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0년 간 4월 분양 물량 최대…주택경기 반등 기대감 더해져
[뉴스핌=한태희 기자] # "청약통장은 우리가 권리금을 주고 사는 거고 문제는 절대 없습니다. 원금, 가입 기간, 부양가족 수, 무주택 기간을 다 생각하기 때문에 지금 얼마에 드리겠다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 (청약통장 거래 A업자)
# "이거 안 되겠는데요. 가입 기간도 3년 밖에 안 되고 원금도 300만원이고. 나이도 젊고. 사장님과 얘기해 본 후 연락드리겠습니다." (청약통장 거래 B업자)
청약통장를 사들이는 업자들과 상담 전화 내용이다. 서울 성북구 삼선동과 안암동에 있는 전봇대에 붙어 있는 '청약저축·예금 삽니다'는 광고 전단에는 업자들이 청약통장을 노리고 있다.
31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주택경기 호전에 대한 기대감과 더불어 내달 아파트 분양시장에 대규모 분양주택이 쏟아지자 청약통장 불법 거래 움직임도 활기를 치고 있다.
업자들은 '청약통장 구합니다'나 '청약저축·예금 삽니다' 따위 홍보물을 전봇대에 붙이거나 자동차에 뿌리며 청약통장 거래를 부추기고 있다.
이런 움직임은 서울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서울 마곡지구 일대와 위례신도시 일대에서만 보였던 청약통장 매입 전단은 서울 강북·마포·성북구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물론 이 같은 청약통장 거래는 모두 불법이다.
지난 24~28일 서울시 성북구 삼선·안암동 일대에서 수거한 청약통장 불법거래 홍보물 |
매매업자가 청약통장을 사는 이유는 아파트를 분양받으려면 청약통장이 필요해서다.
청약통장을 구입해 시세차익일 낼 수 있거나 미래 가치가 높은 지역, 가령 위례신도시와 같은 지역에 매매업자가 직접 청약해 아파트를 분양 받는다. 이들은 당첨되면 웃돈을 얹어 분양권을 판다. 위례신도시 아파트나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분양권에 웃돈이 수천 만원 붙어 있다.
청약통장 매집업자들은 중간에서 브로커 역할도 한다. 청약통장 가입 기간이 길고 원금도 많고 무주택 기간이 길어 당첨 확률이 높은 통장은 웃돈을 주고 또 다른 업자에게 판다. 지난해 3월 건설사 6곳이 동탄2신도시에서 아파트를 동시 분양했을 때 현장에선 청약통장을 10여개 갖고 있다는 부동산 업자가 청약통장 암거래를 주선하기도 했다.
청약통장 불법거래 움직임이 활발한 이유는 정부의 주택규제 완화와 더불어 새 아파트가 내달 대거 분양되기 때문이다.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내달 전국 53곳에서 총 3만5567가구 분양된다. 전년동월대비 297% 늘어난 물량이다.
특히 인기지역인 서울 강남권에선 재건축 아파트가 분양된다. 강동구 고덕시영 아파트를 재건축하는 '고덕래미안 힐스테이트' 2658가구(일반분양 1114가구)가 청약을 받는다. 이외 강남구 역삼동 개나리 6차를 재건축하는 역삼자이 408가구(일반분양 86가구)도 분양에 나선다.
정부의 각종 부동산 정책과 주택경기 반등에 대한 기대감이 새 아파트 청약과 맞물려 청약통장 불법거래 움직임이 확산되는 셈이다.
자료:닥터아파트 |
[뉴스핌 Newspim] 한태희 기자 (ace@newspim.com)