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금리 상승과 신흥국 자금유입 지속여부가 관건"
[뉴스핌=김성수 기자] 올해 국제 금융시장에는 '캐리 트레이드'가 부활할 것인가? 전문가들은 '그렇다'는 반응이다.
캐리 트레이드는 금리가 낮은 국가의 통화로 돈을 빌려 금리가 높은 국가의 자산에 투자하는 거래 방식이다. 중국 경기둔화 우려와 우크라이나 사태 등 올해 금융시장에 가해지던 충격이 잠잠해지면서 캐리 트레이드에 우호적인 시장 상황이 조성되고 있다는 평가다.
◆ 美금리 안정세…캐리 트레이드 유리한 상황
국제금융센터는 10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미국 국채금리가 안정되는 가운데 금융시장 변동성이 줄고 있다"며 "이에 해외 기관들은 캐리 트레이드가 재개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캐리 트레이드는 변동성이 높은 장에서는 실행하기 어렵다. 변동성이 높으면 고금리 자산에 투자하려 해도 자산의 가치가 급락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수익성이 높은 자산은 리스크도 높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엘에리안 전 핌코 최고경영자(CEO)는 "과거 사례를 보면 금리가 큰 변동이 없는 안정적 경제 상황에서는 캐리 트레이딩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졌다"고 말했다.
미국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올해 2.75% 수준에서 안정돼 있다. 지난해 말 3.03%까지 상승했던 것에 비하면 변동성이 축소된 모습이다.
미국 10년만기 국채금리 추이 [출처: 국제금융센터] |
연준이 자산매입 규모를 매달 100억달러씩 축소하는 테이퍼링을 시작하자, 조만간 미국 금리가 오를 것이라는 예상에 투자자들의 미국 국채 수요가 급격히 줄어든 것이다.
그러나 미국 금리가 실제로 오르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9일(현지시각) 발표된 연준 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 따르면 연준 위원들은 "당분간 초저금리를 유지해야 한다"는 데 의견 일치를 보이고 있다.
이 점은 전문가들이 캐리 트레이드의 수익성을 긍정적으로 전망하는 주요 요인 중 하나다.
니잠 이드리스 맥쿼리은행 채권·외환전략 대표는 "미국 금리의 상승세가 크지 않아 고수익을 찾아 이동하는 펀드 자금이 늘고 있다"며 "금리가 오를 때까지는 캐리 트레이드도 괜찮은 투자 방식이 될 것"이라고 추천했다.
니콜라스 페레스 이스트스프링 인베스트먼츠 자산배분 투자 책임자는 "현재 미국의 저금리가 유지되면서 미국 국채 수익률 커브도 안정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이 경우 캐리 트레이드를 통해 얻는 수익도 나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해외기관 반응…긍정적 vs 유보적
해외 투자기관들도 캐리 트레이드에 대해 긍정적 전망을 제시했다.
HSBC는 "최근 흐름은 캐리 트레이드 주기의 초반부에 해당한다"며 "신흥국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다는 장점 때문에 추가적 자금 유입이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크레디트 스위스는 "유럽중앙은행(ECB)과 일본은행(BOJ)이 추가 통화완화를 시행할 가능성이 남아 있고, 글로벌 위험선호 현상도 증가하고 있다"며 "이에 신흥국에 자금이 유입되는 현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캐리 자금의 투자처로는 터키 리라화, 남아공 랜드화, 브라질 헤알화 등 취약 5개국 통화를 비롯한 신흥국 자산이 재조명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금융센터는 보고서를 통해 "신흥국 금융시장이 지난달 중순부터 빠른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머징 포트폴리오 펀드 리서치(EPFR)에 따르면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2일까지 신흥국 주식·채권 펀드는 최근 4개월만에 순유입 규모가 최대치를 기록했다.
대표적 신흥국 증시 상장지수펀드(ETF)인 아이쉐어즈 MSCI EM ETF에도 자금이 순유입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아이쉐어즈 MSCI EM ETF 자금 유출입 추이 [출처: 국제금융센터] |
소시에테 제네랄은 "신흥국 투자 비중을 확대할 만한 유인이 아직 부족하다"며 "신흥국 경제지표가 회복세를 이어가는지와 신흥시장에 증권자금 유입세가 지속되는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크레디트 스위스는 "앞으로 미국 경제지표가 개선될 경우 미국 국채 금리가 상승하고 달러화도 강세로 돌아서는 등 캐리 트레이드를 지속하기 어려운 상황이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뉴스핌 Newspim] 김성수 기자 (sungs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