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지표 악화, 미국 1분기 성장률 위축 등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파죽지세로 오르던 뉴욕증시가 가파르게 내리꽂히며 연초 이후 손실을 기록하자 월가의 투자가들은 ‘팔자’의 배경을 파악하는 데 분주한 모습이다.
IT 섹터를 중심으로 한 버블 논란부터 이익 둔화 우려, 1분기 성장률 급감 전망까지 다양한 원인이 제시됐다.
(사진:뉴시스) |
월가의 대표적인 강세론자인 펜실베니아 대학의 제러미 시겔 교수는 1분기 미국 경제 성장률이 1%까지 꺾일 가능성을 경고했다.
평소 다우존스 지수가 올해 1만8000선을 넘을 것이라고 낙관했던 그는 성장률이 최악의 시나리오대로 후퇴할 경우 자신의 주가 전망을 더 이상 유지하기 어렵다고 11일(현지시각) 말했다.
시겔 교수는 “연말 다우존스 지수가 목표 수준인 1만8000선까지 오르기 위해서는 미국 경제가 3~4%의 성장률로 증시를 뒷받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최근 증시의 급격한 조정에 대해 그는 긍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최근 급락은 패닉이 아니라 건강한 조정에 해당하며, 밸류에이션 부담이 높은 IT 섹터에서 배당주로 투자자금이 순환하는 과정에 발생한 현상이라는 진단이다.
다만, 1분기 성장률이 1% 선으로 꺾일 경우 주가 상승 회복을 위해서는 나머지 3개 분기 성장률이 3.5~3.75%에 달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오며, 이는 현실화되기 어렵다고 시겔 교수는 주장했다.
최근 뉴욕증시의 급락 배경에 중국이 자리잡고 있다는 진단도 나왔다. 미국 투자매체 CNBC의 ‘매드 머니’ 진행자인 짐 크래머는 최근 투자자들의 매도 공세의 원인을 중국에서 찾았다.
3월 수출과 수입이 각각 6.6%와 11.3%의 예상밖 급감을 기록하는 등 중국의 경기 둔화가 뚜렷하게 확인되면서 투자심리가 냉각됐다는 얘기다.
유로존 주변국의 국채 강세 흐름이 뉴욕증시의 유동성 썰물을 부추기고 있다는 진단도 제기됐다.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3%대 초반까지 밀린 한편 그리스가 실시한 30억유로 규모의 5년 만기 국채 발행에 뭉칫돈이 몰리는 등 주변국 국채의 상승 열기가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
이밖에 1분기 미국 기업 실적 둔화에 대한 우려도 급락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시장조사 업체 팩트셋에 따르면 1분기 S&P500 지수 편입 기업의 이익이 1.2% 감소한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 이익이 줄어들기는 2012년 3분기 이후 처음이다.
ETX 캐피탈의 이사크 시디치 전략가는 “특히 IT 기업의 실적에 대해 투자자들이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이익이 기대에 못 미칠 경우 추가 하락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