지난주 골드만삭스 분기실적 발표에서 하비 슈워츠 수석재무책임자(CFO)는 양호한 성적을 거뒀음을 강조했다. 물론 골드만삭스는 지난 2007년 이래 최고의 분기 실적을 거뒀다.
하지만 그 속에는 주의할 점이 숨겨져 있다. 즉 투자은행으로서 중요한 대형 인수합병 거래에서의 참여 성적은 빠져있다.
예컨대 타임워너-컴캐스트 간 합병에서도 골드만삭스는 부진를 맛봤다. 업종 특성 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 할 수도 있지만 성공의 열매를 라이벌에게 양보한 것이다.
◆ 경쟁사들에 뒤처진 고정수입 부문
물론 골드만삭스는 여전히 강력한 투자은행인데, 경쟁자들이 그 격차를 좁혀오고 있는 상황이라 볼 수도 있다.
골드만삭스는 또 고정수입 부문에서의 호조와 수익성 측면에서 경쟁사들에 비해 우위를 점하는 등 업계 최강임을 주장했지만 사실 투자자들에게는 그리 와닿지 않고 있다.
상대적으로 매출 비중이 큰 고정수입 부문에서는 순익에 대한 시장의 예상치가 낮아지면서 반대로 안정적인 수익을 거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4년 전만 해도 고정수입 부문에서 경쟁사들보다 더 많은 매출을 올렸고 월스트리트에서는 가장 높은 수익성을 기록했다.
하지만 올해의 경우 경쟁사 4곳 가운데 3곳보다도 뒤쳐진 성적을 거뒀다.
물론 주당순익은 다른 경쟁사들에 비해 높았다. 하지만 수익성 비율 10.9%는 골드만삭스의 화려했던 과거의 성과를 떠올리는 투자자들에게는 대단히 불만스러운 수치다.
주된 이유는 대형은행들은 자본 건전성 규제를 지켜야 한다는 점 때문이다. 이 때문에 투자은행들은 수익성을 크게 확대하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
◆ 예외적 수익창출 능력 잃어버려
투자자들이 골드만삭스를 선택해 투자하는 이유는 그러한 난관을 넘어설 것이라고 기대하기 때문이다.
지난 2010년 골드만삭스는 모기지담보부증권의 불완전판매로 인해 증권거래위원회에 5억5000만달러의 벌금을 내기로 합의한 바 있다.
사실 당시 골드만삭스의 벌금 규모는 경쟁사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골드만삭스가 업계평균을 뛰어넘을 정도의 예외적 수익창출 능력을 잃어버린 것에 대한 변명은 되지 않는다.
지난 10년간 주가수익률를 비교해보면 골드만삭스는 경쟁자들 가운데 가장 뛰어나다고 할 수 있지만 올해 들어서는 반대로 최악의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또한 과거 골드만삭스가 경쟁사에 비해 월등히 높았던 자산가치의 경우도 현재는 경쟁사들과 비슷한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제는 누구도 골드만삭스를 경쟁사를 뛰어넘는 예외적인 주식이라고 생각하지 않게 됐다.
◆ 골드만삭스, 소모전에서의 승리
실적발표 당일 기자들과의 컨퍼런스콜에서 슈워츠 CFO는 골드만삭스가 금융업계에서의 소모전에서 이겼다는 인상을 심어줬다.
특히 골드만삭스는 글로벌 상품시장에서의 새로운 규제 강화로 인해 경쟁사인 바클레이즈와 JP모건, 모건스탠리 등이 철수하자 수혜를 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골드만삭스가 과거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한 수익력을 확보할 것인지는 불투명하다.
특히 골드만삭스가 벗어날 수 없을 것 같아 보이는 볼커룰과 같은 대형규제도 자리하고 있다. 볼커룰은 투자은행들의 자기자본거래와 사모펀드로의 지분출자를 제한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화려했던 과거의 영광을 되찾는 것이 남은 임기동안 블랭크페인 골드만삭스 CEO의 해결하기 힘든 과제가 될 전망이라고 FT는 내다봤다.
[뉴스핌 Newspim] 노종빈 기자 (unti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